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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정연수]



도박은 단순히 ‘돈을 걸고 승패를 겨루는 게임’으로 치부되기 쉽지만, 특히 청소년에게 있어 도박은 단순한 유희의 차원을 넘어서는 심각한 심리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청소년기는 자아 정체감이 형성되고 충동 조절 능력이 아직 미성숙한 시기로, 이 시기에 노출된 도박은 학업 부진, 정서적 불안정, 가족 및 친구와의 관계 단절, 나아가 사회적 고립과 같은 다양한 부정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고등학생 중 약 6.4%가 도박문제 위험집단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심각한 것은 학교 밖 청소년의 경우 이 비율이 무려 21%에 달한다는 점이다. 이는 성인의 도박 중독 유병률을 상회하는 수치로, 청소년 도박이 단순한 일탈이나 호기심 차원의 행동이 아니라 구조적이고 반복적인 중독 행동으로 발전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도박에 빠지는 원인은 다양하다. 스트레스 해소, 경제적 보상에 대한 기대, 또래 압력, 인터넷 및 모바일 게임을 통한 도박 유사 활동 경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특히 최근에는 온라인 플랫폼과 SNS를 통해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청소년 도박 문제가 더욱 은밀하고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도박은 단순한 금전적 손실을 넘어, 개인의 자존감 저하, 미래에 대한 무기력감, 충동 조절의 실패로 인한 부정적 자기 인식까지 야기할 수 있다. 청소년기의 이러한 부정적 경험은 성인기까지 영향을 미쳐, 지속적인 중독 행동, 우울, 불안, 사회 부적응 등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청소년 도박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선택이로 바라보기보다, 발달적 특성과 사회적 환경을 함께 고려한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예방 교육, 가족 및 학교 차원의 조기 개입, 전문 상담 및 심리치료 등의 체계적인 개입이 절실한 시점이다.



왜 청소년은 도박에 빠지는가?



이화여대 연구팀(김진영 외, 2021)은 ‘문제적 및 병적 도박 경로모델(Pathways Model)’을 적용하여, 청소년이 도박문제에 이르게 되는 세 가지 주요 경로를 밝혔다. 이 모델은 단순히 ‘도박을 했다’는 사실을 넘어서, 어떤 심리적·환경적 요인이 어떻게 얽혀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준다.


경로 1: 접근성 → 비합리적 도박신념 → 도박문제


청소년들이 도박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에 노출될 경우, '운이 좋으면 이길 수 있다'거나 '언젠가는 딸 수 있다'는 비합리적인 도박신념을 형성하게 된다. 이는 실제 도박 문제로 이어지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경로이다. 접근성은 물리적인 장소뿐만 아니라, 친구나 가족이 도박에 관대한 분위기, 혹은 인터넷상에서의 손쉬운 참여까지 포함한다.


경로 2: 접근성 → 우울 → 비합리적 도박신념 → 도박문제


도박이 정서적 회피의 수단이 되는 경우도 많다. 청소년이 우울을 느낄수록, 현실을 탈피하고 싶은 욕구가 강해지며, 도박에 대한 비합리적 신념을 강화한다. 실제로 도박 중독 청소년 중 상당수가 주요 우울 증상을 동반하고 있었으며, 이는 도박의 심각도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로 3: 접근성 → 충동성 → 비합리적 도박신념 → 도박문제


청소년기의 대표적 특성 중 하나는 충동성이다. 즉흥적인 결정, 감정에 따른 행동은 도박이라는 ‘즉각적인 보상’에 쉽게 끌리게 만든다. 이 경우 도박행위가 반복될수록 '이번엔 다를 거야'라는 비합리적 신념이 강화되고, 이는 중독으로 이어진다.



도박문제, 얼마나 심각한가?



연구에 참여한 744명의 청소년 중 3.6%가 ‘문제수준’에, 6.6%가 ‘위험수준’에 해당했다. 특히 고등학생일수록 도박 경험률이 높았으며, 충동성과 우울 수준 또한 전반적으로 높은 편이었다. 연구는 도박접근성과 심리적 변수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도박문제를 유발한다는 점을 구조방정식 모형 분석을 통해 입증하였다.


