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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숲 어귀에서

애기씨 하나가 실눈 뜬 채로 걷고 있었대요.”


“귀신 들렸다는 말도 있어요.

그 애… 윤설화가 봐줬다면서요?”


“…그년, 사람 아니야.”


며칠 사이 마을엔 기이한 일들이 연이어 터졌다.

사람들이 눈을 뜬 채 잠에 빠지기도 했고,

꿈에서 본 장면이 현실에 재현되었다는 말도 퍼졌다.

사람들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년 때문이야.

꿈을 건드렸던 그때부터 이상했어…”




장하율 — 관아 마루


“증거도 없이 사람을 몰아세우는 건 부당합니다.”


하율의 말에도,

이방과 관기들은 수군거렸다.


“그러는 나리는 왜 자꾸 그년 편을…?”


“꿈에 조종당한 거 아냐?”


“그런 식이면, 나리도 위험한 인물이겠지.”


하율은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조용히,

설화를 지켜야 한다는 결심을 굳혔다.




설화의 방 — 점점 깊어지는 어둠


설화는 스스로도 이상함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이 꾸었던 꿈이

하나둘 현실과 겹치기 시작한 것이다.


“…내가… 진짜… 건드렸나…”


그녀는 종이 인형을 꺼냈다.

한때는 허상이었던 그것이

지금은 무섭게 느껴졌다.


“…나, 잘못했어…”




은애의 위로


“언니, 그 사람들 말 듣지 마요.

언니가 뭘 잘못했어요.

언니는 그냥… 살아남으려 했던 것뿐이잖아요.”


설화는 조용히 말했다.


“…근데 정말…

내가 저 아이들의 꿈을 흔든 게 맞다면…?”


은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럼 언니,

그 아이들을 다시 돌려보낼 수도 있다는 뜻 아니에요?”




그날 밤 — 하율과 설화


하율은 밤을 틈타 설화의 방으로 들어갔다.


“…윤설화.”


“…나리…”


“당신은 괴물이 아닙니다.”


하율은 단호하게 말했다.


“당신은 상처받은 사람일 뿐이에요.

하지만… 이제 상처를, 누군가와 나눠 가질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설화의 고백


“…나리.

전… 정말 그런 능력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야 내가…

쓸모 있는 사람 같았으니까…”


하율은 그녀의 손을 천천히 감쌌다.


“그 마음이,

당신을 여태 지켜온 유일한 꿈이었겠지요.”




작가의 말 :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설화가 꿈을 건드렸던 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그보다 중요한 건

그녀가 지금, 누군가와 함께 그 꿈을 나누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하율은

설화를 ‘조종당한 자’가 아닌

‘지켜야 할 사람’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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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4-17 09:3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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