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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벌레가 된다: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과 정체성 구축에 대하여
  • 기사등록 2021-04-05 13:19:19
  • 기사수정 2021-04-05 13: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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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이승현 ]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가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침대 속에서 한 마리의 흉측한 갑충으로 변해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카프카, p.7).

 

변신을 쓴 작가 프란츠 카프카는 현대인의 불안감과 소외감을 예리하게 표현하는 실존주의 문학의 대표 작가이다. 낮에는 보험국 관리로 일하고 밤에는 문학에 전념했던 그는 특히 바쁜 일상 속 신음하는 현대인들의 심리적 부담감과 그로 인한 정체성 상실을 소설 변신을 통해 그려내고 있다. ‘’ 보다 ‘이 우선시 되는 상황과 경제능력이 사라지면 벌레로 전락해버리는 상황은 마치 현대인의 자화상을 그린 것과 같다.

 

주인공 그레고르는 어느 날 아침눈을 떠보니 다지류 갑충으로 변신해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혐오스러운 벌레로 변신한 자신을 눈 앞에 두고도출근 시간에 늦어버린 직장에 대한 불안과 부모님의 빚을 갚아야 한다는 사실에 침대를 빠져나가려 애쓴다. 직장에 가지 않는 그를 재촉하고 협박하기 위해 찾아온 가족들과 지배인은 벌레로 변한 그레고르를 발견하고 패닉에 빠진다. 벌레로 변하기 전,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일생을 다 바쳐온 그레고르는 이제 방 안에 갇힌 짐 덩이 신세가 되고 만다. 징그럽고 무능력한 그를 가족들은 핍박했고 외면했으며, 더 이상 그는 가족 구성원 중 한 명이 아니게 되었다. 극도의 소외감을 느낀 그레고르는 결국 자신의 방에서 쓸쓸하게 죽은 시체로 발견되고가족들은 드디어 짐 덩이에서 해방되었다는 자유를 느끼며 소풍을 가는 것으로 소설은 마무리 된다. 

 

소설 변신은 그레고르 잠자의 벌레화가 진행되는 과정과 그의 가족들 또한 그레고르의 벌레화를 통해 변신해 나가는 과정 두 측면을 담고 있다. 그렇다면 그레고르는 애초에 왜 갑자기 끔찍한 벌레로 변신하게 된 것일까늙은 부모와 무기력한 여동생을 책임지기 위해 그는 평생을 일벌레로 살아왔다. 일과 집 이라는 반복된 생활 속에서 그는 를 지워 버리고 직장과 생계비 라는 두 가지 목표로 자신을 정의해 왔던 것이다. 이렇게 그는 자신의 본질을 상실해 비인간적 상태에 놓이게 되었고, 이는 곧 자기 소외’ 와 정체성 상실로 이어졌다. 사회 속에서 ‘는 자기 자신이 아닌 특정 업무를 담당하는 부품이 되고, 인간 관계 속에서 는 능력의 유무 비교를 통해 가치를 평가 받는 것이다. 그레고르는 벌레로 변한 후에도 그의 모습이 아니라 가장 먼저 직장에 지각한다는 불안감에 지배되었다. 이렇게 를 지워버린 그에게서 인간성 혹은 정체성을 찾아볼 수 없었기에 그는 벌레로 전락해 버렸고, 벌레라는 운명에 순응해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끔찍한 벌레화는 그레고르에게 두터운 정체성이 있었다면 진행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정체성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현대인들에게는 쉼표가 필요하다. 즉, 복잡한 인간 관계 속, 일로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거리를 두고 나 자신에 눈을 돌릴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 단순히 가까운 지인들과 함께 여가생활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잠시 고독 속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여유를 가져 보는 게 어떨까흔히 고독은 외로움과 우울감을 동반한다고 오해 받는 단어이다. 그러나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고독을 나와 함께하는 상태로 정의하며,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모든 복잡했던 생각들이 정리된다고 말한다. 고독을 통해 현대인은 수많은 외부 혹은 내부 요인으로 인해 작아졌던 자존감을 성장 시킬 수 있고남이 생각하는 가 아닌 자신이 바라보는 를 발견할 수 있다. 

 

소설 변신은 사회의 중압감을 견디지 못한 현대인들의 모습을 주인공 그레고르를 통해 보여준다, 동시에 소설은 정체성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일종의 경고 메세지를 보내며탄탄한 정체성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때문에 우리는 고독이라는 시간을 가지면서 자신과의 대화부터 시도해 나가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참고문헌 

프란츠 카프카, ‘변신’ 한나 아덴트 (1953). Ideology and terror: A novel form of government. Notre Dame, IN.

이미지 출처: https://www.google.com/url?sa=i&url=https%3A%2F%2Fbbs.ruliweb.com%2Fcommunity%2Fboard%2F300143%2Fread%2F44458722&psig=AOvVaw16jswM1D79-e95VNE8zSUR&ust=1617062703969000&source=images&cd=vfe&ved=2ahUKEwjcqNWRmtTvAhUMDd4KHfmHA_oQr4kDegUIARDNA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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