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가은A
[한국심리학신문=김가은A ]
2025년 채용 시장의 핵심 트렌드는 ‘스펙’도, ‘경력’도 아닌 바로 ‘모티베이션 핏(Motivation Fit)’이다. 이는 지원자의 역량보다도, 그 사람이 왜 일하려 하는지, 무엇에 가치를 두고 있는지, 그리고 업무에서 어떤 의미를 찾는지에 주목하는 흐름이다. 말하자면, ‘할 수 있는 사람’보다 ‘하고 싶은 사람’을 우선시하는 것이다.
이미 글로벌 선도 기업들은 지원자의 ‘내적 동기’와 조직의 가치가 얼마나 잘 맞는지를 주요 채용 기준으로 삼고 있다. 구글(Google)은 단순히 회사 문화에 잘 맞는 사람을 찾는 것을 넘어, 직원이 구글의 미션과 목표에 깊이 공감하며 자발적으로 동기 부여를 받을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본다. 사우스웨스트항공(Southwest Airlines)은 행동 기반 면접(behavioral interview)을 통해, 지원자가 회사 가치와 일치하는 열정과 태도를 지니고 있는지를 평가한다. 단순한 적합성보다도, 기본 직무 이상을 수행할 수 있는 내적 에너지와 헌신 의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넷플릭스(Netflix)는 독특한 조직문화인 '자유와 책임(Freedom and Responsibility)'을 기반으로, 지원자가 자율적인 환경에서도 스스로 동기를 유지하며 책임감을 갖고 일할 수 있는지를 본다.
이처럼 조직과 개인이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가’가 맞아떨어질 때, 높은 몰입도와 성과, 장기적 성장 가능성이 함께 따라온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HR 업계 관계자는 “조직에 잘 녹아들면서 동시에, 회사와 함께 성장하려는 직원이 최근 기업이 가장 선호하는 유형”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다. 조직행동론과 심리학에서는 오래전부터 ‘동기’가 개인의 퍼포먼스와 만족, 조직 내 지속성과 깊은 관련이 있음을 밝혀왔다. 그렇다면, ‘모티베이션 핏’이라는 키워드는 어떤 이론적 기반을 갖고 있을까?
자기결정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
에드워드 디시(좌)와 리처드 라이언(우)
에드워드 디시(Edward Deci)와 리처드 라이언(Richard Ryan)은 인간은 본질적으로 자율성을 추구하며, 원래 즐거웠던 활동도 외부에서 강제되거나 통제되는 방식으로 부과되면 내적 동기를 잃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동기를 내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와 외적 동기(extrinsic motivation)로 구분하였다. 내적 동기는 호기심, 흥미, 성취감, 성장 욕구처럼 개인의 내면에서 비롯되는 자발적인 욕구에 기반하며, 외적 동기는 급여, 보너스, 승진 등의 외부 보상이나 조건에 의해 유발되는 동기를 의미한다. 이론에 따르면, 외적 보상이 지나치게 강조되면 오히려 내적 동기를 약화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일을 순수한 흥미로 시작했더라도, 금전적 보상이 개입되면 그 행위가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해야 해서’ 수행되는 것으로 인식되면서 동기가 저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조직이 개인의 내적 동기를 자극하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지, 그리고 개인이 그 환경에서 자율성과 의미를 느낄 수 있는지는 곧 모티베이션 핏의 핵심 기준이 된다. 즉, 내적 동기를 해치지 않고 오히려 촉진할 수 있는 조직일수록, 지원자와의 동기적 적합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기대이론(Expectancy Theory)
빅터 브롬빅터 브룸(Victor Vroom)은 개인의 동기 수준은 세 가지 요소의 곱으로 결정된다고 보았다. 바로 기대(expectancy), 도구성(instrumentality), 유인가(valence)다.
기대는 “내가 노력하면 실제로 일을 잘 해낼 수 있을까?”에 대한 믿음을 의미하고, 도구성은 “성과를 내면 그에 따른 보상이 주어질까?”에 대한 인식을 뜻하며, 유인가는 “그 보상이 나에게 얼마나 매력적이고 가치 있는가?”를 나타낸다. 이 세 요소는 곱의 관계로 연결되어 있어, 하나라도 낮으면 전체 동기 수준이 크게 떨어진다. 예컨대, 열심히 일하면 성과를 낼 수 있을 것 같고, 그 성과에 따라 보상도 받을 수 있을 것 같지만, 그 보상이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면 동기는 생기지 않는다. 반대로 아무리 보상이 매력적이어도, 성과를 낼 자신이 없거나 성과와 보상이 연결되지 않는다고 느끼면 동기 부여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러한 관점에서 조직은 구성원의 동기를 효과적으로 이끌어내기 위해 몇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먼저, 성과와 목표를 명확하게 정의하고, 그에 따른 보상과 비용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또한 성과와 보상의 인과 관계를 명확하고 투명하게 설명함으로써 구성원이 결과에 대한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마지막으로 직무 목표가 구성원의 역량으로 충분히 달성 가능한 수준인지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조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가'
‘모티베이션 핏’은 단순한 채용 트렌드가 아니다. 이는 개인의 내적 동기와 조직의 가치가 맞닿을 때 비로소 몰입, 성과, 그리고 장기적 성장이 가능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변화다. 이제 채용은 단순히 스펙과 경력으로 가능한 일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왜 그 일을 하고 싶은지를 묻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자기결정이론은 자율성과 의미, 성장 욕구가 동기의 핵심임을 말하며, 기대이론은 성과와 보상 사이의 인과적 신뢰가 동기 수준을 결정짓는다고 본다. 결국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가’이다.
사람의 가능성은 능력 그 자체보다, 그것을 움직이는 동기로부터 비롯된다. 채용의 질문이 바뀌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출처 >
Ryan, R. M., & Deci, E. L. (2000). Self-determination theory and the facilitation of intrinsic motivation, social development, and well-being. American Psychologist, 55(1), 68–78. https://www.researchgate.net/publication/11946306_Self-Determination_Theory_and_the_Facilitation_of_Intrinsic_Motivation_Social_Development_and_Well-Being
Sutton, J. (2024, February 14). Victor Vroom’s expectancy theory of motivation. PositivePsychology.com. https://positivepsychology.com/expectancy-theory/#how-to-use-vrooms-theory-in-the-workplace
반진욱. (2025, 2). ‘컬처핏’ ‘모티베이션핏’ 채용 대세라는데… ‘툭’하면 이직…기업이 찾은 ‘Z세대 감별법’. 매경이코노미,, 5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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