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기사수정

[The Psychology Times=강도연]



며칠 전 거실에서 TV를 볼 때 있었던 일이다. 한참 재밌게 보던 와중에 갑자기 어디선가 미세한 잡음이 섞여 들려왔다. 소리의 근원을 찾으려 옆을 돌아보니 같이 소파에 앉아있던 동생이 보고 있는 휴대폰에서 나는 소리였다. 딱히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에 마저 TV를 보는데, 바로 옆에서 나는 소리가 도무지 무슨 말인지 제대로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분명 한국어는 맞는데 알아들을 수 없다니!


나를 혼란스럽게 만든 영상은 모 유튜버의 영화 리뷰 영상으로 무려 2배속으로 재생되고 있었다. 정상적인 속도는 아니므로 집중해서 듣지 않으면 뭐라고 하는지 알아들을 리 만무했다. 동생은 늘 배속 설정을 하기 때문에 원래 속도는 이제 답답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심지어 지루하다 싶으면 오른쪽 화면을 더블클릭해서 장면을 뛰어넘는 일도 부지기수라고 한다. 그렇게 러닝타임 140분짜리 영화는 10분으로 압축된 리뷰 영상에 2배속까지 더해져 5분 남짓한 시간 만에 끝나버렸다.



스낵 컬처(Snack Culture)와 숏폼 콘텐츠(Short-form Contents)



@unsplsh

과자 한 봉지를 다 먹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까? 아마 넉넉하게 잡더라도 10분 내외일 것이다. 이렇게 5~10분 정도의 짧은 시간 동안 마치 과자를 골라 먹듯 미디어 콘텐츠를 골라 소비하는 것을 '스낵 컬처(Snack Culture)'라고 한다. 모바일 인터넷 기기의 발달로 사람들이 미디어 콘텐츠를 즐기는 방식은 이전보다 훨씬 다양하고 간편해지면서 스낵 컬처 문화는 빠르게 발전했다.


더 나아가 최근에는 스낵 컬처의 일환인 '숏폼 콘텐츠(Short-form Contents)'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숏폼 콘텐츠란 짧은 시간 내에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10분 내외의 동영상 클립을 의미한다. 앞서 동생이 보고 있던 영화 리뷰뿐만 아니라 드라마나 영화, 예능 방송을 중요한 장면만 잘라 편집한 클립 영상 등 숏폼 콘텐츠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며, 단순히 오락을 넘어서 광고나 마케팅 등 기업 실무 수단으로도 이용되고 있다.



숏폼 콘텐츠 이용 동기



그렇다면 이러한 숏폼 콘텐츠가 최근 미디어 트렌드의 주류로 자리 잡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짧은 동영상 이용 동기와 충족에 관한 연구(이유진, 2017)에 의하면,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숏폼 컨텐츠를 소비한다.


1. 습관적 소비성 :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 습관적이고 중독적으로 간편하게 소비.

2. 접근성 : 본인이 원하는 시간에 맞춰 언제든지 찾아볼 수 있기 때문에 소비.

3. 핵심 간결성 : 핵심적인 내용을 빨리 파악할 수 있고, 지겹지 않기 때문에 소비.

4. 상호작용성 : 웹 공간에서 발생하는 타인과의 상호작용 때문에 소비.

5. 반복성 : 다른 플랫폼에서 시청했던 영상을 다시 보거나 같은 영상을 다시 볼 수 있기 때문에 소비.

6. 조작 편리성 : 영상을 볼 때 사용하는 기기의 조작이나 시청방식의 편리성 때문에 소비.


위 연구에 따르면 첫 번째 문항인 '습관적 소비성'부터 여섯 번째 문항인 '조작 편리성'까지에 대한 각각의 응답률은 내림차순으로, 습관적 소비성에 대한 동기가 가장 높았고 조작 편리성에 대한 동기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숏폼 콘텐츠의 양면성



숏폼 콘텐츠는 필요한 정보만을 빠르게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바쁜 현대인들에게 매우 효율적인 것임은 틀림없다. 심지어 재미까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셈이다. 하지만 필자는 요즘 유행하는 콘텐츠들에 자주 노출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무언가에 오랫동안 집중하고 몰입하는 게 힘들어졌다. 특히 영화를 볼 때면 중요하지 않은 장면에는 지루해서 휴대폰으로 요약 영상을 미리 보고 싶은 충동에 휩싸이기도 한다. 정보를 얻으려고 보는 영상도 조금 길다 싶으면 그냥 뛰어넘거나 아예 배속으로 들어버린다.


어느새 스스로 생각하는 법도 잊어버렸다. 예전에는 영화가 끝난 후 해당 장면에 대한 해석을 혼자 생각해보고, 열린 결말에 대해서는 다양한 경우의 수를 떠올리곤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똑같은 영화 장르라 하더라도 짧게 압축되어 자극적이고 강렬한 장면으로 가득 찬 편집본을 더 선호하다 보니 머릿속에는 뚝뚝 끊긴 몇몇 장면들만 빠르게 꽂힌 채 끝나버린다.


점점 더 짧고 자극적인 것들만 추구하다 보면 긴 시간 몰입하는 방법을 영영 잊을지도 모르겠다. 지금 기사를 작성하는 이 순간에도 이리저리 딴짓하느라 적정 시간의 2배 이상을 소요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그렇다면 쉽게 휘발되는 집중력을 붙잡기 위해서는 앞으로는 무언가에 끈질기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직접 만들어야 할 듯하다. 영화를 보려고 마음을 먹었으면 휴대폰을 멀리 놔둔다던가, 책 한 권을 다 읽을 때까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 등 부수적인 노력이 점점 짧아지는 집중력을 붙잡아주는 한 줄기의 끈이 되어줄 것이다.




지난 기사

"의미없는 대화를 굳이?" vs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아냐"





참고문헌

강태수. (2015). "스낵컬처 이용 동기와 이용 행태에 대한 연구." (국내석사). 한양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 서울.

김소형. (2022). "숏폼 콘텐츠 플랫폼의 이용 동기와 만족도에 관한 연구." (국내석사). 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 서울.

이유진. (2017). "짧은 동영상 이용동기와 충족에 관한 연구." (국내석사).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서울.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psytimes.co.kr/news/view.php?idx=4714
  • 기사등록 2022-10-13 08:10:50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