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서재
“그 애가 깨어나질 않아요…”
“두 눈을 뜨고도, 아무 소리도 안 해요.”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마을의 세 아이가,
하룻밤 사이에 같은 증상을 보였다.
눈을 뜨고,
입을 다문 채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듯 멍하게 한 곳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셋 다—
그 전날 설화를 마주친 아이들이었다.
관아 — 공론의 장
“이쯤 되면, 증거로 충분하지 않소!”
“꿈을 조종한다는 괴담,
이제 헛소리가 아니란 말이오!”
관아 안은 아수라장이었다.
누군가는 설화를 잡아 태워야 한다 말했고,
누군가는 그녀가 '악귀의 탈을 쓴 것'이라며 조소했다.
장하율은 가만히 손을 모았다.
그리고 묻혔던 기억 하나를 떠올렸다.
“설화는… 한 번도
누굴 해치겠다고 말한 적이 없었다.”
설화의 방 — 깊은 밤
“…다시 시작됐어.”
설화는 창밖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어릴 적 자신이 도망쳤던 ‘그 무언가’가
다시 꿈 속에서, 그리고 현실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내가 정말… 무슨 문을 연 걸까…”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무당에게 배웠던 주문을 되뇌었다.
“의식 아래의 망령이여,
내 안의 그림자에서 떠나라—”
하율과 은애 — 동시에 찾아오다
“언니! 제발, 이젠 혼자서 버티지 마요!”
“설화, 들리오?
이젠 우리가 있소.”
설화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작은 방 안,
그녀는 처음으로
꿈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 손을 내밀어주는 사람들을 본 듯했다.
“…나,
진짜 능력은 없어요.”
“…….”
“…단지, 사람들이 내 말을 믿는 게 무서우면서…
또 너무, 간절했어요.”
그 순간 — 이상 현상 발생
방 안의 등불이
바람도 없이 흔들렸다.
창호지 너머,
누군가의 그림자가 지나갔다.
그리고—
마을 전체에 기이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잠들지 못하는 아이가 늘었대요.”
“눈을 감으면, 설화가 꿈에 나타난대요.”
“이건 저주가 아니라… 벌이야.”
마을 입구 — 김응철 등장
“그만하라.”
기대하지 않았던 목소리.
설화가 가장 두려워했던 남자,
김응철 대감이 직접 나타났다.
그는 사람들의 앞을 막아섰다.
“…이제부터는 내가 책임지겠다.”
“김 대감…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 아이들은 죄 없다.
우리가 만든 악몽 속에서,
그저 살아남으려 했을 뿐이야.”
설화의 눈물
“…왜,
이제 와서…”
설화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속삭였다.
하지만 하율은 그녀의 옆에 조용히 섰다.
“사람은,
뒤늦게라도 눈을 뜰 수 있는 존재요.
그게 당신이 꾸던 진짜 꿈 아니었소?”
설화는, 그제야
처음으로 등불 없이 눈을 감았다.
작가의 말 :
설화는 진짜 능력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공포와 믿음은
그녀의 말 한 마디를 ‘현실로 바꾸는 힘’처럼 만들어갔죠.
그리고 이제,
그 악몽은 사람들의 내면에서 되살아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 안에도—
한 줄기 빛이 깃들 수 있다는 것.
그 믿음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설화는,
마침내 눈을 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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