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신문_The Psychology Times=오지민 ]

출처 픽사베이, 기억을 위한 기록당신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위해 공부했던 내용을 전부 기억하고 있는가? 아마 십중팔구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할 것이다. 반면, 자신이 누군가에게 말하려고 했지만 끝내 전하지 못한 말은 머릿속에 잠이 들기 전까지 밤새 맴돌 것이다. 이처럼 “사람들이 특정한 작업을 수행하는 동안 그 작업을 중도에 멈출 경우, 즉 미완성 상태에서는 그에 대해 기억을 잘하지만, 일단 일이 완성된 이후에는 그 일과 관련된 정보들을 망각하는 현상”을 바로 자이가르닉 효과(Zeigarnik effect)라고 하고, 다른 말로는 ‘미완성 효과’라고도 한다.

자이가르닉 효과(Zeigarnik effect)의 발견

자이가르닉 효과는 러시아의 심리학자 자이가르닉 브루마(Zeigarnik Bluma)의 의해서 발견되었는데, 자주 가는 식당에서 웨이터가 많은 주문을 적지도 않고, 모두 기억해내는 것을 보고 궁금증이 생겼다. 웨이터를 불러, 주문 내역이 무엇인지, 헷갈리지는 않는지 물었더니, 이미 계산이 끝난 메뉴에 대해서 기억하지 못한다고 대답하였다.

이러한 현상이 과연 이들에게만 적용될까 궁금하여 학생 164명을 대상으로 두 그룹으로 나누어 실험하였는데, 방해를 받아 계속해서 과제가 중단되었던 그룹이 더 많은 것을 기억했다. 그렇지 않은 그룹에서도 기억해낸 과제의 68%는 끝마치지 못한 내용이었고, 완전히 끝낸 과제에 대해서는 32%뿐이 기억하지 못했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은 동기 및 압박이 작용하여 인지적 불평형 상태에서의 긴장은 과제가 해결될 때까지 계속되며, 문제와 관련된 기억은 생생하게 남기 때문이다.

자이가르닉 효과(Zeigarnik effect)는 어떻게 활용될까?

자이가르닉 효과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같이 부정적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미디어상에서 자이가르닉을 활용한 사례를 여럿 찾아볼 수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드라마와 광고이다. 드라마나 영화를 처음 접하게 되는 것은 바로 예고편이다. 예고편에서는 극적인 상황들만 줄여 대략 15초 분량으로 전반적인 내용을 보여준다. 그러나 극적인 상황들 사이의 이야기를 이어주는 무언가들이 빠져있는 미완성 상태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드라마의 한 회차를 끝내는 시점도 이어지는 뒷이야기를 모르도록 중간에서 중단시키기 때문에 궁금증을 유발하는 것이다. 한 논문에 의하면 광고에서는 애플사 로고처럼 의도적으로 여백과 흐트러진 형태를 드러낸다. 그런 광고나 로고를 본 사람들은 완성형으로 만들어내기 위해 여백을 채우거나, 불연속적인 부분들을 하나의 형태로 인식하기 때문에 미완성된 광고를 더욱 강렬하게 기억하게 된다.

보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우리도 자이가르닉 효과를 우리의 생활에서 활용해볼 수 있다. 더욱 잘 기억해내기 위해 우리는 의도적으로 기억해야 할 내용에 대해 미완성의 상태로 두는 것이다. 어떠한 강의에 대해서 생각해봐야 할 문제 같은 의문점을, 채워야 할 부분을 남겨두면 기억하기 쉽다. 앞서 말한 외상 후에 남은 안 좋은 기억들은 다시금 떠올릴수록 아프다면, 스스로 끝을 내보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보통 긴장되면 힘들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긴장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우리에게 이로울 때가 분명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 무심아, 양재범, 2020, 광고여백에서 나타나는 자이가르닉 효과, 119, JIDR vol.19, 인제대학교 디자인연구소.

· 두산백과 “자이가르닉 효과”

· 상식으로 보는 세상의 법칙 “자이가르닉 효과”

· 사람을 움직이는 100가지 심리법칙, 2011. 10. 20., 정성훈, "자이가르닉 효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