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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잊혀진 이름 하나


어릴 적, 장하율은 말이 없었다.

관청 서리의 아들로 자라면서도

한 번도 아버지와 눈을 마주친 적이 없었다.


“…넌 학문만 잘하면 된다.”

“…감정은 필요 없다.”


하율은 그런 말들에 익숙했다.

웃는 법을 잊은 채,

혼자 글을 쓰고,

혼자 종이배를 접었다.


“너 이름이 뭐야?”


하율이 처음으로 이름을 물었던 아이는,

집안에서 잡일을 하던 노비의 딸이었다.


그 아이는 대답 대신,

자신이 접은 종이배를 건넸다.


그 위엔 조심스레 적힌 글씨가 있었다.

— 설화.


2부. 어떤 이별


“하율 도련님은,

착해요.

근데… 혼자예요.”


그 말을 마지막으로,

그 아이는 사라졌다.


양반댁에 팔려갔다는 소문.

어미가 죽고,

아이도 종으로 처분되었다는 뒷말.


하율은 한동안,

글을 쓸 수 없었다.

종이배도 접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감정’을

서서히 접었다.


3부. 조용히 남은 기억


그 후로도 하율은 종종

그 아이를 떠올렸다.


이름 하나만 남긴 아이.


설화.


하지만 그 이름은

잊혔다.

기억 저편으로.


…적어도,

그녀를 다시 만나기 전까지는.


4부. 현재 — 그리고 지금


“윤설화…?”


그녀가 처음 이름을 말했을 때,

하율은 알 수 없는 기시감에 사로잡혔다.


꿈처럼 느껴졌고,

익숙했고,

무엇보다—


잃어버렸던 감정을 다시 꺼내게 만들었다.


설화가 내민 종이인형.


 인형에 적힌 자신의 이름을 보며,

하율은 문득,

잊고 있던 기억 하나를 떠올렸다.


어릴 적, 그 아이가 건넨 종이배.

그 종이배의 바닥에 적혀 있던 글씨.

— ‘내가 널 지켜줄게.’




작가의 말:

장하율은 차가운 이성이 아니라,

어릴 적 한 조각의 따뜻함을 간직한 사람이었습니다.

설화가 기억하지 못하는 사이,


그녀는 하율에게

잊지 못할 ‘이름’이 되었고,

하율은 그 이름을

조용히 품고 살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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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4-16 10:3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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