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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잉태되는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전생애에 걸쳐 발달 - [심리학자 한성열의 힐링마음산책(206)] 변화하는 세상, 변화하는 나
  • 기사등록 2021-03-12 09:4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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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수태(受胎)되는 순간부터 사망할 때까지 전생애에 걸쳐 발달한다는 생각은 의외로 비교적 최근에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발달은 태어난 후 유아기에서 청년기까지만 이루어진다는 생각이 오랫동안 일반인들뿐만 아니라 발달을 연구하는 학자들도 지배하고 있었다. 예를 들면, 성격발달 연구로 유명한 프로이트(Sigmund Freud)나 인지발달 연구로 유명한 피아제(Jean Piaget)의 이론에서도 발달은 청년기까지 일어나는 것으로 한정하고, 그 이후에는 새로운 발달은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 이유는 발달을 ‘신체, 정서, 지능 따위가 성장하거나 성숙함’으로, 또는 ‘학문, 기술, 문명, 사회 따위의 현상이 보다 높은 수준에 이름’으로 정의하였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발달은 성장, 진보 등과 유사한 개념으로 혼용되어 사용되었다. 발달을 성장과 동일한 것으로 정의하면 사람도 유아기에서 청년기까지만 발달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출생 후 청년기까지는 급격한 성장을 하지만, 그 이후의 시기에는 성인기에는 성장한 상태를 유지하다가 노년기에는 오히려 퇴보하는 ‘성장-유지-퇴보’의 과정을 겪기 때문이다.


하지만 발달을 성장으로 보는 ‘해석틀’로는 21세기 길어진 우리의 삶을 정확히 이해할 수 없다는 불만과 비난의 소리가 점차 커져갔다. 우리나라를 효과적으로 착취하기 위해 일제가 1919년 비공식으로 측정한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27세였다. 1945년 해방되던 해 공식적인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35세였다. 2020년 현재 평균수명은 83세 정도일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우리는 ‘100세 시대’로 접어들었다. 즉, 사망 빈도가 가장 높은 ‘최빈사망연령’이 90세를 넘었다.



우리 삶은 세상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



더군다나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보통 65세 이상 인구비율이 7%이면 ‘고령화사회’, 14%가 되면 ‘고령사회’, 20%를 넘어가면 ‘초고령사회’라고 한다. 고령화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에 프랑스는 154년, 영국은 99년, 미국은 90년, 독일은 77년 소요되었고 일본은 35년 걸렸다. 한국은 2000년 고령화사회에, 그리고 2017년에 이미 고령사회에 도달했다. 또한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된다. 우리는 초고속으로 초고령사회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거의 모든 영역에서 급변하는 21세기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은 과연 어떤 해석틀로 발달을 보아야 할까?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급격한 고령화로 길어진 생애를 이해하는 데 청년기 이후에는 발달이 안 일어난다는 단순한 해석틀은 더 이상 적합하지 않다. 30대 이후로 60여년을 더 이상 성장하지 않는 일관된 상태를 유지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맞지 않다.


발달은 성장이라는 고전적인 발달관을 타파하고 현대에 맞는 새로운 해석틀을 찾는 시도가 ‘전생애 발달’ 관점이다. 20세기 후반부터 발달심리학계에 소개되기 시작한 ‘전생애 발달심리학’에 의하면, 사람은 잉태(孕胎)되는 순간부터 사망하는 순간까지 계속 발달한다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는 발달을 ‘변화(變化)’로 받아들인다. 발달은 더 이상 성장과 동의어가 아니다. 발달을 정확히 정의하면, ‘시간과 관련된 행동의 변화’이다. 발달이 변화라면, 사람은 잉태되는 순간부터 사망하는 순간까지 발달한다는 주장이 더 이상 허언(虛言)이 아니다. 현재 거의 모든 발달심리학자들은 발달은 변화이고 전생애에 걸쳐 이루어진다는 관점에 동의한다. 비록 아동 발달에 관심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제는 삶 전체라는 큰 틀 안에서 아동기가 어떤 의미가 있고, 그 시기에 나타나는 행동의 변화가 다른 시기와는 어떤 연관이 있는지 보게 되었다. 이런 의미에서 모든 발달심리학자들은 자신의 주된 관심이 어느 시기에 집중되어 있는지의 여부에 관계없이 전생애 발달심리학자이다.


