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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임은서 ]



한국임상심리학회에 의하면 임상심리 전문가는 특정 정신병리의 진단을 위한 방법이나 도구를 개발하는 연구를 하며 학술지나 학술대회 등을 통해 발표를 하고 임상적 지식과 심리검사를 통해 심리적 문제를 진단하고 문화적 맥락을 고려한 심리치료를 한다. 또한 대학의 교수진으로 활동하기도 하고 정신건강 관계자나 교육계 관계자들, 교도관 등에게 전문적인 자문을 제공하는 일을 하기도 한다. 

 

임상심리 전문가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와 뚜렷한 차이점이 있다. 우선 임상심리 전문가가 심리검사를 이용할 수 있는 유일한 전문가집단이라는 점에서 다른 직업군과 차이가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 약물치료, 생물학적 치료를 주로 하지만 심리검사 및 평가는 임상심리 전문가의 몫이다. 또한 의료법에 따르면 약물 처방권은 의사에게만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 환자에게 투여할 약물을 처방할 수 있지만 임상심리 전문가는 처방하지 못한다. 최근 편의성, 전문성, 독립성을 뒷받침하여 의사에게만 독점된 약물 처방 권한을 임상심리 전문가에게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일부 지역에서 임상심리 전문가에게 처방권 부여


Morgan T. Sammons와 Robert Mcgrath를 포함한 학회 권위자들이 임상심리 전문가의 약물 처방권에 대한 운동을 지원하면서 미국 심리학회에서는 5개의 주에서 일부 임상심리 전문가에게 처방 권한을 부여했다. 뉴멕시코주, 루이지애나주, 일리노이주, 아이오와주, 아이다호주 이렇게 5개의 주에서 처방권을 얻게 되었고 2002년부터 시작해 2017년에 아이다호주가 다섯 번째 순서였다. 2017년 미국 심리학회의 Antonio E. Puente 회장은 아이다호주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수가 부족하고 자살률이 높은 지역이라 이러한 제도가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아이다호주 외에 뉴멕시코주, 루이지애나주에서 처방 권한을 부여할 수 있던 이유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의 부족이다. 추가적인 전문 수련 과정을 거친 일부 임상심리 전문가에게 정신질환 치료제를 처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함에 따라 정신건강 치료가 필요한 다수의 국민들에게 접근성이 향상되고 다양한 정신건강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제도로 볼 수 있다.



처방 권한 부여를 찬성하는 이유


앞서 언급한 미국의 뉴멕시코주, 루이지애나주, 아이다호주에서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부족으로 일부 임상심리 전문가가 처방권을 가질 수 있었다. 한국의 이와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의료법에 의해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도시에 비해 농촌지역에서는 정신건강의학과 의료기관이 부족하고 정신과 의사의 수도 현저히 부족하기에 노인 우울증 환자들이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충청남도 지역에서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자살률 1위를 기록하였으며 충청북도와 강원도 지역의 자살률도 최대 2위까지 올라갔던 적이 있다. 만약 일부 농촌지역에서 임상심리 전문가에게 처방 권한이 부여된다면 부족한 수의 의사들을 대신해 립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며 노인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치료하고 농촌지역의 자살률을 낮출 수 있는 해결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전공의 파업 문제와도 연결 지어 본다면 임상심리 전문가에게도 처방 권한이 부여되어야 한다. 공황장애로 치료를 받던 한 환자는 정찬승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에게 “선생님도 파업하실 거예요?”라는 말을 하며 앞으로 어떻게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 걱정했다고 한다. 심리치료를 하려면 환자와 치료자 간의 신뢰 관계 즉, 라포를 형성하는 것이 필수적인 요소인데 전공의 파업으로 인해 쌓아온 라포가 무너진 것이다. 현재 의사들이 환자를 남겨둔 채 병원을 떠나고 환자들은 한없이 치료를 기다리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다. 환자의 빠른 치료와 회복을 위해 임상심리 전문가에게 처방권을 부여한다면 환자의 걱정과 실망을 덜고 책임감있게 치료할 수 있을 것이다.

 

임상심리 전문가뿐만 아니라 다른 전문가들도 처방 권한을 부여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의사가 처방을 내지 않았을 때 처방권이 없는 간호사는 환자를 위한 검사를 진행할 수 없었으며 응급약물 투약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국민의 생명권과 국민 보건이 위협당하는 일이 없어야 하기 때문에 의사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켜 전문간호사의 독립성을 위한 제도를 마련하자는 의견도 제기되었다. 