또한, 도박문제에 영향을 미치는 비합리적 도박신념의 매개효과가 가장 유의하게 나타났고, 충동성과 우울 역시 중요한 매개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무엇을 해야 하나? 심리학적 개입의 방향



1. 도박접근성 차단


오프라인은 물론 온라인 도박까지, 청소년이 도박에 접근하기 어려운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단순한 금지뿐 아니라, 가족 및 학교, 지역사회 차원에서의 도박 예방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영국의 'Gambling Act 2005'처럼 청소년 대상 도박 유도 행위를 명확히 금지하는 법령 마련도 고려할 수 있다.


2. 우울 - 도박 동시 개입


청소년이 도박을 정서적 회피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도록, 우울에 대한 조기 개입과 심리적 지원이 병행되어야 한다. 뉴질랜드와 같은 국가에서는 도박 관련 헬프라인에서도 우울 증상에 대한 간단한 평가와 개입이 함께 이루어진다.


3. 충동성 조절을 위한 프로그램


충동성이 높은 청소년은 도박에 특히 취약하다. 캐나다의 'Pre-Venture' 프로그램처럼 성격 특성에 맞춘 맞춤형 심리교육 프로그램이 효과적일 수 있다. 이는 단기적 개입임에도 효과가 오래 지속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도박은 청소년에게 단순한 호기심에서 출발할 수 있지만, 그로 인한 결과는 결코 가볍지 않다. 특히 자아 정체성과 자율성이 아직 확립되지 않은 청소년기에 도박에 빠지게 되면, 이는 단순한 일시적 행동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삶의 방향 전체를 좌우할 수 있는 심각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도박을 통해 일시적인 흥분과 보상을 경험한 청소년은 현실에서의 좌절과 스트레스를 회피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도박에 의존하게 되고, 이는 결국 중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번 연구는 청소년 도박 문제가 단순히 개인의 도덕적 결함이나 일탈로 보기 어려운, 사회적·심리적·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힌 구조적 문제임을 시사한다. 예컨대 가정 내 돌봄의 부재, 또래 집단의 영향, 성적과 미래에 대한 불안,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한 도박 접근성의 증가 등이 서로 얽히며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 특히 디지털 환경에서 이뤄지는 도박은 감시와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청소년들이 쉽게 접근하고 빠져드는 구조적 취약점을 드러낸다.


이제는 더 이상 청소년 도박 문제를 방관해서는 안 된다. 도박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이는 단순한 규제 강화에 그쳐서는 안 되며, 예방 중심의 교육 프로그램 확대, 위기 청소년에 대한 조기 선별 및 개입, 부모와 교사를 포함한 보호자 교육, 그리고 정서적 지지와 인지행동치료 기반의 전문 상담이 통합적으로 병행되어야 한다.


청소년 도박 문제는 곧 우리 사회의 미래와 직결된 문제다. 이들을 보호하고 회복을 도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단순한 개입이 아닌, 세대를 위한 책임 있는 투자이다.


참고문헌


1) 박완경 ( Park Wan-kyeong ),and 이수비 ( Lee Soo-bi ). "청소년의 학교생활부적응, 문제도박, 비행의 관계: 충동성의 조절된 매개효과를 중심으로." 청소년복지연구 23.2 (2021): 23-48.

2) 김에스더,and 권선중. "청소년의 게임 중 사행심 촉발경험이 도박문제에 미치는 영향: 비합리적 도박신념과 주의조절곤란의 조절된 매개효과." 청소년학연구 29.8 (2022): 345-363. 

3) 정현정. "청소년 사이버도박의 실태 분석 및 예방대책에 관한 연구." 한국자치경찰논총 1.2 (2022): 117-136. 

4) 김지혜(Kim Ji-Hae). "청소년의 도박행동 특성과 도박관련 환경이 문제성 도박에 미치는 영향 : 학교 청소년과 학교 밖 청소년의 차이를 중심으로." 사회복지정책과 실천 7.2 (2021): 5-38. 

5) 추정완. "청소년 도박 문제의 윤리적 과제." 도덕교육연구 36.4 (2024): 187-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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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5-14 08: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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