결국 우리의 삶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한다.” 그리고 발달의 각 단계는 이전 단계에 의해 영향을 받고,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단계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각 발달 단계는 나름대로의 독특한 가치와 특성이 있다. 우리의 전생애를 변화라는 시각으로 이해하면 어느 단계도 다른 단계보다 더 중요하거나 덜 중요하지 않다. 다만 각 단계의 특징에 맞게 사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즉, 어린이는 어린이답게, 청년은 청년답게, 중년은 중년답게, 그리고 노년은 노년답게 사는 것이 바람직하고 아름답게 사는 것이다.



단계는 나름대로 독특한 가치 존재



전생애 발달심리학은 기존의 발달심리학과 비교했을 때 단순히 청년기 이후의 삶에까지 관심을 확장했다는 것보다 더 많은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 먼저, 전생애 발달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의 삶은 ‘성장-유지-쇠퇴’라는 단일한 방향이 아니라 영역에 따라 다양한 방향으로 변화해간다. 대략 구분하더라도 우리의 삶에는 신체적, 심리적, 영적(靈的) 영역 등 다양한 영역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다. 신체적 영역은 물론 나이가 들면서 뚜렷하게 퇴보한다. 운동선수들의 선수생명이 짧은 것은 운동이 주로 신체 영역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인관계 능력과 같은 심리적 영역은 특정 나이가 지나도 쇠퇴하지 않는다. 오히려 성인이 되어서 더욱 발달하게 된다. 또는 세상을 이해하는 능력도 나이가 들면서 더욱 깊어진다. 또한 삶과 죽음의 의미 등에 관심을 갖거나 절대자와의 관계에 관심을 갖는 영적인 영역은 나이가 들수록 더욱 깊어지고 심오해진다. 결국 나이가 들면서 쇠퇴하는 영역도 있고 오히려 더욱 성숙해지는 영역도 있다. 따라서 각 영역의 특징을 잘 살리면서 적응해나가는 것이 잘 발달하는 것이다.


전생애 발달에서는 사회문화적 영향을 중시한다. 어렸을 때의 발달은 생물학적인 영향을 많이 받는다. 어린이가 태어나서 걷고 말하는 것과 같은 신체 발달이나, 사고하는 능력과 방식과 같은 인지 발달은 생물학적인 요인에 크게 좌우된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서 자라건 미국에서 자라건 어린이들은 거의 유사한 발달 양태를 보인다. 거의 같은 시기에 걷고 뛰고 말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거의 같은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한다.


하지만 성인기 이후에는 살아가는 환경이나 문화에도 크게 영향을 받는다. 또는 개인이 경험한 역사적 사건에도 크게 영향을 받는다. 또한, 전쟁과 같은 역사적 사건을 언제 어떻게 경험했는가에 따라 삶의 방식이 크게 달라진다. 예를 들면, 한국전쟁과 그 이후 극도로 가난하고 혼란한 시기에 성인기를 보낸 사람과 아동기를 보낸 사람은 인생관이나 사회적 혼란에 대처하는 방식이 많이 다르다. 또는 어린 시절 폭력적인 가정에서 성장한 사람과 평온한 가정에서 성장한 사람의 삶은 많이 다르다.


컴퓨터의 발명과 같은 과학 기술의 획기적인 발견이나 여성해방운동과 같은 사회운동 등의 사회적 변화에 의해서도 발달은 많은 영향을 받는다. ‘삼종지도(三從之道)’나 ‘부창부수(夫唱婦隨)’의 전통적 여성상을 교육받은 여성과 남녀 차별 없이 ‘자기실현(自己實現)’을 소중한 가치로 교육받은 여성의 결혼관이 다를 것은 자명한 이치이다. 요즘에는 ‘현모양처(賢母良妻)’가 꿈이라는 여성은 박물관에나 가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현대는 ‘다양성’의 시대이다. 이제는 더 이상 신체적 나이에만 의지하여 삶을 규격화하려는 자세는 지양해야 한다. “세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거나 “바늘도둑이 소도둑이 된다”는 속담도 이제는 과감히 버려야한다. 나도 변화하고 너도 변하며 세상도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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