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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허서윤 ]


닌텐도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 플레이 화면 / 사진=젤다의 전설 홈페이지대학원생 A씨는 퇴근 후 집에 돌아와 닌텐도 스위치를 켠다. A씨가 플레이하는 게임은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로 일명 ‘최애 게임’, A씨가 가장 좋아하는 게임이다. 게임 속에서 A씨는 주인공 ‘링크’가 되어 게임 세계의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모험한다. 광활한 들판을 뛰어다니며 바람 소리와 곤충 우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시골로 내려가 할머니 댁에서 여름 방학을 보내던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플레이하며 우연히 마주하는 NPC(non-player character)가 가져다주는 예상치 못한 이벤트들은 또 다른 즐거움이다. A씨에게 <젤다의 전설>은 팍팍한 인생을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는 도피처이자, 모험의 즐거움을 주는 또 다른 세계이다.


자유로운 탐험의 즐거움, 오픈 월드 게임 


<젤다> 시리즈는 대표적인 오픈 월드 게임이다. 오픈 월드 게임이란 플레이어가 자유롭게 게임 속 세계를 이동하고 탐험할 수 있는 게임으로 정해진 길이나 루트 없이 플레이어의 발길이 닿는 곳에 전부 게임 속 이벤트가 숨겨져 있다. 이 때문에 게임 세계가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 세계를 직접 모험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흥미로운 지점은 오픈 월드 게임 사용자들의 상당수가 ‘게임을 하며 스트레스가 해소되었다.’, ‘오픈 월드 게임을 하며 힐링한다.’라는 후기를 내놓는다는 것이다. <젤다> 시리즈는 들판을 달리기만 해도 기분이 좋다는 평이 많고, 다른 오픈 월드 게임에서도 이와 비슷한 후기들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트럭을 운전하며 화물을 배송하는 게임인 <유로 트럭>의 이용자들은 게임 속에서 드라이브를 즐기며 스트레스를 해소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오픈 월드 게임이 정말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이에 대해 조사한 연구가 있다. 


오픈 월드 게임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가 실제로 있다고? 


Ailin Anto(2024)와 연구진들은 이전에 오픈 월드 게임을 플레이한 경험이 있는 대학원생 32명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인터뷰에서 면담자들은 공통적으로 오픈 월드 게임이 “인지적 도피”를 제공한다고 이야기하였다. 오픈 월드 게임에서 게임 속 세계를 탐험하고 구경하는 것을 통해 “내면의 평화”를 느끼고 “일상 속의 걱정을 잊을 수 있다”라고 답하였으며, 어떤 면담자는 “아무리 나쁜 하루를 보냈더라도 게임 속에서는 성장하고 탐험할 수 있다.”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연구진들은 이후 오픈 월드 게임을 플레이한 경험이 있는 대학원생 60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설문조사에는 “오픈월드 게임을 할 때 편안함을 느낍니다.”, “오픈 월드 게임을 하면 일상의 문제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등 스트레스 해소와 인지적 도피에 관한 질문을 포함하였다. 설문조사 분석 결과 오픈 월드 게임이 제공하는 인지적 도피가 플레이어의 심리적 이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15명의 대학원생들을 추가 모집하여 삶에 영향을 준 오픈 월드 게임의 요소에 대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그 결과 면담자들은 탐험의 감각을 제공하는 것, 플레이어가 숙련도와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 긍정적인 감각을 제공하는 것, 삶의 목적과 의미를 제공하는 것, 이 4가지 요인이 인지적 도피를 촉진한다고 답하였다. 특히 한 면담자는 “게임 속에서 아무리 많은 시련과 고난을 겪어도 거기에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 바로 격려의 메시지이다.”라고 답하였다. 또 다른 면담자는 “광활한 세상을 탐험할 자유, 시도할 자유, 실패할 자유, 그럼에도 나아갈 자유, 그리고 성장하는 것, 이것들이 꽤 감동적이다. (...) 나는 의미를 느낀다. 이 게임이 나에게 삶의 목적을 가져다준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패해도 괜찮아, 게임이 알려준 용기


사실 이 연구에 대해 대학원생들은 연구실에 있는 것만 아니면 게임이 아니더라도 뭐든 재밌고 뭘 하든 스트레스가 해소될 것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 연구의 심층 인터뷰는 단순한 스트레스 해소라는 결과 그 이상의 것을 이야기 해준다. 인터뷰를 통해 면담자들이 오픈 월드 게임을 통해 또 다른 세상을 탐험하였고, 그리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패를 마음껏 즐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청년들에겐 너그러운 세상이 필요했던 것이 아닐까? 두려움 없이 마음껏 실패하고, 그 실패를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그런 세상 말이다. 현실에서의 실패는 큰 두려움이다. 도전의 결과는 무엇하나 확신할 수 없다. 실패가 정말 성공의 어머니인 것인지, 실패를 해도 다시 성공할 수 있을지, 애초에 실패 후 재도전의 기회가 주어지는 것인지. 이런 불확실성은 현실 속 삶을 걱정으로 가득 차게 만들고 ‘실패해서는 안 된다’라는 강박을 가지게 만든다. 


그러나 게임이라는 가상 세계 속에서 실패는 분명 성장을 위한 한 걸음이다. 더 성장한 게임 속 내 모습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고,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기회는 얼마든지 주어진다. 그리고 이 실패는 결국 나를 성공으로 이끌 것이라는 확신을 할 수 있다. 게임 속 세계는 얼마든지 실패해도 괜찮은 너그러운 세계, 성공이라는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 도피처인 것이다.


하지만 오픈 월드 게임이 단순히 도피처로만 기능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 보인다. 심층 인터뷰에서 면담자들은 게임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았고, 삶에 용기를 얻었다고 답했다. 어쩌면 자유로운 이동이라는 점에서 현실과 매우 흡사한 오픈 월드 장르의 특성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현실과의 유사성이 사용자들에게 현실 속 실패도 어쩌면 게임 속 실패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그런 용기를 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게임 속 모험을 끝낸 플레이어들은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하지만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한발 더 나아갈 용기를 가진 채로 말이다.


참고문헌

1) Anto, A., Basu, A., Selim, R., Foscht, T., & Eisingerich, A. B. (2024). Open-World Games' Affordance of Cognitive Escapism, Relaxation, and Mental Well-Being Among Postgraduate Students: Mixed Methods Study. Journal of medical Internet research, 26, e63760. https://doi.org/10.2196/63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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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5-08 08:3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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