 

미국의 경우 21개의 주에서 전문간호사에게 약물 처방권을 부여한 후 의사와 차이 없이 환자 만족도와 건강 상태가 같았고 의료기관 접근성도 높아졌다고 한다. 약사도 처방권에 대한 의견을 주장하는데 캐나다, 영국, 뉴질랜드, 미국 등의 사례를 보면 의료취약자 및 응급상황에서 약물에 대한 독립적인 처방이 가능해지고 의약품 접근성이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이 사례들은 국민의 편의성과 직업적 전문성, 자주성을 고려해 임상심리 전문가에게 처방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처방 권한 부여를 반대하는 이유


임상심리 전문가가 처방권을 가지고 환자에게 직접 약물 처방과 치료를 할 수 있다면 좋은 점도 있지만 문제가 되는 부분도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 6년 동안 의과대학에서 교육을 받고 1년의 인턴 기간을 거쳐 처방 권한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임상심리 전문가에게 처방 권한을 부여한다고 했을 때 어떤 훈련을 받아야 하는지, 누구에게 받아야 하는지, 어디에서 배워야 하는지 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약물을 처방하려면 깊은 의학적 배경과 지식이 필요한데 임상심리 전문가에게 약물 처방권을 부여하기 위해 어디부터 어디까지 어떻게 배워야 하는가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정하기 어렵다. 약물 처방 이후 환자에게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부작용을 관리하고 대처하는 것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의사에 비해 경험과 능력이 부족해 오히려 환자에게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심리검사를 연구하고 심리치료를 해주는 임상심리 전문가가 모든 돌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 의사보다 많이 배워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환자의 안전을 위해 의사에게만 약물 처방 권한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이유로는 기존 의료체계 내에서 정신과 의사와의 역할이 중복되거나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임상심리 전문가와 정신과 의사가 동일하게 약물 처방을 할 수 있다면 국민들은 한 번에 심리치료도 받고 약물 처방도 받을 수 있는 임상심리 전문가를 택할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최근 일어나고 있는 문제인 전공의 파업처럼 정신과 의사의 파업으로도 이어질 수 있고 심각한 정신병리를 가진 사람들이 고통받게 되는 사회가 올 수 있다. 환자의 편의성을 위한 일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의 반발이 일어나거나 의료계의 전문교육의 질이 저하될 수 있기 때문에 임상심리 전문가의 처방 권한 부여를 반대하는 주장도 있다.



글을 마치며


임상심리 전문가의 처방권 부여에 대한 논쟁은 국민들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해 한 번쯤은 생각해 봐야 할 주제다. 한국에서는 정신건강 복지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처방 권한에 대한 의견은 다양하지만 임상심리 전문가에게 처방권을 부여했을 때의 장단점을 고려해 환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며 책임감 있는 모습으로 꾸준히 치료를 해줄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 환자의 생명을 책임져야 하는 심리 분야의 직업을 가질 사람이라면 임상심리학자의 업무를 확장하고 국민들의 의료 접근성을 향상하는 것이 좋을지, 안전을 위해 의사에게만 특별한 권한을 집중시키는 것이 좋을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참고문헌

1) 안경진. (2024). “선생님도 파업하실 거예요?” 정신과 의사 당혹케 한 한마디. 서울경제. https://www.sedaily.com/NewsView/2D6H9441WJ

2) 이다영. (2024). 의사가 독점한 처방·치료 권한, 전문간호사에 분산시키자. 한겨레. https://www.hani.co.kr/arti/opinion/because/1130233.html

3) 유은제. (2024). “의료 접근성 높이기 위해 약사 처방권 부여해야”. 의학신문. http://www.bosa.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35121

4) n.d. 임상심리전문가 소개. 한국임상심리학회. https://www.kcp.or.kr/new/page/sub03_2_1.asp

5) 김정수. (2024). 정신과 오픈런하는 K-시골···홀대받는 노인 우울증. 여성경제신문. https://www.womaneconom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2037

6) 이덕규. (2017). 美 아이다호州, 임상심리 전문가에 약물 처방권. 약업신문. https://www.yakup.com/news/index.html?mode=view&cat=16&nid=205058

7) 손의식. (2023). “미국 21개주에서 전문간호사가 법적 처방 권한 있어”. 라포르시안. 

https://www.rapportian.com/news/articleView.html?idxno=20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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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4-29 08: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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