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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한유진 ] 


'카공'의 시대


이제는 어느 거리에 가든 스타벅스가 꼭 하나씩은 입점해 있다. 안으로 들어서면 콘센트와 Wi-fi 공유기가 이미 완비되어 있고, 그 주변에는 노트북이나 책을 펼쳐 놓고 자신의 업무나 과제에 몰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근 몇 년 안에 프랜차이즈 카페에 들러 봤다면 절대 모를 수 없는 광경이다. 이제 '카공족'은 어느 카페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이 곳에서 공부나 업무를 하는 것도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게 되었다. 한국리서치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10대, 20대 학생의 경우 근 1년 안에 한 번 이상 '카공' 경험이 있다고 한 비율이 64%에 육박한다.


그렇다면 카페가 공부 스팟으로 인기를 끌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사람이 디저트나 음료를 먹으면서 편안하게 공부할 수 있다거나, 다른 사람들과 만나서 함께 스터디 모임을 가지기에 편리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하지만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공통 의견은 바로 '카페에서 공부하면 상대적으로 집중이 잘 되고 능률이 오른다'는 것이다. 흔히 생각하는 집이나 꽉 막힌 독서실 책상보다도 오픈된 공간인데다 손님이 수시로 오가는 카페가 집중력에 더 좋은 영향을 준다는 것은 믿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카공'의 매력에 빠지게 되는 것에도 숨겨진 이야기, 마음의 비화가 존재한다. 바로 호손 효과(Hawthorne Effect) 때문이다.



타인의 시선에서 오는 호손 효과


호손 효과는 경영학은 물론 행동심리학에서 자주 사용되는 용어다. 이는 지켜보는 관찰자의 존재 여부에 따라 사람의 행동에 차이가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인식하면서 본래의 의도나 행동자의 천성과는 다른 행동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이때, 호손 효과는 이 상황에서 작업의 능률이나 생산성 등이 향상되는 현상까지 포괄하고 있다. 누군가가 나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 관찰자를 의식하면서 자연스럽게 심리적 긴장감을 가지게 되고, 이로 인해 능률이 오히려 오르게 된다는 것이다.


호손 효과는 하버드 대학교의 엘톤 마요(Elton Mayo) 교수가 미국 일리노이 주의 호손 웍스(Hawthorne Works)라는 공장에서 1927년부터 진행한 실험에서 유래했다. 이 실험은 사실 심리적 효과를 관찰하기 위한 것이 아닌, 단순히 작업장 환경이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은 조명의 밝기를 조절함으로서 그에 따른 변화를 관찰하고자 했다. 그러나 실험 결과 밝게 한 곳이나 어둡게 한 곳이나 실험 전보다 생산성이 증가했다. 실험이 진행되는 동안 근로자들은 연구자가 자신을 관찰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여 일을 더 열심히 하였고, 근무 환경과 관계없이 높은 생산성을 보이게 된 것이다.


마요 교수는 1928년 면접 실험을 통해서 이 효과를 한번 더 증명하고자 했다. 2년에 걸쳐 이들은 21.126명의 종업원을 일일이 심층 면접했는데, 이러한 환경에서 알게 된 것은 종업원들이 받는 월급이나 물리적인 근무 환경보다는 상급자에 대한 불만이나 주변 동료들과의 유대 등 감정적인 요소에 더욱 큰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호손 효과를 완벽하게 뒷받침해 주는 근거는 아니었지만 이는 물리적 요인 이외에 개인의 감정이 생산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입증해 주었다.



오늘 집중이 안 된다면, '카공' 어떠세요?


일반적으로 생각할 때, 카페에서는 다른 경우보다 작업 능률이 떨어져야 한다. 조용하고 집중이 쉬운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은 것은 물론, 주변에 시선을 빼앗을 만한 요소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수많은 손님들이 서로 간의 무의식적인 감시자가 되어 능률의 상승을 일으킨다는 것은 심리적 작용이 사람의 생산력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에 대한 방증이기도 하다. 


호손 효과는 조직의 경영 및 관리에서 비물질적 요인이나 감정적, 정서적 요인의 중요성을 인지하게 해 주었다. 카페에서 높은 생산력을 보이는 사람들의 사례가 많아지면서 이제는 개방형 업무 사무실이나 카페에서 회의를 진행하는 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게 되었다. 어쩐지 오늘따라 할 일이 잘 되지 않는다면, 하루쯤은 내 마음을 위해 '카공'을 시도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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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옥, 박재희. (2023). 액션캠 사용 여부가 작업절차 위반에 미치는 호손 효과에 관한 연구: PSM 사업장을 중심으로. 대한인간공학회지, 42(3), 225-234, 10.5143/JESK.2023.42.3.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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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9-25 22: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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