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기사수정

[한국심리학신문=김동연 ]



“66번의 반복이 진실을 만든다.” 올더스 헉슬리가 장편 『멋진 신세계』에 남긴 구절이다. 꾸준한 반복을 예찬하는 듯한 이 문장은 자기 계발의 모토로 삼아도 될 만하나, 한편으로는 진실을 만들기 위한 반복의 기능으로도 읽힌다. 쉽게 말해, 66번 정도 반복하여 세뇌한다면 거짓도 사실이 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 

 


거짓된 기억을 공유하는 사회


 

한국 영화계에는 주옥같은 명대사가 있다. 단순히 그 의미가 좋다기보다는 유행어처럼 사람들의 입에서 오르내린 것들 말이다.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현수(권상우)가 의자를 던지며 ‘옥상으로 따다와(따라와)’라고 말한 장면은 배우 특유의 혀 짧은 소리가 두드러지는 대사로 회자되었지만, 실제 영화를 확인해 보면 ‘옥상으로 올라와’라고 발화되었다. 영화 <친구>에서 칼을 맞은 동수(장동건)가 상대에게 ‘고마해라, 마이 무따 아이가’라고 말한 것 역시 실은 어순이 바뀐, ‘마이 무따 아이가, 고마해라’가 본 대사이다.

 

이처럼 ‘거짓된 기억을 공유하는 사회 현상’을 ‘만델라 효과’라 한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제8대 대통령인 넬슨 만델라의 투병 소식이 전해지자, 사람들은 이전에 투옥하다 죽었던 그가 어떻게 아플 수 있는지 의아해한 것에서 유래되었다. 앞서 소개한 영화 대사뿐만 아니라, 피카츄의 꼬리 끝부분이 검은색으로 떠오르지만, 알고 보면 노란색인 것이나 미키마우스의 멜빵바지가 실은 멜빵이 없는 것 등이 대표적인 예시이다. 이러한 에피소드는 우스갯소리로 넘길 일이다.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일일이 확인해 보지 않을뿐더러, 그럴 필요도 없다.

 

그러나 ‘만델라 효과’와 비슷한 용어인 ‘집단적 오기억’으로 의미를 연장해 보면 어떨까. 용어 자체가 조금은 섬뜩해진다. 오기억은 ‘실제 일어나지 않은 사건을 일어났었다고 여기는 경우’로, 잘못 해석한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잘못 생각한 것이다. 그것이 개인의 차원이라면 실수에 불과하나, 집단적인 차원이라면 경중이 달라진다.

 


가짜 뉴스와 진짜 기억



집단적 오기억의 특징은 ‘기억이 왜곡된 것’이 아니라 ‘왜곡된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 이에 기억의 속성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인간은 기억한다’는 말보다 엄밀히 ‘인간은 기억을 가진다’가 명확한 표현일지도 모른다. 기억은 능동성보다는 수동성이 강한 경향이 있다. 당신이 지금 읽고 있는 글은 훗날 그 내용을 직접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머릿속에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이 글을 되살리려고 시도할 수도 있지만, 문득 떠오를 확률이 높다. ‘아’ 다르고 ‘어’ 다른 말일 수도 있으나, 그 차이는 존재한다. 우리가 기억을 능동적으로 다루는 방식은 근저에 머무는 일각의 기억을 잠시 빌려오는 것뿐이다. 따라서 그 자체가 수동명사인 ‘기억’을 ‘-하다’라는 능동사를 통해 능동성을 확보하는 것이 아닐까.



이러한 기억의 속성을 ‘가짜 뉴스’는 교묘히 이용한다. 오늘날 가짜 뉴스가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과거에도 그것은 존재했지만, 그 파급력 자체가 다르다. 누구나 뉴스를 생산해 낼 수 있는 시대이다. 즉, 아무나 가짜를 조작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람들에게 어떠한 기억을 주입하기만 하면 된다. 66번만 세뇌한다면 가짜도 진실로 받아들여지는 것처럼 말이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알게 모르게 ‘뉴스’라는 단어에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기 시작했다. 애초에 뉴스라는 것이 ‘소식’이라는 의미를 가지므로, 진짜여야 한다는 책무를 등져도 되는 것일까. 물론 어떤 정보를 십분준신해서는 안 된다. 비판적인 시각도 필요한 법이다. 그러나 매사에 그 눈을 동반하다면 삽시간에 충혈하고야 말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마음 놓고 기억하는 것도 불가능할지 모르겠다.

 

* 참고 문헌

1) 올더스 헉슬리. (2015). 멋진 신세계. 서울: 소담출판사

2) 경남도민일보 [Website]. (2022). 1998년, 스위스, 일요일, 동양인 청년

https://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803188

 


※ 심리학에 대한 더 많은 정보는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에 방문해서 확인해보세요!

※ 심리학, 상담 관련 정보 찾을 때 유용한 사이트는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 심리학, 상담 정보 사이트도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 재미있는 심리학, 상담 이야기는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psytimes.co.kr/news/view.php?idx=10726
  • 기사등록 2025-08-05 09:12:10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