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희
[한국심리학신문=전세희 ]
‘세상엔 돈으로 안 되는게 없는데, 만약에 안 되는게 있다면...
혹시 돈이 부족해서가 아닐까 생각해보자’
쿠팡플레이 드라마 '안나'중
드라마 '안나'의 대사이다. 드라마의 내용과는 별개로 위의 대사가 명대사로 꼽힐 만큼 꽤 많이 알려졌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새인가 대한민국에서는 비슷한 문장이 떠돌면서 ‘돈이면 다 된다’라는 물질만능주의 가치관이 퍼지고 있다. 실제로 돈은 삶을 영위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특히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돈은 반드시 필요하다. 생존하기 위해서, 안전을 유지하거나 지키기 위해서, 평안함과 즐거움을 얻기 위해서 우리는 돈을 지불한다. 과거와 비교해 보면 사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다. 과거 사람보다 훨씬 많이 구매하고 다양한 놀거리와 편리함 속에서 살아가는 지금,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은 과거에 비해서 증가했을까.
역설적으로, 사람들의 행복은 과거에 비해서 전혀 증가하지 않았다. 아래의 그래프를 살펴보면, 1957년에서 2005년의 시간이 흐른 만큼 평균 소득은 $12,000에서 $28,000으로 거의 두 배 이상 뛰었지만 미국인의 시대별 행복 비율의 변화는 제자리 걸음이다.
미국인의 시대별 개인 평균 소득과 행복 비율의 변화(Myers, 2007)
풍요의 역설
물질적 풍요와 심리사회적 웰빙 간의 불균형을 풍요의 역설이라고 부른다. 수많은 과학기술이 발전하며 인간의 삶은 이전보다 편리해졌음에도 매우 행복하다고 보고한 비율이 여전히 30%에 머물고 있다. 오히려 현대 사회 사람들은 침체하고, 외로움을 느끼고,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우리는 많은 의문점을 가져야 한다.
‘더 많은 것을 갖는다고 해도 우리는 행복해질 수 없는 걸까’
‘돈이 많으면 더 행복해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로는 돈으로 인한 행복은 국가 간의 차이보다 국가 내의 차이가 더 크다. 그 이유는 사회적 비교 때문이다. 사람은 다른 대상이 존재하면 필연적으로 비교를 한다. 하지만 이 비교는 주로 나의 주변인을 대상으로 이루어진다. 대한민국은 실제로 아프리카보다 GDP가 높지만 그들과 비교하며 행복함을 느끼지 않는다. 지금 당장 내 옆에 있는 사람과 비교하며 내가 더 많이 가졌는지, 혹은 어떤 점이 부족한지를 평가한다.
특히 이러한 비교는 자기(Self)와 관련된 영역일수록 많이 일어난다. 만일 내가 지금 이직을 꿈꾸고 있다면 이직에 성공한 사람을, 입시를 준비하고 있다면 대학교 입학에 성공한 사람들을 부러워하며 사회 비교를 한다. 이 중 가장 많이 비교되는 대상이 돈이다. 돈은 구체적으로 수치화되기 때문에 쉽게 대비되고 나의 부족함이 상대적으로 잘 드러나기 마련이다.
우리가 돈을 더 많이 갖고자 하는 이유는 ‘선택’에 있다. 돈이 풍요롭다면 더 많은 선택지를 두고 그 안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고를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여행을 가기 위해 비행기표를 알아볼 때부터 우리는 많은 난관에 부딪힌다. ‘돈이 지금보다 많았다면 더 좋은 좌석을, 더 좋은 시간대를, 더 좋은 비행기를 선택할 수 있었을텐데...’하며 돈이 부족한 지금의 신세를 한탄한다. 하지만 선택을 무한대로 할 수 있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정말 더 행복할 수 있을까?
선택의 역설
일반적으로 선택권이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다. 마케팅 측면에서도 선택이 다양할 수록 더 많이 구매하는 경향이 드러난다. 하지만 오히려 너무 많은 선택은 부정적인 정서를 낳기도 한다. 선택에 대한 후회가 증가하기도 하고, 너무 많은 선택지 사이에서 충돌을 경험하며, 선택에 대한 만족도를 하락시키기도 한다. 이를 선택의 역설(paradox of choice)이라고 부르다.
현대 사회의 사람들은 너무 많은 대안들 사이에서 선택에 대한 과도한 자유를 경험하고 있다. 물질이 풍요로워지면서 선택해야 할 것이 너무나 많아졌고, 이로 인해 더 많은 비교가 이루어지면서 우리는 점점 덜 행복해지고 있다. 돈이 많아지면서 덜 행복해지고 있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수많은 선택을 해야 하는 현대사회에서 행복하기 위해서
이에 대해 나의 선택에 대해서 이만하면 괜찮은, 만족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나의 결정에 후회하기보다 이 정도면 만족하고 현재가 나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떻게 보면 현실을 회피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언제나 부딪히며 인지적인 소모를 하는 것 또한 좋은 방법은 아니다. 또 다른 대안들을 무시하고 내가 선택한 현재의 삶을 좋아해주는 것 또한 과거와 미래의 나를 지키기 위한 최선의 방법일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결국 돈으로 인한 행복은 일시적이다. 물질적인 소비는 깊고 지속적인 삶의 의미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 내적인 공허감을 경험하게 되기 마련이다. 이 보다는 여행을 하거나, 체험을 하는 등의 기억을 쌓는 경험적인 소비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물질을 소유하기 위해 돈을 버는 것이 삶의 목적이 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 돈과 선택의 역설에 대해서 나를 지키려면 성공의 판단을 돈의 유무로 계산하는 것이 아닌 내가 중심이 되어야 물질만능주의가 되어버린 현대 사회에서 진정하고 건강한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1) Myers, D. (2007). Psychology of happiness. Scholarpedia, 2(8), 3149.
2) Park, J. Y., & Jang, S. S. (2013). Confused by too many choices? Choice overload in tourism. Tourism Management, 35,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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