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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박한희 ]


기사를 쓰려 하자, 문득 근본적인 호기심이 생겼다. ‘과연 사람들이 내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해서 읽을까?’, ‘내 글을 끝까지 보긴 할까?’ 호기심은 탐험으로 이어졌고, 요한 하리의 ‘도둑맞은 집중력’이라는 책을 발견했다. 책의 소개란에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전 세계 모든 곳에서, 집중하는 우리의 능력은 붕괴하고 있다. 미국의 10대들은 한 가지 일에 65초 이상 집중하지 못한다. 직장인들의 평균 집중 시간은 단 3분에 불과하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인가?”

 


도둑맞은 집중력


요한 하리는 우리가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해지는 것이 흔히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기기에 대한 자제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개인의 실패라고 여겨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나 사실은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집중력 문제는 비만율의 증가와 같이, 현대 사회 시스템이 만들어낸 유행병과 같다고 말한다. 

집중하지 못하는 스스로에게 화를 내고, 답답해하고, 포기해왔던 지난날들이, 사실 나의 문제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우리는 집중력을 도둑맞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집중력을 앗아가는 도둑들을 ‘너무 많아서 문제인 것들’과 ‘너무 적어서 문제인 것들’로 나누어 소개한다. 

 



너무 많아서 문제인 것들


멀티태스킹, 만성 스트레스와 각성 상태, 테크 기업의 전방위적인 감시와 조작이 바로 너무 많아서 문제인 것들이다. 우리는 과거에 비해 정보량이 넘치는 거대한 가속 사회에서 살고 있다. 깊이 있게 생각하고, 집중할 새 없이, 멀티창들을 오가며 이메일을 보내고 파일을 확인하는 것이다. 실상은, 우리의 뇌는 멀티태스킹을 할 수 없으며, 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라 MIT 대학 신경과학부 교수 얼 밀러(Earl Miller)는 말한다. 우리가 하고 있는 건 ‘멀티(multi)’가 아니라 전환인 것이다. 전환은 이미 집중력의 한계를 넘어선 것이며, 뇌의 한계는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것’이다. 


늘 한계를 넘어서고 있는 뇌는 스트레스와 각성 상태에 시달리고, 집중력은 위기에 처한다. 책에선 이러한 집중력이 처한 위기를 테크 기업은 이미 인식하고 이용하고 있는 점에 주목한다. 무한 스크롤은 단순히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함이 아니다. 트위터와 같은 웹사이트에서 시간을 50%나 더 많이 보내게 된다는 테크 기업의 계산하에 도출된 덫이라는 것이다. 

 

 

너무 적어서 문제인 것들 


반대로 수면 시간과 소설 읽기 경험, 몰입의 체험, 영양가 있는 음식은 너무 적어서 문제가 된다. 특히나 부족한 수면 시간은 집중력을 훔쳐 가는 대표적 요인이다. 우리가 잠을 자는 건 뇌에서 일종의 청소가 벌어지기 위함이다. 뇌척수액이 낮 동안 머릿속에 쌓인 독성 단백질을 청소하는, 일종의 ‘브레인워싱’을 실행하는 것이다. 하지만 잠을 자지 못한 사람들의 기억력 수행 능력은 20%~30%가량 감소하며, 이 시간이 길어지면 술에 취한 것만큼 인지 능력이 손상된다고 한다. 


더불어 몰입의 체험이 감소하는 것 역시, 심각한 문제로 작용한다. 테크 기업의 덫에서 벗어나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것들을 제거하고, 몰입의 원천으로 그 자리를 대체하는 것이 중요하다. 글쓰기, 독서, 연주 등과 같이 몰입의 경험을 짧더라도 늘려가 보는 것이 산만함과의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하나의 전략이 될 것이다. 

 


집중력 되찾기 


책을 읽고 나서 ‘깊이’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정보의 홍수와 거대한 가속의 시대 속에서, 우리는 깊이 생각하고, 깊은 관계를 맺고, 깊이 고민해 보는 과정을 잃어버리고 있다. 책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집중력을 도둑맞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집중력을 되찾을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깊이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멀티라고 믿는 행위를 하기보다, 하나의 일에 깊이 집중하는 일이 뇌에게도, 일의 성공에 있어서도 효과적일 것이다. 


현대 사회의 구조로 인하여 가속과 방대함에 중독되어 있지만, 멀티와 전환의 차이를 깨닫고 깊이의 중요성을 인식했다면, 치료의 첫 단계를 밟은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 이 기사를 깊이 있게 읽고 생각해 보는 것에서 다음 단계를 시작해보는 게 어떨지 제안해 보고 싶다.




편집부. (2023). Books 북~ 한줄 읽기 〈도둑맞은 집중력〉. 넥스트 이코노미,(231), 9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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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4-19 00: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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