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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허정윤 ]


어느새 심꾸미 8기가 막을 내리게 되었고 심꾸미 8기로서의 마지막 글을 쓰고 있다. 

심꾸미 7기부터 시작하여 1년간 24개의 기사를 작성했다. 

생각보다 꾸준히 기사를 작성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기사의 소재에 대해 매번 고민했고, 내 글에 대해 고민했고, 이 글을 읽을 사람들의 입장에 대해 고민했다.


개인적으로 심꾸미 8기로 지냈던 지난 반년의 시간은 아마도 내 인생에서 가장 역동적인 시기로 남을 시간이었다. 평생 해외에서의 경험을 꿈꾸던 나는 영국으로 교환학생을 가게 되었고 2학기를 영국에서 보내기 전에 한 달 동안 혼자 아프리카를 여행했다. 또 영국에서 수업을 듣고 공부를 하면서 틈틈이 혼자 유럽 여러 도시를 여행했다. 2023년에 내가 밟은 나라는 무려 20개국이 넘는다. 


영국에서 생활할 때도 대부분 혼자 조용히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나는 태어나서 거의 처음으로 나 자신을 제대로 마주하는 기분이었다. 

나는 지난 반년 동안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것에 행복해하고, 어떤 것에 눈물을 흘리고, 어떤 것에서 보람을 느끼는지 등등 내가 이전에 몰랐던 내 자신의 모습과 대면할 수 있었다. 



평생 한 번도 혼자 여행한 적이 없었던 나는 혼자만의 여행을 너무나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새롭게 눈앞에서 펼쳐지는 모습들이 그리 낭만적이지 않더라도 (때로는 지저분한 거리의 모습일지라도) 감탄하는 사람이었고, 문제가 생겼을 때 도움을 요청하거나 무언가를 물어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었고, 생각보다 시끄러운 장소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었으며 미친 듯이 흔들리는 트럭 안에서도 꿀잠을 잘 수 있는 사람이었다!

이전에는 상상도 해보지 못한 모습이었다. 나는 내게 그런 도전을 기꺼이 다 할 수 있을 용기가 있다는 것을 미처 알지 못했던 것이었다.


물론 나는 나에 대해서 이런 긍정적인 면들도 많이 마주했지만 때로는 절망의 수렁에 떨어져야만 했다. 영국 대학교에서 내가 들어야 하는 수업은 화요일과 수요일에 몰려 있었기 때문에 나는 사실상 목요일부터 월요일까지는 거의 항상 배낭 하나만 짊어지고 호스텔과 게스트 하우스들을 누비며 여행을 떠났다. 


여행할 때는 신나고 즐거웠지만, 영국으로 돌아온 나의 모습은 항상 실망스러웠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영국의 기숙사는 내 집이 아닌 다음 여행을 위해 잠깐 거쳐 가며 쉬는 안식처의 느낌이 강했기 때문에 나는 좀처럼 영국에서의 생활 습관을 잘 세우지 못했다. 여행에서 돌아오면 밤 늦게 군것질을 하며 유튜브를 새벽까지 봤고, 다음날 정오가 다 되어 일어나는 일이 잦았다. (내 수면 패턴의 문제도 있지만 항상 흐린 영국의 날씨 탓도 있을 것이다...) 



한국에 있을 때 열심히 하던 운동은 하지도 않았을뿐더러 하루 종일 기숙사 안에 틀어박혀 몇 발짝도 움직이지 않는 나날도 많았다. 이렇게 되니 화요일 수요일은 우울했고, 여행을 가면 또 좋았고, 돌아오면 또 자괴감이 들었다. 내가 항상 근면 성실한 사람이라고 믿었는데, 나의 모습에서 과거의 치열했던 삶은 온데간데 없었다. 

(글이 조금 다른 곳으로 샌 것처럼 느껴지나 이 글은 분명 심꾸미 8기에 대한 충실한 후기이다!)


역설적이게도 인생에서 가장 행복해야 할 시기에 가장 크게 무너진 나는 쉽게 일어서지를 못했다. 이 때 심꾸미 활동이 큰 원동력이 되었다. 기사를 써야 했기에, 좋은 글들을 찾아 읽었고, 밀린 심리학 논문들을 정독하며 영어 공부에 박차를 가해보기도 했다. 


또래 친구들의 기사를 읽으며 힘을 얻기도 했다. 솔직한 개인적인 경험들이 담긴 기사들은 깊은 울림이 있었다.



나는 마음 작용과 생각, 감정들에 대한 기사를 많이 적은 편인데, 돌이켜 보면 나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을 기사로 적은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아픈 마음들을 잘 돌보아 주는 방법, ‘나아지는’ 방법에 대한 글을 쓰면서 내가 잘 적용하진 못한 것 같아 찔리는 마음이 있다. 


그렇지만 이 세상의 한 사람이라도 내 글을 읽고 무언가 느끼는 바가 있다면, 그것만으로 내가 24편의 기사를 쓴 의미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심꾸미 활동의 연장으로 2024년에도 심꾸미 기자로 활동을 하게 되었다. 2024년에는 한국에서, 더 많은 책과 논문들을 읽고 또 더 좋은 기사들을 써서 좋은 영향을 미치고 싶다. 


그럼, 지난날을 향해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향해,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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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2-14 08:4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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