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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유영서 ]



길을 걷다 우연히 들린 노래에 학창 시절이 떠올라 옛날 생각을 해본 경험이 한 번쯤은 모두 있을 것이다. 어린 시절 아빠 차를 타고 놀러 가는 날 듣던 노래, 수학여행 가는 날 버스에서 나오던 노래, 대학교 입학 후 모든 게 낯설던 새내기 시절 자주 듣던 노래 등 듣기만 하면 특정 기억이 바로 어제 일처럼 떠오르는 노래들이 있다. 때로는 기억뿐만 아니라 그때의 감정까지 생생하게 되살아나곤 한다. 사람들은 왜 음악을 통해 과거를 떠올리고 추억하게 될까? 음악이 특정 기억의 매개체가 되는 이유에 대해 알아보자.

 

음악의 효과


 

음악을 듣는 행위는 단순히 심심함을 달래는 용도를 넘어서서 더 큰 효과를 주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로는 기억력 저하를 겪고 있는 치매 환자들에게 음악이 효과적인 치료 도구가 된다는 것이다. 영국의 앵글리아 러스킨 대학교에서 음악치료를 연구하고 있는 밍훙쉬와 레베카 앳킨슨에 따르면, 뇌를 재생시켜주는 음악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듣는 사람의 마음에 드는 친숙한 곡으로, 좋아하는 음악을 들었을 때 쾌감을 느끼는 호르몬이 분비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이 매커니즘은 알츠하이머병이나 기타 치매와도 관련이 있는데, 2018년 알츠하이머 환자에게 좋아하는 음악을 듣게 한 연구에서는 음악의 기억과 관련된 뇌 영역은 다른 뇌 영역에 비해 치매의 영향을 덜 받는 것으로 밝혀졌다. 아무리 치매 환자일지라도 자신이 좋아했던 곡을 기억하는 경우가 흔한 것은 이 연구결과를 뒷받침한다고 볼 수 있다. 또 2024년 발표된 한 연구에서는 치매 환자가 좋아하는 음악을 반복해서 들으면 심박수가 반응하여 변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음악에 맞춰 노래를 하거나 노래를 들으며 추억에 잠길 때에도 마찬가지로 심박수가 변화했다. 이러한 변화는 음악이 신체적 반응 및 기억 상기, 감정 변화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보여준다.1)

 

연상 기억


 

연상 기억이란 뭘까? 바로 특정한 노래와 사건처럼 서로 간에 관련이 없는 항목들 사이의 관계를 기억하는 능력이다. 어떤 노래를 듣자마자 초등학교 운동회 때의 기억이 떠오르는 것처럼 말이다. 심리학자들은 19세기부터 연상 기억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는데, 연상 기억 형성에 관련된 구조를 뇌의 중앙인 측두엽에서 발견했으나 최근까지도 관련된 특정 세포가 무엇인지, 어떻게 제어되는지는 정확히 규명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학교(UCI) 신경과학자들은 최근 뇌의 기억 중심에서 새로운 연상 기억을 얻는 데에 관련 있는 특정 뉴런을 발견했고, 이러한 연상 기억 뉴런들이 어떻게 조절되는지에 대해서도 밝혀냈다. 이번 연구에서는 팬세포라고 불리는, 측두엽 피질에 있는 특정 세포가 새로운 연상 기억 획득을 위해서 필요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 세포들이 보상이나 쾌락의 경험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뇌 화학물질인 도파민에 의하여 조절된다고 보고했다. 이번 발견은 기억이 뇌에서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이해하는 퍼즐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연상 기억 능력은 알츠하이머병, 치매 등과 같은 신경 퇴행성 질환에서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기억들이 어떻게 형성되는지에 대한 신경생물학적 매커니즘을 파악하는 것은 알츠하이머병에서 연상 기억 능력 상실을 늦추는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인 셈이다.2)

 

음악과 함께 흐르는 시간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기 중 하나로 꼽히는 10대 후반, 그리고 20대 초반에 들은 음악들은 더욱더 우리의 머릿속에 강하게 각인된다. 자아 정체성을 형성하는 시기에는 모든 것을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며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기사를 쓰고 있는 나 또한 그 시기에 좋아하고 자주 듣던 음악들을 오래 기억하며 그 순간의 감정을 불현듯 다시 느끼곤 한다. 하지만 그 시기에 들은 음악들만 추억이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에 듣는 노래들도 언젠가는 기억의 매개체가 되어있을 것이다. 스스로 의식하지도 못한 사이에 특정한 기억들을 영원히 머릿속에 저장하여 먼 훗날 꺼내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더 다양한 음악을 듣고 다양한 감정을 느낀다면 또 다른 하나의 추억이 만들어져있을지도 모른다.

 

*참고문헌

 

1) 김정은, 음악의 힘, 뇌세포 복구해 치매 진행 속도 늦춰, 데일리포스트, 2024.10.17.

2) 이보현, "노래 들으면 특정 기억 떠올라"…어떤 원리?, 코메디닷컴, 2021.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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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8-05 09: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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