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기사수정

[한국심리학신문_The Psychology Times=신선경 ]



사이코패스(Psychopath), 흔히 '사이코'라고 지칭하기도 하는 이 단어는 '정신의'라는 뜻의 접두어인 'psycho'와 '결핍, 이상'을 뜻하는 접미어인 'path'가 결합된 것으로, 반사회적 인격장애의 일종으로 이해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이코패스'라고 하면 살인, 강간 등의 중범죄를 저지르는 무시무시한 범죄자들을 연상하곤 하지만, 실제로 사이코패스 가운데에는 범죄형 사이코패스뿐 아니라 '성공한 사이코패스'도 존재한다.1) 


                         



성공한 사이코패스라는 단어를 처음들은 사람은 고개를 갸우뚱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성공'이라는 긍정적 단어와 '사이코패스'라는 부정적 단어로 구성된 이 합성어는 모순적이고 부적절해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성공한 사이코패스'가 무엇인지 알아보기 전에, 누가 '사이코패스'인지 알아보도록 하자.  



사이코패스의 개념과 그 수 



100여 년의 임상연구에도 불구하고, 사이코패스에 대한 자료는 턱 없이 부족하며 그 개념은 아직까지 혼동되고 있다.2) 하지만 현실에서 사이코패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개념은 필요하기에, 사이코패스 진단표(PCL-R)를 통해 사이코패스의 개념을 추상적이나마 확인하고 있다. 이 표는 대인관계 항목, 정서 항목, 생활방식 항목, 반사회성 항목의 총 4가지 항목으로 나누어 사이코패스 여부를 진단한다. 다음의 표는 진단표의 설문 항목이다. 





- 사이코패스 진단표(PCL-R) -


위의 진단표를 통해 사이코패스로 진단받았거나, 받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전체 인구의 0.5-1.0%를 차지한다.3) 생각보다 적은 비율에 체감상 사이코패스가 특수한 형태의 성격장애이고 우리 주변에서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전 세계 인구가 거의 80억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약 800만 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수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많은 수의 사이코패스들은 사실 본인이 사이코패스인지 알지 못하고 살아간다. 즉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는 '범죄형 사이코패스'가 또 다른 누군가는 '성공한 사이코패스'가 되어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우리를 떨게 만드는 범죄자, 범죄형 사이코패스



우리가 알고있는 일반적인 사이코패스 유형인 '범죄형 사이코패스'는 흔히 언론을 통해 접하는 범죄자들을 떠올려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과도하게 공감능력이 결핍되고,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며, 상대방의 고통에 무감각할 뿐 아니라 자신의 행동에 무책임한 그런 사람들 말이다. '나영이 사건의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 '어금니 아빠 이영학' 등의 범죄자들이 그 예시가 될 수 있다.



성공한 사이코패스는 이러한 범죄형 사이코패스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다. 



범죄형과는 다른 성공한 사이코패스, 그 정체는?



범죄형과 성공형의 사이코패스는 모두 '자신들의 행위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내리는 평가와 시선에는 관심이 없다는 점'에 있어서는 다른 일반 시민들과 비교해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성공형은 범죄형과 달리 평가와 시선에는 큰 의의를 두지 않지만, 자신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을 무책임하거나 충동적으로 행하지는 않는다. 즉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범죄형 사이코패스와는 달리 성공한 사이코패스가 가지고 있는 특성은 바로 "자기통제력"이다. 



반면, 범죄형은 스스로를 컨트롤 할 수 없다. 충동적이고, 자기 통제력이 없으며, 무책임하고, 자아도취적일 뿐 아니라, 무계획적인 반사회적 성향을 보인다. 



우리가 성공한 사이코패스에게 끌리는 이유  



이처럼 '자기통제력'을 가진 '성공한 사이코패스'들의 경우, 일반인들은 그들이 성격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 어려울 뿐 아니라, 그들의 매력적이고 유혹적인 행태에 쉽게 빠져들어 열광하기도 한다. 왜 우리는 이러한 심리적 현상을 보이는 것일까? 그 이유는 성공한 사이코패스의 성향모든 사람들에게 내재되어 있는 사이코패스적 성향에서 찾을 수 있다. 


