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서재
그날 이후,
마을은 더 이상 잠들지 못했다.
누군가는 밤마다 꿈에서 설화를 보았고,
누군가는 더 이상 꿈을 꾸지 못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더는 그녀를
‘저주’라 부르지 않았다.
설화의 방 — 햇빛이 든 아침
설화는 창을 열었다.
처음으로 등불이 아닌 햇살이 방을 비추고 있었다.
“…오늘은… 따뜻하네.”
작은 화분 하나가 문틈 사이에 놓여 있었다.
안에는 조그마한 붉은 꽃이 한 송이.
은애가 남긴 쪽지가 함께 놓여 있었다.
“언니의 진짜 꿈은,
이 작은 꽃처럼 피는 거였을 거예요.”
관아 마당 — 김응철과의 대면
“대감… 저를… 왜…”
김응철은 설화의 앞에 조용히 섰다.
예전 같았다면 절대 가능하지 않았을 장면이었다.
“넌,
사람이었더구나.”
“…저는… 사람이 아니라,
그저… 감정 하나로 버티던… 그림자였어요.”
“허면,
이제 그 그림자에서 나올 시간이 아니겠느냐.”
하율과 설화 — 함께 걷는 길
“설화.”
“…….”
“당신은 날 조종하지 않았소.
그건… 내가 스스로 선택한 감정이었소.”
설화는 하율을 바라봤다.
눈이 부셨다.
그의 눈동자엔 공포도, 두려움도 없었다.
“하율 나리…
전, 이제야 꿈에서 깨어나는 것 같아요.”
은애와 김세윤 — 골목 끝에서
“그 사람들,
곧 떠날 거래요.”
“그래.
하지만 넌 안 떠나도 돼.”
“……?”
“넌 이곳에서,
‘사람’으로 남아도 되니까.”
김세윤의 손이
은애의 손 위에 조용히 얹혔다.
마지막 장면 — 설화의 고백
설화는 다시 종이인형 하나를 꺼냈다.
그 위엔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 윤 설 화
“이제,
나는 나를 잊지 않을 거예요.”
그녀는 인형을 태우지 않았다.
그저 손으로 꼭 쥐고,
햇살이 든 길을 천천히 걸어갔다.
작가의 말 :
사람은 기억을 잊을 수는 있어도,
마음을 잃지는 않습니다.
설화는 잃어버렸던 마음을 다시 붙잡았고,
하율은 그 마음에 손을 내밀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문틈 사이로 피어난 작은 꽃처럼,
그들의 삶은 이제
햇살을 향해 피어날 준비를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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