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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령(夢靈): 꿈을 지배하는 여자》 1.5화 - 1.5화. 꿈에서 본 너는, 현실이었다 (확장판)
  • 기사등록 2025-04-09 16:29:24
  • 기사수정 2025-04-09 16:2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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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설화.’


그 이름을 떠올린 순간부터

장하율의 마음속 어딘가가 조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익숙했다.


마치… 오래전 꿈에서 만난 사람처럼.




과거, 서늘한 골방의 기억


열세 살 무렵,


하율은 서당 자두나무 아래서 이상한 소녀를 만났다.


낡은 치마저고리, 벗겨진 버선,

그리고 유난히 깊고 검은 눈동자.


“…누구냐.”


하율의 질문에,


그 아이는 나뭇잎을 쥔 채로 이렇게 말했다.


“이름을 말하면, 꿈에서 날 보게 될 거야.”


아이 같지 않은 말투.

그 눈빛은 이미 무언가를 다 꿰뚫고 있는 것 같았다.


“…설화야. 내 이름.”


그날 이후, 그녀는 서당 주변에서 자취를 감췄고

하율의 기억 속에서도 흐릿해져만 갔다.




현재, 윤설화의 방


“설화 언니, 또… 꿈 이야기하셨어요?”


고요한 방 안, 은애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손엔 마른 약초와 닭백숙이 담긴 사발을 들고 있다.


“언니, 이제 그만 좀… 자요. 밤마다 주문을 중얼거리면… 병납니다.”


설화는 조용히 미소지었다.


“병이 나야 누가 날 찾지.”

“언니…”




설화와 은애, 두 그림자의 대화


은애는 설화의 곁에 조용히 앉았다.

그리고 문득 말했다.


“…나도 옛날에 꿈만 꾸던 애였어요.”


설화가 고개를 돌렸다.


“양반댁 마님이 내 엄니였어요.

하지만 난 첩의 딸이라고, 종으로 끌려왔죠.”

“…그랬구나.”

“언니도… 그런 거죠? 그 눈은… 말 안 해도 알아요.

매 맞고, 갇히고, 물도 못 마신 채… 기어다니던 기억.”


설화의 손이 잠시 떨렸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알아요.

언니가 왜 꿈에 집착하는지.

왜 현실을 못 믿는지도.”


은애는 설화의 손을 조용히 감쌌다.


“근데 언니.

진짜 꿈 같은 사람을… 현실에서도 만날 수 있어요.”




은애의 은밀한 고백


설화가 고개를 들었다.

은애는 살짝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저… 저기 양반댁 도련님이요.

김응철 대감의 막내, 김세윤 도련님.

저, 그이랑… 몰래 만나고 있어요.”


설화는 그 말을 듣고, 처음으로 웃었다.


“…은애, 너답지 않게 대담하네.”

“그 사람은 내가 종이든 아니든, 안 가려요.

…나중에요, 진짜로 나 데리고 나간대요.”


설화는 말없이 그녀를 바라봤다.

그 눈동자 속에는 조금의 부러움, 그리고… 아주 작게, 희망이 비쳤다.




밤, 하율의 회상


장하율은 방 안에서 과거를 떠올렸다.

그리고 확신했다.


‘설화… 그 아이였구나.

오래전, 나에게 사과를 받아 들고 웃던 그 아이.’




작가의 말:

어쩌면 사람의 운명은 아주 어릴 적,

단 한 번의 시선과

조용한 따뜻함으로 결정되는 걸지도 모릅니다.


설화는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그녀 곁엔,

같은 상처를 지닌 은애가 있었고,

언젠가 그녀를 꺼내줄 한 사람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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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5-04-09 16:2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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