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서재
기와 위로 달빛이 스르르 미끄러진다.
어두운 하늘, 흐릿한 구름.
그리고 마을은 죽은 듯 조용하다.
하지만—
그 고요한 밤, 한 골방 안엔
촛불이 떨리고 있었다.
“…바람결을 따라… 무의식이 흐르리라…”
여인의 속삭임은 낮고 깊었다.
흰 소복 자락 위에 종이 인형 하나.
인형엔 이름이 적혀 있었다.
— ‘장하율’
윤설화.
사람들은 그녀를 ‘몽령녀(夢靈女)’라 부른다.
그녀와 눈을 마주친 자는
악몽에서 깨어날 수 없다고 했다.
“하…하아…!”
장하율은 헐떡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숨이 가쁘다.
심장이 요동친다.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옷.
또 그 꿈이었다.
붉은 강, 까마득한 절벽, 자신을 노려보던 얼굴.
꿈이라기엔 너무 생생하고,
현실이라기엔 너무 기이했다.
사흘 째다.
그 악몽이 계속된 건.
“…윤설화.”
하율은 그 이름을 떠올렸다.
며칠 전, 시장 어귀에서 만났던 묘한 여인.
이름도 모른 채 이끌리듯 따라갔고,
그녀는 말했었다.
“나리의 꿈이… 곧 현실이 될 테니,
그 전에 조심하셔야 할 거예요.”
그 말을 비웃었지만,
그 후부터—
꿈이 바뀌었다.
그리고, 현실도.
그날 저녁, 하율은 그녀를 다시 찾았다.
관아 뒤편 골목, 음산한 집.
문 위에 붉은 종이가 덧붙여져 있고,
낡은 창호지엔 정체불명의 부적이 그려져 있었다.
똑. 똑.
“들어오시지요.”
목소리는 유리알처럼 맑고 차가웠다.
“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이오.”
하율은 분노를 참지 못한 채 물었다.
설화는 조용히, 종이 인형을 쓰다듬었다.
“꿈은… 무의식이 내는 울음이에요.”
“…장난이 심하군.”
“그날 나리를 거절하신 후,
꿈에서… 붉은 강을 보셨지요?”
“…그건— 우연이오.”
설화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럼 오늘 밤,
무릎 꿇고 피를 토하던 장면은…
그저 우연으로 넘기시겠어요?”
하율은 숨을 삼켰다.
“…무슨 말이오.”
“꿈은 경고예요, 나리.
듣지 않으면, 그대로 현실이 되지요.”
설화는 웃지 않았다.
하지만, 그 말이 더 무서웠다.
하율은 문을 박차고 나왔다.
밤바람이 목덜미를 훑고 지나갔다.
숨이 막힐 것처럼 답답하다.
하지만
설화가 말한 장면은
이미 뇌리에 박혀 떠나질 않았다.
‘무릎 꿇고 피를 토하는 나… 그게… 진짜일 리가…?’
그 순간, 하율은 모르게 되묻고 있었다.
그녀가 꾸게 한 꿈…
진짜는 나였던 건 아닐까?
작가의 말:
설화는 진짜 능력을 가진 걸까요, 아니면...
그녀가 만든 악몽의 세계가 진짜 현실이 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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