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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한다혜 ]


첫사랑은 평생 잊히지 않는 존재로 여겨진다. 첫사랑이 오래 기억되는 데도 심리학적 기제가 작동한다. 바로 ‘자이가르닉 효과’로 인해 첫사랑은 잘 잊히지 않는데, 자이가르닉 효과(Zeigarnik Effect)란 마치지 못한 과제가 마친 과제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아 여러 가지 판단에 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심리적 현상을 의미한다.

 


자이가르닉 효과의 발견


러시아의 심리학자 자이가르닉은 식당 종업원이 10명 넘는 일행의 주문을 메모도 없이 완벽하게 기억하는 것을 보았다. 자이가르닉은 식사를 마친 후 해당 종업원에게 10명 넘는 일행의 주문을 기억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 그러자 종업원은 계산이 끝난 주문은 더 이상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자이가르닉은 여기서 착안하여 한 가지 실험을 진행한다. 두 집단으로 학생들을 나눈 후 각각의 집단에 간단한 과제 수행을 지시했다. 집단 A에는 반복적으로 관여하여 학생들의 과제 수행을 방해하였고, 그 결과 학생들은 과제를 완성하지 못했다. 반면 집단 B에는 아무런 관여도 하지 않았고, 학생들은 과제를 완성했다. 이후 학생들의 과제 회상률을 조사하였는데, 과제를 완성하지 못했던 집단 A에 속한 학생들의 회상률이 집단 B 학생들의 회상률보다 약 1.9배 더 높았다. 

 

이 실험을 통해 우리는 사건이 ‘진행 중’이란 생각이 그 사건에 대한 우리의 기억력을 제고하고, 반대로 끝마쳤다는 인식이 그 사건에 대한 기억 유지의 필요성을 감소시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상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자이가르닉 효과


자이가르닉 효과가 적용된 사례는 일상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다.

 

시험이 끝나자마자 열심히 공부했던 내용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던 경험이 있는가? 수능과 자격증 시험 등 아무리 열심히 공부한 내용이라도 그 내용에 대한 기억은 시험 후 오래 가지 않는다. 이는 자이가르닉 효과가 적용된 현상으로, 임무가 끝났다는 생각으로 인해 공부했던 내용을 더 이상 기억하지 않는 것이다.

 

드라마 예고편도 대표적으로 자이가르닉 효과를 이용한 사례이다. 드라마는 결정적인 순간에서 해당 회차를 마무리하고 다음 편 예고를 보여준다. 이로써 시청자들은 드라마가 종료된 것이 아닌 진행 중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해당 드라마를 더 많이 상기시켜 다음 회차를 볼 확률이 올라가는 것이다. 

 

게임에 대한 중독성도 자이가르닉 효과에서 나온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게임은 대게 특정 미션을 수행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게임이 종료되면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갈 수 있거나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해결 실마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러한 게임의 특성은 사용자가 게임이 진행 중이라고 인식하게 만들어 게임에 대한 기억을 활성화한다.

 

마지막으로 자이가르닉 효과를 이용한 마케팅도 흔히 접할 수 있다. 자이가르닉 효과는 ‘미완성 효과’라고도 불린다. ‘애플’의 한 입 베어 문 사과 로고도 자이가르닉 효과의 영향을 받는다. 한 입 베어 물어 생긴 여백을 통해 소비자들이 무의식적으로 하나의 온전한 사과를 연상할 수 있게 함으로써 제품과 브랜드에 대한 기억력을 높인다.

 

자이가르닉 효과를 이용한 ‘애플’의 로고

또한 스웨덴의 유명 보드카 회사, 앱솔루트(ABSOUT)는 광고에 자이가르닉 효과를 자주 적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보드카 병을 직접 광고에 노출하는것이 아닌, 자연스럽게 보드카를 연상할 수 있는 이미지를 사용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제품에 대한 각인 효과를 높이는 것이다.


 


자이가르닉 효과를 이용한 ‘ABSOLUT’의 보드카 광고

이러한 불완전한 이미지는 오히려 메시지의 처리 수준을 높이기 때문에 마케팅에 자이가르닉 효과가 자주 적용된다. 

 

자이가르닉 효과는 지속되는 기억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부정적인 기억에서 자이가르닉 효과가 발현되는 것은 상당히 괴로운 일이다. 대표적으로 ‘트라우마’가 그 예시이다. 이미 과거에 종료된 사건이어도 해당 기억에 대한 잔상으로 인해 계속 진행 중이라는 인식이 생기고, 기억이 지속되는 것이다.

 


자이가르닉 효과를 현명하게 이용하는 방법


사람들은 자신이 잘했던 일보다 잘 끝내지 못하거나 아쉬움이 남는 일에 대해 더 잘 기억한다. 이점을 고려하면 공부할 때, 공부하는 과목을 자주 바꾸면서 중간중간 복기하는 방법으로 기억력을 제고할 수 있다. 과목 변경을 일종의 방해 요소로 삼아 불완전한 학습을 유도하는 것이다.

 

또한 무언가를 홍보할 때는 완전한 이미지를 직접적으로 제시하기보다는 불완전한 이미지를 제시하고 소비자가 그 불완전함을 완전함으로 바꿀 수 있게 하는 것이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나쁜 기억으로 힘들다면, 그 일은 이미 끝난 일이라는 인식을 스스로 심어주며 그 기억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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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 Maentylae  T , Sgaramella  T . "Interrupting intentions: Zeigarnik-like effects in prospective memory" Psychological research : 192-199.

- 무심아 and 양재범. (2020). 광고여백에서 나타나는 자이가르닉 효과(Zeigarnik Effect). Journal of Integrated Design Research, 19(4), 11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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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5-26 15: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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