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우
[한국심리학신문=이건우 ]
"다리 떨지말어, 복 달아난다."
할아버지 댁에 가면 다리를 떠는 동생을 보고 할아버지가 항상 하시는 말씀이다. 불안해 보이고, 경박해 보이는 듯한 몸짓에 어른들은 다리 떠는 이들에게 ‘복이 달아난다’라며 꼭 한 마디를 덧붙이신다. 그런데 진짜로 복이 달아날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다리를 떨면 복이 나간다고 믿는 이유
옛날에 관상을 잘 보는 사람이 살았는데 하루는 어떤 가난한 집에서 묵게 되었다. 집주인의 관상을 보니 현재와 달리 부자가 될 상을 지니고 있었다. 관상쟁이가 매우 의아하게 여겼는데 밤중에 보니 집주인이 발을 툭툭 차면서 잠을 자고 있었다. 관상쟁이는 그날 밤 쇠망치로 집주인의 다리를 꺾어 놓고 도망쳤다. 그 후 집주인은 모든 일이 순조롭게 이루어져 금방 부자가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오랫동안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이다. 부자로 살아야 할 관상을 한 사람이 다리를 떠는 습관 때문에 가난하게 살고 있었으며, 다리를 떠는 습관을 버리게 되니 부자가 되었다는 운명론적인 설화이다. 사실 이 설화에 아무런 근거는 없다. 꺾인 다리 반대쪽 다리를 떨면 그만일 수도 있고, 부자가 되었지만 꺾인 다리 때문에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가지고 살아가게 되어 오히려 불행하게 된 일일지도 모른다.
어른들은 어떤 행위 자체가 한 인간의 운명을 바꿀 수 있을 정도로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를 믿기 때문에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사실 다리 떨면 복이 나간다는 설화를 잘 모르더라도 어른들보다 더 어른들의 세대에서 전해져 내려왔기 때문에 그냥 믿는 것도 있을 것이다.
사실 다리를 떠는 행위는 건강에 도움이 된다
하지정맥류는 다리의 정맥이 일반적이지 않고 길어지거나 짧아져 원활한 혈액의 흐름에 방해가 되는 정맥 부전의 일종이다. 주로 장시간 서 있거나 앉아 있거나 운동이 부족한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질환이다. 하지정맥류는 외관상 정맥이 울퉁불퉁하게 튀어나오며 피부색이 검게 변하기도 한다. 또한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저리거나 아프며 쉽게 피로해진다. 자주 쥐가 나서 고통으로 인해 밤잠을 설칠 정도로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가져다준다.
하지만 다리를 떨면 하지정맥류를 예방할 수 있다. 다리를 떠는 행위 자체가 혈액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정맥 부전에 큰 도움이 된다. 실제 미국 미주리대 연구팀은 실험자 11명에게 3시간 동안 의자에 앉아 있게 한 뒤에 양쪽의 다리 혈류량을 측정하고, 이후 1분간 다리를 떨고 4분간 쉬는 행위를 반복한 뒤에 혈류량을 측정하였다. 그 결과 3시간 동안 앉아 있었을 때는 혈류량이 줄어들었지만, 다리를 떨고 난 이후 다리 혈류량은 정맥 부전을 예방할 수 있을 정도로 늘어났다.
우리는 왜 다리를 떨까?
다리를 떠는 행위는 장시간 오래 앉아 있거나 긴장되는 자리에서 주로 발생한다. 또한 정서적으로 불안한 상태에서도 다리 떨림을 동반한다. 심리적으로 긴장된 상태에서는 근육도 같이 긴장하기 때문에 긴장을 풀기 위해서 다리를 떨게 되는 것이다.
우리 몸은 가만히 있는 상태에서도 불규칙적으로 각 신체 기관에 신호를 보낸다. 쉽게 말하자면 가만히 있는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뇌는 끊임없이 각 기관에 명령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불규칙적인 신호가 무의식적으로 규칙적인 행동을 만들어내게 되는 것이다. 이를테면 다리를 떠는 행위같이 말이다.
다리를 떨면 복이 달아날까?
실제 의식을 하며 5일간 다리를 떨어보았다. 저녁 7시에서 7시 10분까지 규칙적으로 5분간 다리를 떨었다. 복이라는 것이 주관적이기도 하고 그 정의가 모호해서 측정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5일간 다리를 떤 이후에 복이라고 정의할만한 복이 달아난 사례는 없었다. 달아난 복으로 인해 재수 없는 일 일어나는 일도 없었다.
그럼 마음껏 다리를 떨어도 괜찮을까?
다리를 떨어도 복이 달아나지 않고 심지어 하지정맥류를 예방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다리를 주기적으로 떠는 것이 좋은 것 아닐까?
여기에 대한 대답은 NO이다. 시험장이나 면접장에서 다리 떠는 행위는 타인에게 민폐를 끼칠 수 있으므로 절대 하지 말아야 할 행동 중 하나이다. 실제 토익 시험장에서는 시험을 치기 전 방송으로 다리를 떨어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행위를 자제해달라고 말하기도 한다. 시험 직후 토익커뮤니티는 많은 사람들이 ‘다리 떨기빌런’ 때문에 피해를 호소하기도 한다.
사진=해커스토익 자유게시판
또한 자칫하면 습관이 되어 상대방에게 불량한 태도로 보일 수 있다.
그래서 다리를 떨기보다는 가벼운 러닝과 스트레칭을 통해서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해주는 것이 더욱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
참고문헌
1) 한국구비문학대계(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80~1988) 9-3, 693, 한국구전설화(임석재, 평민사, 1988~1993) 8, 95; 9, 237.
2)정신의학신문[https://www.psychiatricnews.net/].(2021).https://www.psychiatric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31310
3) 서울대학교병원 [https://www.snuh.org/main.do]. 하지정맥류 N의학정보
4)헬스조선[https://health.chosun.com/].(2024).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4/08/13/202408130200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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