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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김정현A ]


옷 이미지 / Pixabay

필자가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하는 말이 있다. 바로 “나 작년 이맘때 뭐 입고 다녔지?”이다. 분명 옷을 사뒀는데 옷장을 열면 입을 옷이 없다. 그리고 수많은 옷 중에서도 입는 옷은 늘 정해져 있다. 과연 나만 그럴까 싶어 또래의 주변 지인들에게도 물어봤다. 그런데 그들도 필자와 마찬가지로 매 계절마다 옷으로 고민하고 있었다. 옷을 고르는 데만 꽤 많은 시간을 쓴다는 이도 있었다. 그렇다면 매번 옷이 없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떨어지는 옷의 가치


 

옷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분명히 잘 입을 것 같아서 샀는데 막상 집에 와서 다시 보니 마음에 안 들었던 적이 다들 한 번쯤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입으려고 시도는 해보지만, 매치할 옷이 없다거나 은근 나한테 애매해 보여 결국 옷장 안에 도로 집어넣게 되는 것이다. 또한 유행 타는 옷을 샀다가 시간이 지나고 보니 촌스러워 보일 때도 있다. ‘언젠간 입겠지’라는 생각에 쉽게 버리지도 못해 옷장에는 옷이 하나둘씩 쌓여간다. 그렇게 옷의 가치는 조금씩 떨어진다. 

 


사회적 자아


 

자아상과 사회적 민감성의 관계도 옷이 없다고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다. 우리는 모두 사회적 자아를 지니고 있다. 사회적 자아란 구성원 개인이 가진 사회적 가치와 정체성을 뜻한다. 이는 청소년기에 더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 청소년기는 인생의 어느 시기보다도 자의식이 증가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때 ‘가상적 청중’이라는 인지적 왜곡 현상에 빠지기도 한다. 즉, 청소년이 자기 생각을 개념화할 수 있듯이 타인의 생각도 개념화하지만, 자신과 타인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청소년들은 외모를 비롯한 겉모습에 몰두하기 때문에 다른 또래들도 외면에 집중하고 있을 거로 생각한다. 

 

또한 청소년은 높은 자기도취적 욕구를 지니고 있어 현실적 자아와 이상적 자아의 괴리가 커질 위험이 많다. 따라서 다른 사람 앞에서 실수하거나 평가받는 두려움이 증가하고 예민함을 느낀다. 이들은 타인에 대한 피해 의식이 아닌 자신의 겉모습을 타인이 이상하게 볼까 두려워하는 것이다. 이처럼 자아상이 낮은 청소년은 사회적 불안 혹은 대인 공포를 보일 가능성이 높으며, 뒤처지지 않기 위해 옷차림에 더 신경 쓴다. 따라서 자아가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결핍을 옷을 이용해 채우려고 한다. 

 


쇼핑 중단 프로젝트


 

필자는 사도 사도 옷이 없다고 느껴지는 현상을 바로잡고 싶었다. 그러던 중 책 <옷장은 터질 것 같은데 입을 옷이 없어!>를 접했다. 저자는 필요하지 않은 옷까지 잔뜩 사버리는 습관을 고치기 위해 1년간 옷 안 사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지금까지는 내 취향이 아닌 것이라도 “어차피 세일이니까 모험 한 번 해보지”라며 샀던 적이 있습니다만, 이제 ‘모험’은 하지 않습니다. ‘모험’의 실패가 옷장을 빵빵하게 했으니까요. 내 옷장에 취향이 아닌 옷은 필요 없습니다.


<옷장은 터질 것 같은데 입을 옷이 없어!> 中 



저자는 프로젝트가 인생을 바꿔준 계기라고 했다. 옷을 소중히 여길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옷이 낡거나 보풀이 일어나면 “새 옷을 또 사면 되지”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새로운 옷을 살 수 없게 되니 “가지고 있는 옷을 소중히 여겨야 해”라며 의식이 바뀐 것이다. 대신 보풀을 꼼꼼히 정리하고, 변색된 옷은 표백하며 옷의 품질을 보존했다. 

 

저자의 가치관도 서서히 바뀌었다. 저자는 패션이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수단이 아닌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기존에 갖고 있던 옷들을 보며 자신의 취향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저자는 절대 무리라고 생각했던 프로젝트를 달성함으로써 자신감이 생겼고, 이후 도전해 보고 싶었던 일을 차례로 도전할 수 있었다.

 


혹시 필자처럼 옷 때문에 고민한 독자가 있다면 책을 참고해 쇼핑 중단하기 프로젝트를 진행해 보는 걸 권유한다. 급급하게 옷장에 여러 옷을 채우기보단 있는 그대로 나를 표현해 보는 게 어떨까. 내가 필요한 것과 좋아하는 것을 명확히 알고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는다면 옷에 대한 고민을 조금씩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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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마쓰오 다이코. 2020. 옷장은 터질 것 같은데 입을 옷이 없어!. 앳워크

신민섭. 1996. 청소년의 자아상과 사회적 민감성간의 관계에 대한 연구: 자아상-우울-불안-사회적 민감성간의 구조적 관계분석. 대한소아ㆍ청소년정신의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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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10-02 14: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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