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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고다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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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일상 하나하나 SNS를 통해 공유하는 것이 당연해진 시대에서 최근 ‘#오운완, #바프, #운동하는여자, #헬린이’ 등의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인스타그램 속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이 달린 게시글은 이미 600만 개가 넘어가고 이외에 다른 운동 관련 해시태그도 80만 개는 기본으로 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처럼 우리는 몸 관리가 일상화된 시대에 살고 있다. 탄탄하고 건강한 몸, 날씬하고 섹시한 몸을 목표로 삼고 계획적으로 자신의 몸을 관리하는 사람은 자율적이고 성실하며 자기관리가 철저한 것으로 비친다. 이 사회에서 인간의 ‘몸’은 더 이상 고정된 본질적인 속성을 갖는 자연적 실체로 인식되지 않는다. 몸은 시간과 금전을 투자해서 끊임없이 ‘재구성’해야 할 대상으로 설정되고 있고 자아를 표현하는 대표적인 수단으로 부각되고 있다(임인숙, 2002, p.183).




'정상적'인 몸?


도서 <처음 만나는 문화인류학> 속 김은실의 「몸을 통해 문화를 본다」는 미에 대한 기준 혹은 몸에 대한 지배적인 이미지가 각 사회의 지배 집단이 정한 가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몸은 결코 어떠한 가치를 통해 평가할 수 없지만, 우리는 개인이 속한 사회나 문화에 따라 정상적이고 일반적인 몸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보았다.


한국 사회에서도 ‘정상적인 몸’을 상정할 때 정작 정상인들은 자신들을 정상이라고 인식하지 않다가 장애인의 비정상적인 몸을 보고 나서야 정상적인 몸에 대해 인식하게 된다. 정희진(2020)은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건강으로도 경쟁하고 아픈 사람을 보며 ‘안도감’을 느끼며 아픈 사람은 낙오자가 되어버린다고 이야기한다. 건강도 계급이 매겨지게 되면서 한국 사회의 사회적 약자로 여겨지는 ‘건강 약자’는 사회적 무력감을 느끼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겉으로 보이는 모습뿐만 아니라 건강까지도 그 사회가 갖는 몸에 대한 가치와 연관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미디어가 내리는 아름다움의 정의


최근에는 본인의 노력과 투자에 따라 몸의 기능과 형태는 얼마든지 원하는 대로 바뀔 수 있다는 믿음이 커졌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운동, 성형 등 자신의 몸을 개조할 수 있는 수단에도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각종 언론매체에서는 소위 ‘뚱뚱한’ 사람들이 도전 기간동안 열심히 다이어트 후 달라진 모습을 극찬하고 찬양하며 ‘몸이 변하면 삶도 변한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리고 그걸 바라보는 시청자는 자신도 저런 모습이 되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게 된다.


TV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출연자의 다이어트 전 육체 혹은 맨몸을 공개하고 이러한 관리되지 않은 육체는 시청자의 웃음을 유발한다. 2007년에 화제가 되었던 ‘개그콘서트’의 ‘헬스걸’이 그 예이다. 100kg이 넘는 여성 출연자들이 체중 감량에 성공한 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부러움의 시선으로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조성식, 이수연, 2012). 여기서 다이어트의 목적은 건강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닌 자아존중감과 자기 실천이라는 일종의 성취와 능력을 얻기 위함으로 의미가 변질되고 맹목적인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기 시작하였다. 마르고 날씬한 몸매를 통해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전통적 여성성과 자기관리, 자기 절제라는 남성적 가치를 동시에 보여주기 위해 여성은 끊임없이 다이어트에 시달리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이 김은실(2007)은 여성의 몸에 남성 중심의 지배가치가 실현되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출처 메트로신문

그뿐만 아니라 2011년부터 5년간 방영했던 메이크오버쇼 'Let 美人‘에 출연한 지원자는 대부분 젊은 여성들이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자신의 외모 콤플렉스를 밝히고, 적극적으로 인생을 바꾸기 위해 노력한다. 이 프로그램의 소개처럼 ‘자신의 자존감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통해 매체 자본과 성형의학 자본이 강력한 문화권력 카르텔을 만들어내기 시작한다(이수안, 2016).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지금도 다이어트 식품, 건강보조식품 등 각종 몸 관리 제품과 피부 관리실 등 몸을 가꿀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등장하고 있으며 이것들은 여성들의 몸에 대한 인식에 있어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어떤 몸이 ‘아름다운’ 몸인지 정의를 내림으로써 무의식적으로 그 정의에 맞는 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게 만든다. 또한 여성들의 아름다움이 사회적 지위라 여겨지고 이들의 가치가 주로 외모로 평가됨으로써, 여성들의 능력은 다른 부류보다 발휘할 수 있는 길이 더 차단되어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항상 건강하고 날씬한 몸을 요구받고, 이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은 ‘자기관리를 하지 않는 사람’, ‘성실하지 않은 사람’으로 낙인찍히는 사회다. ‘#오운완’이 쓰여있는 게시글을 보며 괜한 자괴감을 느끼고 ‘#바프(바디프로필)’을 보며 선망의 시선으로 그 사람을 바라보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사실은 사회에 존재한 규칙과 규범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우리는 자신의 몸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며, 사회적으로 정해진 기준과 규범에 묶여있지 않고 자기 몸의 주체성을 가져야만 한다. 우리의 몸은 우리의 소중한 자산이며, 자기 관리와 건강을 위해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자기 존중의 표현과도 같다. 따라서 우리는 자신의 몸을 소중히 여기며, 외모나 사회적 평가에 갇히지 않고 개인의 가치를 찾아가는 노력을 계속해야 할 필요가 있다.




참고문헌

한국문화인류학회. (2007). 처음 만나는 문화인류학. 일조각.

임인숙. (2002). 한국사회의 몸 프로젝트: 미용성형 산업의 팽창을 중심으로. 한국사회학, 36(3), 183-204.

건강을 잃으면 다 잃는다? [경향신문]. (2020).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002112042025 

조성식, 이수연. (2012). TV 코미디 프로그램에 나타난 운동하는 여성의 몸과 다이어트에 관한 사회문화 담론. 한국체육학회지, 51(5), 75-84.

이수안. (2016). 대중매체와 성형의료산업의 연동 구조 속 여성 몸 이미지 전형의 재강화 기제와 포스트페미니즘 해석의 모순적 공존: TV 메이크오버쇼 이미지 내러티브 분석을 중심으로. 한국여성학, 32(2), 7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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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5-09 15: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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