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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김동혜 ]


 

어릴 적부터 나는 다른 사람의 감정이나 말, 행동들이 이해되지 않는 일이 많았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해하려는 노력도 크게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오래 내 곁에 있었던 가족들과 친구들은 그런 나의 성격을 알고 내가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거나 로봇처럼 딱딱한 공감의 말을 건낼 때도 그러려니 하며 받아들여줬다. 그래서 내가 사람의 마음을 탐구하는 심리학이라는 학문에 관심을 갖고, 복수전공을 하고, 심꾸미 활동까지 하게 된 것은 나 자신에게도, 나의 주위 사람들에게도 실로 의외의 일이었다.


심리학이 나의 관심 영역에 들어오게 된 것은 대학교 1학년 철학 교양과 심리학 교양 수업을 수강한 이후였던 것 같다. 여러가지 철학 사상과 심리학 개론을 공부하면서 나는 문득 한 가지 당연한 사실을 깨달았다. 평생을 살아도 내가 온전히 알 수 있는 것은 나의 감정, 나의 생각뿐이라는 것. 아무리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경험을 공유해도 내가 직접 느낄 수 있는 것은 나의 감정과 생각뿐이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서로 어울려 살아가지만 그 어울림은 각자의 육체와 정신이라는 테두리 밖에서만 이루어진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감정이나 생각은 언어나 표정과 같은 신호를 통해 짐작할 수 있을 뿐, 내 감정이나 생각처럼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다.


당연한 사실이지만 문득 이를 깨닫고 나는 무언가 답답함과 아쉬움을 느꼈다. 내 감정, 내 생각만 알 수 있다는 것이 나라는 세계 안에 내가 갇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또, 삶은 유한하기에 삶에 대한 아쉬움은 인간의 숙명과도 같은 것인데, 한 번뿐인 생애에서조차도 온전히 경험할 수 있는 건 내 인생 단 하나뿐이라는 사실이 더 아쉽게 느껴졌다. 다른 사람의 세계로 들어가 볼 수는 없을까? 다른 사람의 인생을 마치 내 인생처럼 경험할 수 없을까? 답답함과 아쉬움에 한동안 계속 이런 질문들이 머릿속에 맴돌았고, 다른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고 깊이 이해하며 살아가고 싶다는 욕구가 내 삶의 가치관처럼 자리잡았다. 그리고 이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심리학을 공부하는 것을 택했다. 내게 주어진 것은 하나의 인생이지만, 인간의 마음에 대해 공부한다면 여러 사람의 인생을 좀 더 생생하게 느끼면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심리학 복수전공을 시작하게 된 첫 학기에 <이상심리학>이라는 강의를 듣게 되었다. <이상심리학> 수업에서 다양한 정신장애의 증상, 원인, 치료법 등에 대해 한 학기 동안 공부하면서 인간을 바라보는 나의 태도가 완전히 바뀌었음을 느꼈다. 예전의 나라면 사회적으로 비정상적이라고 규정되는 생각이나 행동을 하는 사람을 보았을 때 ‘저 사람은 왜 저럴까’. ‘이상한 사람이다’, ‘가까이하지 말아야겠다’와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상심리학을 배우면서 모든 개인은 자신만의 기질과 특성과 사연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기질과 특성과 사연을 모두 살펴보면 아무리 비정상적이라고 보이는 행동도 온전히 이해가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인간은 항상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한다는 것, 그래서 겉보기에 이상해 보이는 행동도 그 사람이 처한 상황에서는 최선의 선택이었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러한 배움 이후로 나는 누가 이상한 행동을 하든,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생각을 하든 그 사람을 가까이하지 않는 게 좋을 존재로 바라보지 않는다. 예전의 나라면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을 사람의 인생도 이젠 더 궁금하고 들여다보고 싶은 인생이 되었다.


이상심리학을 공부하며 긍정적인 변화를 직접 경험했기 때문에 이상심리학 분야에 더 많은 관심이 생겼고, 이 학문은 꼭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한 번쯤 배워보면 삶을 살아가는 태도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심꾸미를 접하게 되었고, 이 활동이 나의 생각을 실현할 수 있는 창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심꾸미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고, 4개월 동안 정신장애와 정신건강을 소재로 한 기사를 여러 편 써내는 귀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내가 쓴 기사가 정말 누군가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왔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나 한 사람은 기사를 쓰며 새로운 지식을 얻고, 생각을 정리하고, 그렇게 쓰인 기사를 다시 읽어보고, 내 기사에 남겨진 소중한 의견들을 들어보면서 또 한 번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했다. 내게 심꾸미 활동을 했던 지난 4개월은 점점 더 나라는 세계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들을 들여다보는 과정이었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세계에서 벗어나 서로가 서로를 배척하지 않게 되고, 서로가 서로에게 더 다가가고 싶어지는 마음의 변화를 경험하길 바라며 심꾸미 5기 활동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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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9-12 15: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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