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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소에 도착한 건 해가 중천에 뜬 시간이었다.

기차에서 내려 걷기 시작하자, 

짙은 흙냄새와 함께 거친 군가 소리가 귀를 때렸다.

도윤은 무거운 군화를 질질 끌며 대열에 섰다.

대대장은 낯빛이 검게 그을린 사내였다.

그의 목소리는 훈련소의 공기를 찢어버릴 듯 날카로웠다.


“이곳에 들어온 순간부터 너희는 민간인이 아니다!”


한마디 한마디가 땅 속으로 박히는 못 같았다.

훈련은 가차 없었다.

구보, 사격, 야간 행군, 그리고 끝없이 이어지는 구령.

도윤은 땀과 먼지에 범벅이 된 채 하루를 버텼다.

밤이 되자 막사 안은 숨죽인 신음소리로 가득 찼다.

누군가는 발목을 주무르고, 누군가는 가족 사진을 꺼내 보았다.

세진은 몰래 담배를 꺼내 도윤에게 건넸다.


“이럴 땐 한 대 피워야지.”


연기는 막사의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다.

이틀 뒤, 예상치 못한 명령이 떨어졌다.


“전방 배치 준비!”


아직 기본 훈련도 끝나지 않았지만, 전선이 무너졌다는 소식이었다.

누구도 그 말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트럭에 오를 때, 하늘은 낮게 깔려 있었다.

먹구름이 금방이라도 비를 쏟아낼 듯 무겁게 내려앉아 있었다.

차가 울퉁불퉁한 비포장 길을 달릴수록, 숨은 점점 더 가빠졌다.


첫 총성은 생각보다 가까웠다.

산 아래 마을로 들어서자마자, 귀를 찢는 듯한 폭음이 울려 퍼졌다.

누군가의 비명이 뒤따랐다.

총알은 공기를 가르며 지나갔고, 흙먼지가 얼굴에 튀었다.

도윤은 본능적으로 몸을 웅크렸다.

심장이 목구멍까지 치솟았다.

손에 쥔 소총이 땀에 젖어 미끄러웠다.


“사격 위치로!”


구령이 떨어졌지만, 손가락은 방아쇠 위에서 굳어 있었다.

눈앞의 집 벽 너머로 총구가 번쩍였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총성이 다시 울리고, 도윤의 옆에 있던 병사가 그대로 쓰러졌다.

피가 흙바닥에 번져갔다.

숨이 목에서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도윤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사람이… 죽었다.’


그제야 전쟁이 현실로 다가왔다.

훈련소의 고함도, 교관의 욕설도, 

그 어떤 것도 준비시켜주지 못한 순간이었다.

세진이 도윤을 강하게 밀쳤다.


“엎드려! 죽고 싶어?”


그제야 몸이 움직였다.

하지만 머릿속은 여전히 하얬다.


첫 총성과 첫 피.


그건 결코 잊히지 않을 기억이 되었다.




작가의 말 :

3화에서는 도윤이 전선에 도착해 처음으로 전쟁의 '현실'을 마주하는 장면을 담았습니다.

총성, 피, 그리고 죽음은 단지 이야기 속의 소재가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았던 이들이 실제로 마주한 순간이었죠.

다음 화에서는 전투 속에서 벌어지는 혼란과, 

첫 사살이 도윤의 심리에 남기는 깊은 상처를 다룰 예정입니다.

함께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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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8-05 14: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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