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수빈
[한국심리학신문=윤수빈 ]
Pixabay심리학자 볼프강 쾰러는 침팬지를 대상으로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했다. 그는 침팬지의 손이 닿지 않는 높은 곳에 먹이를 매달아 두었고, 침팬지들은 처음에는 점프하며 먹이를 직접적으로 얻으려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그러나 곧 그들은 주변을 탐색하기 시작했고, 근처에 있던 상자를 가져와 그 위에 올라섬으로써 마침내 먹이에 도달했다. 침팬지들은 목표를 향해 계속 돌진하기보다, 잠시 멀어져 우회하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심리학자 쿠르트 레빈은 아동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또 다른 사례를 제시했다. “저 돌 위에 앉아 보라”고 하면 성인에겐 간단한 일이지만, 어린 아이에게는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니다. 아이는 돌 위에 앉기 위해 정면으로 다가가 앉으려 하지만, 계속해서 실패를 반복한다. 이는 돌에 앉기 위해선 오히려 돌을 등지고, 시선을 돌린 채 몸을 뒤로 기울여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이다. 아이는 눈앞의 돌이라는 목표에만 집중한 나머지, 돌에 앉기 위해선 돌을 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생각지 못한 것이다.
두 사례는 맥락은 다르지만 동일한 교훈을 전한다.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반드시 정면으로 돌진할 필요는 없다. 때로는 잠시 떨어져 바라보거나 시선을 돌려보는 것이 오히려 현명한 길이 될 수 있다.
이러한 통찰은 심리학의 한 이론, ‘게슈탈트 심리학(Gestalt psychology)’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전체’를 보는 사고, 게슈탈트 이론
게슈탈트(Gestalt)라는 용어는 독일어로 ‘형태’, 혹은 ‘전체’를 의미한다. 게슈탈트 심리학은 인간이 사물을 개별적인 요소의 집합으로 인식하기보다는, 그 요소들이 이루는 전체적인 구조나 맥락으로 파악한다는 것을 핵심 원리로 삼는다. 이 이론은 막스 베르트하이머(Max Wertheimer), 볼프강 쾰러(Wolfgang Köhler), 쿠르트 코프카(Kurt Koffka), 쿠르트 레빈(Kurt Lewin) 등의 학자들에 의해 주장되었다.
예를 들어, 하얀 종이에 점 세 개가 삼각형 형태로 배치되어 있다면, 우리는 그 점들을 개별적인 점으로 보기보다는 삼각형의 꼭짓점으로 인식한다. 또, 칠판에 그려진 원이 일부만 그려져 있어도,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그 빈 부분을 채워 넣어 ‘완전한 원’을 떠올린다. 이는 인간의 뇌가 단순한 감각 정보에 의존하기보다, 의미 있는 전체로 인식하려는 성향을 지녔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슈탈트 이론은 인간이 문제 상황에서도 개별 요소나 당장의 목표에만 집착하지 않고, 전체적인 맥락과 구조를 파악할 때 더 효과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우회는 실패가 아니라 전략이다
쾰러의 침팬지 실험은 이를 잘 보여준다. 먹이를 얻기 위해 침팬지들은 직접적인 행동에 실패한 후, 주변 환경을 다시 살펴보고 도구를 활용해 문제를 해결했다. 이는 단순한 반복 행동이 아니라 ‘통찰(insight)’의 결과다. 이전까지 무의미해 보였던 상자가, 문제 해결의 실마리로 인식되는 순간, 침팬지들은 새로운 행동 경로를 설계한 것이다. 이처럼 통찰은 목표 자체보다 상황 전체를 재구성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
레빈의 아동 연구에서도 같은 맥락이 드러난다. 아이는 돌에 앉기 위해서는 돌을 향해 다가가야 한다고 믿었고, 그 결과 계속해서 시도에 실패했다. 오히려 돌을 등지고 시선을 돌리는 역방향의 행동, 즉 ‘우회’가 오히려 성공으로 이끌 수 있는 방법이었다.
우리의 삶도 이와 다르지 않다. 우리는 종종 목표를 향해 직선으로 달려가야만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 길이 언제나 가장 효율적인 것은 아니다. 목표에 매몰되면 오히려 시야가 좁아지고, 다른 가능성을 놓칠 수 있다. 주변을 살피고, 다른 경로를 모색하고, 때로는 속도를 늦추는 것. 이것은 실패가 아니라 ‘전략’이다.
목표를 이루는 또 다른 방식
게슈탈트 심리학은 “부분”보다 “전체”를 강조한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가 목표를 이루는 과정에서도 유효하다. 목표만을 고집스레 바라보기보다는, 자신이 처한 상황 전체를 이해하고, 다양한 자원과 관점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때로는 한 걸음 물러남으로써, 우리는 오히려 더 빠르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삶에서의 목표는 단순한 도달점이 아니다. 그 목표에 어떻게 다가가는지가 중요하다. 전체를 보고 상황을 통찰할 때, 우리는 더 유연하고 현명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러므로 잊지 말자. 우리는 가끔, 목표에서 멀어져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목표를 이루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참고문헌
1) 사토 다쓰야. (2022). 세계 심리학 필독서 30. 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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