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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유세웅 ]



날씨가 제법 쌀쌀해지는 요즘 가을 날씨를 느끼다가 여기서 더 바람이 불고 추워지면 심장이 아파 병원에 온 환자들이 많아질 것이 눈에 그려진다. 누군가는 살면서 아픈 적이 없어서 병원에 자주 가지 않던 사람일 수도 있고 다른 누군가는 여러 가지 지병을 앓다가 상태가 더 악화되어 병원에 오는 상황일 수 있다. 각자의 상황이 어떠하든 중환자로 나를 만난다는 건 본인에게도, 가족들에게도, 의료진에게도 가슴 아픈 일이다.


전국적으로 흉부외과 전문의 수도 많지 않고 있더라도 실제로 수술이 가능한 인프라를 가지고 있는 곳은 적자를 감수하고도 병원을 운영할 수 있는 서울의 대형병원들 혹은 심장질환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일부 병원밖에 없기 때문에 상황이 정말 열악하다. 만약 심정지가 발생했는데 수 분 혹은 수 시간 내에 처치, 시술 혹은 수술을 바로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 환자는 아마도 가족들 품을 떠날 가능성이 높다. 운 좋게 응급 수술을 받더라도 이미 손상된 심장의 상태를 다시 건강하게 뛰게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내 앞에 누워있는 환자들은 아직 의식이 돌아오지 않아 인공호흡기에 숨을 의지하고 있으며 팔, 목, 허벅지 등에 직경이 큰 주사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다. 승압제, 이뇨제, 혈관 확장제, 항응고제, 진정제 등 어쩌면 살면서 한 번도 맞아보지 못했을, 먹어보지 못했을 약들을 의지해 심장을 뛰게 하고 있다. 면회 시간에 마주친 보호자분들은 크게 걱정을 하고 처음 보는 광경에 놀라고 마음이 무너져 울기도 한다. 짧은 면회 시간을 끝나고 애써 울음을 참으며 잘 봐달라는 말에 요동치는 마음을 붙잡고 걱정하지 마시고 잘 보겠다고 대답한다. 감정에 휩쓸리면 일을 할 수 없기에 진정한 공감과 위로를 표현하는 방법은 내가 가진 지식과 경험, 나의 시간과 모든 노력을 근무하는 동안 내 앞의 환자를 돌보는 데 사용하는 것이다. 한 번 더 환자 곁에 다가가서 가래를 뽑아주고, 수액이 잘 들어가고 있는지 확인하고 혈압, 맥박, 소변량 등을 꼼꼼히 확인할수록 환자의 상태가 더 좋아짐을 믿는다.


심장이 아픈 사람들을 대한다는 건 위기이자 기회이기도 하다. 적절한 치료와 돌봄을 제공받은 환자는 새 생명을 얻어 가족들 곁에 돌아가기도 하며 아마 그 사람에게는 인생이 새롭게 보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한편으로는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악화되는 상태를 막을 수 없어 우리 곁을 떠나는 환자도 있다. 그럴 때면 마음이 무척 무겁고 힘들고 무력감을 느끼기도 한다. 중환자 옆에 있다는 건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는 가운데 어쩌면 환자 입장에서는 내가 마지막으로 보는 얼굴일 수도 있기에 그 순간을 피하지 않고 함께 있어준다는 의미가 있다. 일을 하면서 요령을 피울 수 없는 이유, 때론 물도 못 마시고 끼니도 걸러가며 환자 곁을 지키는 이유는 내 앞에 있는 친구가 신음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플 때 옆에 있어주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가 아닐까라는 측면에서 환자들의 진정한 친구는 간호사가 아닐까. 오늘도 침상에서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환자와 가족들, 그리고 환자의 친구가 되어주고 있는 간호사 선생님들의 안녕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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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9-13 07:2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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