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수현
[한국심리학신문=김이수현 ]
“나 때문에 분위기가 망쳐지면 어떡하지!”, “이 말 하면 사람들이 싫어하지 않을까?”, “내가 나서면 괜히 민폐만 끼치는 게 아닐까?” 우리는 일상에서 수없이 눈치를 본다. 눈치란 ‘남의 마음이나 뜻을 그때그때의 상황으로 미루어 얼른 알아차리는 힘.’으로 공동체 사회 내에서 조화를 이루기 위한 하나의 ‘사회적 기술’로 볼 수 있다. 인간은 사회 속에서 상호작용을 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타인의 시선과 평가를 신경 쓰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눈치 없이 행동하는 것보다는 어느 정도 눈치를 보는 게 좋은 행동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정도를 지나치게 되어 ‘눈치를 너무 많이 보는 것’이 습관이 되면 개인의 정신건강과 사회적인 기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두리번 거리는 마음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상태를 사회적 민감성(social sensitivity) 혹은 사회 불안과 연결 지어 설명한다. 사회적 민감성은 타인의 감정이나 반응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성향이다. 기본적인 기능은 타인과 관계를 원활하게 하는 긍정적인 것이지만, 민감성이 과도하게 되면 자존감 저하, 스트레스 증가, 자기표현 억제 등 다양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이들은 어떤 행동을 하기도 전에 타인의 반응을 지나치게 상상하거나 걱정하며,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일이 잦다. 필자는 사람들의 눈치를 많이 보기 때문에 항상 예민한 미어캣 같은 상태이다. 타인의 작은 행동이나 말투, 혹은 표정을 신경 쓰느라 힘든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PIXABAY눈치를 많이 보는 사람들은 흔히 자신의 감정보다 타인의 감정을 먼저 고려하게 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장기적으로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게 되거나, 타인의 기대에 맞추어 삶을 살아가는 경향이 생기게 된다. 특히 대학생 시기에는 자아 정체성을 형성하고 미래에 무엇을 하고 살아갈 것인지에 대하여 선택하는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이러한 성향은 개인의 웰빙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
더욱이 눈치를 많이 보는 성향은 완벽주의나 회피 성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타인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실수 없이 행동하려고 하고 자기 검열을 끝없이 하다 보니 부담과 압박감은 더욱 커진다. 결국 누적된 피로는 인간관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거나 새로운 도전을 꺼리게 되는 등의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한, 눈치 보기는 거절에 대한 두려움과도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다. 누군가의 부탁을 거절하면 그 사람과의 관계가 틀어질 것이라는 생각, 혹은 ‘좋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무리한 요구를 받아들이는 경우가 생긴다. 이는 원만한 관계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눈치 보는 사람은 상대방에 대한 불만이나 자기 자신에 대한 실망감이 쌓여 스트레스가 유발될 수 있다.
균형 찾기
과도한 눈치 보기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바로 자기 자신을 제대로 아는 것이다. 내가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그 감정이 왜 생겼는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시작점이다. 예를 들어 “내가 이 말을 하면 상대가 나를 싫어할 거야”라는 생각이 실제로 현실적일지를 따져보는 것이다. 아니면 타인에게 솔직하게 물어보는 것도 방법이다. 필자는 말실수하거나 타인을 기분 나쁘게 했다고 생각하면, 타인에게 솔직하게 사과하고 그때 생각이 어땠는지 물어본다. 대부분 아무 생각 없었다고 말해주었다. 즉, 나의 과도한 눈치로 이루어진 짐작일 뿐이었다.
‘실수해도 괜찮아’, ‘거절당해도 괜찮아’라는 자기 암시를 하는 것도 방법이다. ‘나는 할 수 없어’ 같은 무의식이 자신의 내면을 자리 잡고 있다면 소극적이게 될 것이다. 오히려 나 자신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 대인관계에서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눈치를 보는 행위는 나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사회적 감각이다. 다만 그것이 과도해질 경우 자신을 잃어버리고, 삶의 방향성조차 타인의 기대에 맞춰 흔들릴 수 있다. 이 시기에 ‘나는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가?',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스스로 질문해 볼 필요성이 있다. 자신을 존중하고 표현하는 능력이야말로 능숙한 사회생활을 위한 첫걸음이다. 눈치를 보고 자신의 의견을 굽히고, 남들의 비위를 맞추는 것보다는, 자신의 의사표시를 명확하게 표현하고 남들과 함께 맞추어 가는 것이다. 사회 속에서 조화를 이루되, 자신만의 감정과 생각을 지켜낼 힘, 그것이야말로 눈치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 심리학에 대한 더 많은 정보는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에 방문해서 확인해보세요!
※ 심리학, 상담 관련 정보 찾을 때 유용한 사이트는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 심리학, 상담 정보 사이트도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 재미있는 심리학, 상담 이야기는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