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민
[한국심리학신문_The Psychology Times=이선민 ]
우리의 삶에, 로봇은 가까이 다가와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TV나 영화에서나 보였던 로봇들은 최근 우리 동네 맛집에서 서빙을 하고 있으며, 국제공항에서 길 안내를 하고 있다. 로봇 중에서는 기계의 형태가 짙은 로봇도 있지만, 인간과 비슷한 휴머노이드(Humanoid, 인간형 로봇)도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 이렇게 물리적으로나 외적으로나 가까워진 로봇을 자주 접하고 있는 우리는, 로봇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The Uncanny Valley: 기이한 골짜기
언캐니 밸리(The uncanny valley)란 일본의 로봇 연구자인 모리 마사히로가 제시한 이론으로, 인간이 로봇과의 상호작용하는 상황에서 어느 시점까지는 로봇이 인간과 비슷한 모습일수록 높아지는 호감도를 보이지만, 그 후로 점점 낮아져 언캐니 밸리를 지난 후 다시 높아진다는 이론이다.
즉, 인간은 어느 정도 사람과 닮은 로봇을 선호하지만, 그 정도가 심해지면 불쾌감을 느끼게 되고, 그 시점을 지나면 다시 호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언캐니 밸리 현상은 왜 오는 걸까? 학자들은 다양한 원인을 제시하고 있지만, 핵심적인 두 가지 원인에 대해서만 살펴보겠다.
첫 번째로, 대상을 범주화하기 모호하다는 데서 오는 불쾌감이 언캐니 밸리의 원인으로 제시된다. 그러니까, 언캐니 밸리 영역에 속하는 인간을 닮은 로봇을 보고 로봇으로 분류 해야 할지, 인간으로 분류해야 할지, 아니면 둘 다 아닌 제3의 무언가로 분류해야 할지 모호하여 평가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 과정에서 좋지 않은 감정이 유발된다는 것이다.
<휴머노이드 소피아. 출처: 투나잇쇼 유튜브>
두 번째 원인은 '마음 지각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Gray와 Wegner의 마음 지각 이론에 의하면, 인간은 마음에 대하여 스스로를 통제하고, 계획하고, 실행하는 전문적인 영역과 감정을 느끼고, 다른 사람의 감정에 공감하는 감정적인 영역으로 구분하여 인식한다.
이 때 인간은 특히 감정적인 영역을 인간 고유의 능력이라고 여기고 다른 대상과 인간을 구분하는 속성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인간을 닮은 기계가 인간처럼 표정을 짓고,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보게 되면 우리가 기계와 인간을 구분한다고 느꼈던 깊은 기대가 무너지며, 인간의 특별함을 침해당하고 불쾌감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해주는 증거로, 동물을 닮은 로봇에 대해서는 언캐니밸리 현상이 발생하지 않았다.
로봇에 대한 나의 태도는?
언캐니 밸리 효과에서 볼 수 있듯, 우리는 아직 로봇과 인간을 다른 개체로 구분하고 있으며, 그러고 싶어 한다. 따라서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해 낯설고 불쾌한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오늘날 세계 각지에서 로봇은 탄생하고 있고, 소피아 같은 휴머노이드 로봇은 대량생산 시설을 구축했다고 한다. 이렇게 점점 더 가까워지는 로봇과 공생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까?
현 상황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태도는 2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것인데, 먼저 로봇의 편의성을 인정하고 점점 인간 고유의 영역까지도 대체할 수 있게 될 휴머노이드를 수용하는 것이다. 로봇의 기능을 무한정으로 수용한다면 인간의 편의는 극대화될 수 있지만, 인간과 기계의 구분이 점점 모호해지고, 인간은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계속해서 제시하게 될지 모른다는 부작용이 따를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인간과 로봇의 경계를 구분하고 로봇의 인간 대체를 반대하는 것이다. 이 입장은 앞서 설명한 전문적인 영역에서의 로봇 사용엔 동의하나 정서적인 영역에서의 로봇은 거부하는 것이다. 이 입장의 경우 로봇으로 인한 편의성의 극대화는 힘들겠지만, 인간 고유의 영역을 잃지 않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어떤 태도를 지니냐에 대한 것은 가치 판단의 영역이기 때문에 누구도 무엇이 옳다, 그르다 얘기할 수 없다. 그러나 너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의 속도에 그저 감탄하며 수용한다면, 그것에 대한 나의 입장을 가질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 속에서 변화를 느끼며, 변화 속에서 나의 태도가 무엇인지 분명히 하고 넘어가는 과정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바로 인간의 고유한 능력이며, 적립된 태도 하나하나가 나를 구성하고 세상을 만들어가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참고자료
•Gray & Wegner (2012). Feeling robots and human zombies: Mind perception and the uncanny valley. ScienceDirect, 125(1).
•진윤선, 권오병 (2019). 로봇의 범주, 역할 및 사용자 특성이 Uncanny Valley의 형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실증 연구. 한국통신학회논문지, 44(3).
• YouTube [The Tonight Show Starring Jimmy Fallon]. (2017). URL: https://www.youtube.com/watch?v=Bg_tJvCA8z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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