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서
[한국심리학신문=유영서 ]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드라마나 영화, 소설 등 컨텐츠의 끝은 대다수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특히 드라마는 더욱 그렇다. 영화나 소설에 비해 오랜 시간을 시청자들과 함께하므로, 그간 겪어온 고난을 이겨내고 행복을 맞이하는 결말이 대부분의 시청자 층에서 만족도가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인공이 비극적 결말을 맞이하는 새드엔딩 작품은 큰 충격을 안겨주는 동시에 시청자들의 뇌리에 더 깊게 박히며 강한 인상을 남긴다. ‘모두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식으로 단순하게 끝나는 것보다, 주인공 중 누군가가 죽거나 메인 커플이 이별하는 결말은 마음속에 여운을 남기고 이야기가 끝난 뒤에도 자꾸만 다시 떠오르게 만든다. 평화롭고 행복한 결말보다 괴롭고 슬픈 결말이 기억에 더 오래 남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해피엔딩이 아니라는 충격 때문일까? 지금부터 그 이유에 대해 알아보겠다.
슬픔을 더 오래 기억하는 뇌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놀라거나 짜증나거나 부끄러움을 느낄 때보다 슬픈 감정을 약 240배 정도 더 오래 기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슬픔이라는 감정은 주로 죽음이나 사고 등과 같이 충격을 주는 사건과 함께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한 벨기에 루뱅 대학교(University of Leuven)의 필리페 베르뒨 교수와 사스키아 라브리센 교수의 연구팀 또한 이와 관련된 조사를 진행했다. 총 233명의 고등학생들에게 최근에 일어난 감정적인 사건을 회상한 후 그 감정이 유지된 기간을 보고하도록 한 것이다. 조사 결과, 감정들 사이에서 기간에 있어 의미 있는 차이가 발견되었다. 27가지 감정 중 슬픈 감정이 평균적으로 가장 오래 지속되었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반면 공포, 놀라움, 짜증, 부끄러움, 지루함 등의 감정은 매우 짧게 지나간 것으로 파악되었다. 연구자들은 “짧게 지속되는 감정들은 비교적 중요성이 낮은 사건들에 의해서 전형적으로 나타난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오래 지속되는 감정들은 중요한 함의를 지닌 사건에 의해 일어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베르뒨 교수는 “이러한 함의 중 일부는 시간이 지날수록 좀 더 자명해지고, 그로 인해 그 감정이 유지되고 강화된다.”라고 설명했다.1) 이와 같은 연구 결과에서 알 수 있듯, 인간의 감정 중 슬픔은 그 어떤 감정보다 영향력이 크고 오래 지속되는 감정이다. 때문에 드라마나 영화 등에서 간접적으로 겪은 슬픔이더라도 행복한 결말에 비해 더 오랫동안 기억에 남게 되는 것이다.
피크 엔드 법칙(Peak-End Rule)
한 해의 마무리가 좋으면 그 해는 전체적으로 좋게 기억되곤 한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영화나 드라마 또한 서사의 마지막 장면이 전체 이야기의 인상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이는 피크 엔드 법칙(Peak-End Rule)으로 설명된다. 피크 엔드 법칙이란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심리학자 다니엘 커너먼 교수가 명명한 법칙인데, 연구를 통해 인간의 뇌는 모든 경험을 있는 그대로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강렬했던 순간(peak)과 가장 마지막 순간(end)에 의해 지배를 받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2) 그렇기 때문에 <미스터 션샤인>, <오월의 청춘>처럼 주인공이 마지막 화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드라마들이 큰 여운을 남기고 감정 소모가 큰 드라마로 기억되는 것이다. 작품을 전체적으로 보면 분명 웃긴 장면도 달달한 장면도 적지 않지만, 결말 부분의 임팩트로 인해 드라마 자체가 슬픈 드라마로 인식되곤 한다.
새드엔딩 효과
드라마나 영화의 결말이 납득할 수 없는 새드엔딩으로 치닫게 되면 많은 비난과 원성을 사기도 하지만, 잘 만든 작품이 새드엔딩을 잘 만들어낸다면 그것만큼 좋은 효과도 없다. 오랜 기간 회자되는 작품들 중에 새드엔딩 작품이 상당수를 차지하는 이유이다. 또한 슬픈 결말로 끝나는 작품을 유난히 좋아하는 이른바 ‘새드엔딩 마니아’들도 드물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처럼 슬픈 결말은 보는 사람에게 감정의 소용돌이를 이끌어내고, 인생의 한 조각으로 남아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만들기도 한다. 끝났지만 끝나지 않은 이야기에 대해 계속해서 떠올리며 일상을 살아가고, 곁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깨닫기도 하며 각자의 이야기를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참고문헌
1) 조민희, 기쁨·부끄러움·짜증 보다 슬픈 감정이 더 오래 지속, 국제신문, 2014.11.16.
2) 유효상, 왜 기억은 쉽게 조작되고 편집될까, 머니투데이, 2024.12.24.
※ 심리학에 대한 더 많은 정보는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에 방문해서 확인해보세요!
※ 심리학, 상담 관련 정보 찾을 때 유용한 사이트는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 심리학, 상담 정보 사이트도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 재미있는 심리학, 상담 이야기는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01yyyys@naver.com
드라마나 영화에서, 흔히 말하는 '썸'을 넘어 연인이 되는 순간이 제게는 가장 극적인 즐거움을 주다가도 아쉬움을 주었는데요. 작품에서 둘은 흔히 이별하지 않고 '해피 엔딩'의 굴곡 없는 삶을 살아낸다는 게 덜 매력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새드 엔딩이야말로 더 큰 여운을 남긴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과학적인 이유가 있다는 게 놀랍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