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희
[한국심리학신문=이창희 ]
(사진 출처: 캐릿)
"취업이 못해서 힘들어? 오히려 좋아. 쉴 수 있잖아~"
불합격 통보를 받은 Z세대가 던진 한마디였다.
취업난, 물가 상승, 내 집 마련의 꿈이 점점 멀어지는 시대에 그들은 오히려 "럭키 비키잖아", "오히려 좋아"를 외친다. 이 놀라운 역설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혼란한 정국, 경제적 불황과 양극화, 일상화된 갈등, AI의 급속한 발전. 이 모든 것이 한데 모여 Z세대의 일상에 불안이라는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그러나 주목할 만한 점은 이들이 이 불안을 단순히 부정적인 요소로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늘보다 내일이 더 살기 힘든 우하향의 시대에서도 Z세대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 불안을 긍정으로 변환하며 살아갈 힘과 원동력을 찾아내고 있다.
Z세대의 라이프스타일과 소비 패턴을 들여다보면, 그들이 시대의 불안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더욱 명확하게 알 수 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불확실한 세상 속에서도 그들은 긍정의 힘을 발견하고 이를 자신들의 일상에 적용하는 놀라운 적응력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 출처: MnetPlus, sbsnews8)
작년부터 대한민국을 휩쓴 신조어는 '원영적 사고'이다. "럭키 비키잖아"로 대표되는 장원영의 원영적 사고는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가장 나은 일과 행동을 생각하며 '오히려 좋아'라는 긍정적 접근과 일치한다. 이후 '나락도 락이다', '행집욕부(행복에 집중하자 욕심부리지 말자)', '흥민적 사고', 결과를 떠나 일단 시도해 본다는 '팰리컨적 사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긍정적 언어 사용이 확산하다.
이는 단순히 밈으로만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하루의 다짐으로 삼으며 긍정을 일상 속 깊게 스며들게 하는 것이다. 즉 긍정의 언어로 불안에 대처할 동력을 얻는 것이다. 대학 내일 20대 연구소는 이를 포지티브 모멘텀이라고 명명하였다. 부정적인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힘을 찾아내는 이 움직임은 Z세대의 회복탄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사진 출처: 소소로와문구사)
긍정의 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포지티브 모멘텀은 소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Z세대는 네잎클로버를 모티브로 한 키링과 엽서, 스티커 등 행운을 빌어주는 아이템을 구매하며 귀여운 캐릭터 부적과 액막이 명태 키링, 긍정적인 문구가 담긴 텍스트 수건까지 다양한 굿즈를 선물하며 긍정을 주고받는다. 그들은 거창한 행운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불안이나 부정적 상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니즈를 가지고 있다. 작은 물건을 통해 일상의 긍정적 에너지를 충전하고, 삶의 균형을 유지하려는 Z세대의 지혜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사진 출처: 고구마팜)
AI를 통해 불안을 관리하는 방식도 있다. 어떤 부정적 상황이든 긍정적으로 해석해 주는 원영적 사고 GPT 챗봇이 나타나더니, AI에 건달이나 집사와 관련된 프롬프트를 입력한 뒤 현실 고민을 토로하고 위로받는 밈이 Z세대의 공감을 얻었다. 이 밈은 상당하게 활성화되어 기업에서도 불안 관리나 긍정, 행운과 관련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예를 들어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은 행집욕부의 창시자인 크리에이터 셍이와 협업해 '감정가게' 서비스를 운영했다. 이름만 입력하면 셍이의 AI 보이스로 특유의 긍정 갈기기를 들을 수 있다.
Z세대의 이러한 현상은 심리학자 리처드 라자루스와 수잔 포크먼이 제시한 스트레스-대처 이론을 통해 심리학적인 이유를 알 수 있다. 1984년 그들의 저서 "Stress, Appraisal, and Coping"에서 체계화된 이 이론은 사람들이 스트레스 상황을 어떻게 인지적으로 평가하고 대응하는지를 설명한다. 이 이론에 따르면, 스트레스에 대한 대처는 두 가지 핵심 과정을 거친다.
Z세대의 '나락도 락이다'와 같은 초긍정 언어는 두 학자가 말하는 의미 중심 대처의 완벽한 예시다. 이는 어려운 상황을 재해석하여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이며 스트레스가 많은 환경에서도 심리적 웰빙을 유지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또한 Z세대의 긍정 소비 행태와 AI 활용은 문제 중심 대처의 측면도 보여준다. 불안과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행운 아이템을 구매하거나 AI를 통해 위로를 구하는 행동은 스트레스 원인을 직접 제거할 수 없을 때 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적극적인 시도이다.
물론 Z세대의 초긍정 추구가 때로는 현실도피처럼 보일 수도 있다. 부정적 감정을 억누르거나 회피할 경우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정신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는 심리학적 주의점도 있다. 그럼에도 Z세대의 이 아름다운 트렌드는 깊은 의미를 지닌다.
불확실성이 일상이 된 시대에 가장 현명한 방식으로 자신들의 정신 건강을 지키는 법을 발견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어둠 속에서 촛불을 밝히는 사람들이다. 한 줌의 불빛으로 시작해 점차 주변을 밝혀가며, 결국에는 암흑마저 밝은 공간으로 변화시키는 빛의 전달자들인 것이다.
Z세대의 이러한 변화는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도 삶의 균형을 찾아가는 지혜로운 모습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불안을 부정하지 않고 인정하되, 그것에 압도되지 않고 오히려 삶의 원동력으로 전환하는 Z세대의 이 아름다운 트렌드는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삶의 교훈을 제공한다.
결국 "힘들어? 오히려 좋아"라는 말은 역설적으로 가장 현실적인 긍정의 표현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모든 것이 완벽하다는 허황된 믿음이 아니라, 불완전하고 때로는 고통스러운 현실 속에서도 의미와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는 진정한 낙관주의적 표현이기 때문이다.
Z세대는 어둠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그 어둠 속에 별을 심는 방법을 알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우리 시대에 가장 필요한, 가장 아름다운 트렌드가 아닐까!
참고문헌
1) Kivak & Rebecca. (2024). Transactional model of stress and coping. EBSCO.
2) 윤성민. (2019). 성인애착이 심리적 안녕에 미치는 영향: 스트레스 대처방식과 기본 심리적 욕구만족의 이중매개효과. 한국심리학회지.
3) Lazarus & Folkman. (1984). Strees, Appraisal, and Coping. New York: Springer
4) 대학내일20대연구소. (2024).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뽑은 2025 Z세대 트렌드는. (https://www.20slab.org/Archives/38780).
5) 고나린. (2025). 비밀 보장해 주고 논리적 분석 청년들 “챗GPT는 친한 친구”, 한겨레신문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81565.html5)
6. 고구마팜. (2024). 행집욕부, 짜않투않…인플루언서 셍이가 나에게 전하는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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