1) 성공한 사이코패스의 성향 


더튼에 따르면 성공한 사이코패스는 일반적으로 '7가지 성향'을 지닌다고 하는데, 이러한 7가지 성향이 적절하게 조합되면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는 사이코패스가 되는 것이고, 조합이 한계의 선을 넘게되면 폭군으로 치닫게 된다고 한다. 그 7가지 성향으로는 ① 무자비함(Ruthlessness), ② 매력 (Charm), ③ 집중하는 능력(집중력, Focus), ④ 정신적 강인함(Mental Tough- ness), ⑤ 두려움 없음(겁없음, Fearlessness), ⑥ 현실직시(Mindfulness), ⑦ 실행력(Action)이 있다.4) 이러한 성향은 양날의 검과 같아서 잘만 사용한다면 상당히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이지만, 잘못 사용한다면 극단적으로 무모해질 수 있다. 하지만 바로 전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바로 우리가 성공한 사이코패스에게 끌리게 되는 이유이다.  


조금 더 이해하기 쉽게 예를 들어보자. 가령 '불이 났을 때 불 속에 갇힌 사람을 구하기 위해 맨 몸으로 불 속에 뛰어드는 행위'는 성공한 사이코패스의 대표적인 예이다. 그들은 불이 났을 때 현실을 직시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단한 집중력과 정신적 강인함을 가지고 두려움 없이 불 속으로 직진한다. 즉 자신이 불이 난 건물에 뛰어들어 그 속에서 사람을 구해낼 수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과도하게 나르시스적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성공한 사이코패스가 자신을 말리려는 다른 이들에게 무자비하게 굴더라도, 타인들은 성공한 사이코패스들이 가진 일종의 우월감과 능력에 도취되어 그들을 매력적으로 느끼게 된다. 심지어는 본인이 하지 못하는 것을 용감하게 해내는 그들에게 경외심을 느끼기도 한다. 

(이 예시는 불 속으로 뛰어들어 타인을 구하고자 선한 마음을 사이코패스의 무모한 행태로 매도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성공한 사이코패스의 특성을 고려한 일종의 예시일 뿐이다.) 


2) 모든 사람들에게 내재되어 있는 사이코패스적 성향 


앞서 전 세계인의 약 0.5 - 1.0%의 인구가 사이코패스에 해당한다고 했지만, 정확히 사이코패스 진단을 받지 않았을 지언정 모든 사람의 내면에는 누구나 사이코패스적 성향이 약간씩은 존재한다. 하지만 7가지 성향 중 극히 일부만 지니고 있거나, 자신이 그런 성향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쉽게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알지 못했을 뿐이다. 가령 팀 활동 중 성취욕구가 굉장히 강한 사람이 자신의 성취를 방해하는 팀원을 무자비하고 냉담하게 꾸짖거나, 자신의 성취를 위해 거짓말을 일삼는 등의 행태를 보이는 경우 역시 일부 사이코패스적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모든 사람들의 내면에 이러한 성향이 일부 내재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를 표출할 수 있는 성향까지 함께 갖추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그들은 그들이 내면에서 표출하고자 하는, 그러나 표출하지 못하는 성향을 당당히 표출해 내는 '성공한 사이코패스'를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살인범이나 절도범을 멋지게 잡아 훌륭한 시민이 되고 싶다라는 위험하고 나르시스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두려움이 많아 이를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었는데, 다른 지나가던 성공한 사이코패스가 절도범을 멋지게 잡아 제압한 경우 그들은 사이코패스에게 끌리게 되는 것이다.  



1) 한정선(2020). 범죄형 사이코패스와 성공한 사이코패스.신학과세계. 99, 446. 

2) 로버트 D. 헤어(Robert D. Hare) 지음. 조은경/황정아 옮김(2005). 진단명: 사이코패스, 우리 주변에 숨어 있는 이상인격자(Without Conscience: The Disturbing World of the Psychopaths among Us). 서울 : 바다출판사 

3) 이현수(2019).뿌리 없는 광란 사이코패스. 서울: 학지사

4) 케빈 더튼(Kevin Dutton) 지음, 차백만 옮김(2013). 『천재의 두 얼굴, 사이코패스(The Wisdom of Psychopaths)』. 서울: 미래의 창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읽고서는 굉장히 기분이 나빠질 수 있다. "뭐? 내가 사이코패스적 성향이 있다고?, 지금 이사람이 뭐라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사람이 하나의 성격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예민한 성격의 사람이라도 기분이 굉장히 좋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는 사랑스러운 성격으로 바뀌기도 하듯이, 사람이라는 인격체는 그 안에 다양한 종류의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의학적 현상일 뿐이다. 따라서 사이코패스적 성향이 있다고 해도 당신은 지극히 정상인이니, 걱정하거나 자신의 증오할 필요는 없다. 그저 이 글을 읽고 또 다른 나의 모습, 나의 행태를 알게 되었다고 느꼈으면 좋겠다.

TAG
1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psytimes.co.kr/news/view.php?idx=3609
  • 기사등록 2022-05-20 12:57:56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