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수빈
[한국심리학신문=윤수빈 ]
Unsplash최근 숏폼 영상 하나를 본 적이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나왔는데, 나오자마자 다시 인스타그램에 들어가는 내 모습”이라는 내용이었다. SNS에서 나오자마자 다시 자동 반사처럼 들어가는 이 행동에 대한 영상은 필자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공감을 샀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이러한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왜 이렇게 SNS에서 빠져나오지 못할까?
뻔한 말이지만, SNS에 중독되었기 때문이다. 자극적인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 속에서 사람들은 술, 카페인, 니코틴뿐 아니라 SNS에도 쉽게 중독된다. 나 역시 하루에 1~3시간은 기본으로 SNS를 사용하는데,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나면 즐겁기보다는 ‘이러면 안 되는데…’ 하는 후회와 우울감이 밀려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못한다.
도파밍의 시대
도파밍(Dopaming)이란 도파민(Dopamine)과 파밍(Farming)의 합성어로, 행복을 유발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마치 게임에서 아이템을 모으듯 찾아 헤매는 행위를 말한다. 우리는 SNS가 주는 짧고 강한 자극, 즉 도파민을 무의식적으로 추구하고 있다.
특히 숏폼 영상, 릴스, 틱톡과 같은 짧고 강렬한 콘텐츠는 우리의 자극 감도를 빠르게 높인다. 자극에 익숙해질수록 뇌는 더 큰 자극을 원하게 되고, 이는 ‘팝콘 브레인’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팝콘 브레인은 미국 워싱턴 정보대학의 데이비드 레비 교수가 제안한 개념으로, 짧고 강한 디지털 자극에만 반응하다가 현실의 잔잔한 자극엔 무감각해지는 뇌의 상태를 말한다.
이게 단지 기분 탓일까? 아니다. 학술지 'PLOS ONE'의 연구에 따르면, 하루 10시간 이상 인터넷을 사용하는 대학생의 전전두엽 크기가 2시간 미만 사용하는 학생보다 작게 나타났다. 전전두엽은 사고와 감정 조절 등을 담당하는 부위다. 즉, 장시간의 디지털 사용은 실제로 뇌의 구조와 기능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이는 꽤나 충격적인 결과다.
게다가 이런 자극 중독은 ‘노모포비아’로도 이어질 수 있다. 노모포비아(No Mobile Phobia)는 휴대폰이 없으면 불안감을 느끼는 현상이다. 설마 내가? 싶겠지만, 아침에 눈 뜨자마자 휴대폰을 찾는 것도 일종의 노모포비아다.
관련 메타분석에 따르면 성인의 약 21%가 노모포비아를 겪고 있으며, 대학생들이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의 2020년 자료에 따르면,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은 23.3%로, 2013년 11.8%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SNS 이용률은 89.9%로 세계 평균인 53.6%보다 훨씬 높다는 점에서, 한국 사회가 자극 중독에 더욱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색과 성찰의 시간
디지털 세상 속에선 즉각적인 자극이 곧 위안이다. 바쁘고 고단한 하루 끝엔, 깊은 생각보단 스크롤 한 번이 훨씬 쉽다. 하지만 자극에만 반응하고 자신의 내면에는 반응하지 못하는 삶은 점점 더 감정 조절을 어렵게 만들고, 외로움이나 분노 같은 감정에 쉽게 휩쓸리게 한다.
당신은 언제 마지막으로 디지털 기기 없이 조용히 사색하고, 자기 자신을 돌아본 적이 있는가? 아마도 많은 이들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할 것이다.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알고리즘이라는 파도 위에서 생각 없이 떠밀려 다니곤 한다. 하지만 멈춰 서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 그 시간이야말로 우리가 잊고 있던 감정과 욕망을 되짚고 삶의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출발점이 된다.
사색은 멈춤이고, 성찰은 방향이다. 스스로를 돌아보는 그 짧은 멈춤의 순간이 결국엔 삶의 방향을 바꾸는 작은 나침반이 될 수 있다. 그러니 바쁜 일상 속에서라도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보자.
“오늘 어떤 순간이 좋았지?”,
“왜 내가 그런 말을 했을까?”,
“지금 내가 이런 감정을 느끼는 이유가 뭘까?”
그리고 이때, 디지털 디톡스는 사색과 성찰을 위한 실질적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다음은 일상 속에서 실천 가능한 디지털 디톡스 방법이다.
• 인터넷 쉬는 요일 또는 시간대를 정해두자. 하루에 30분만이라도 디지털 기기 없이 보내는 시간을 시도해보자.
• SNS에 글을 올리고 싶은 충동이 들 때는 핸드폰 대신 노트에 먼저 써보는 습관을 들이자. 감정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 지하철에선 음악이나 책을, 길을 걸을 때는 주변 풍경을 감상하자. ‘무언가를 보지 않으면 불안한 마음’을 잠시 내려놓는 연습이 된다.
• 종이접기, 악기 연주, 그림 그리기 등의 손으로 할 수 있는 활동이나 걷기, 등산, 수영 등의 운동을 생활 속에 취미로 들여보자.
이런 실천들은 단순한 ‘기기 멀리하기’ 그 이상이다. 그 시간은 곧 자신을 마주하는 시간이 된다. 어쩌면 우리가 잊고 있던 감정, 욕망, 고민들을 다시 꺼내어 바라볼 수 있는 기회다.
조금씩 디지털에서 멀어져 보자.
그리고 조금씩 자신에게 가까이 가보자.
마무리하며
정신없고 고달픈 사회 속에서 우리는 순간적인 쾌락을 쫓아 디지털 세상으로 도망치곤 한다. 그것이 때로는 일상의 고통을 덜어주는 피난처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 안에만 머물러 있다 보면, 정작 내면의 목소리는 잃어버리기 쉽다.
이 글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단 하나다.
외부의 자극만 좇기보다,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삶을 살아가자.
진짜 ‘나’를 찾는 건, 아주 사소한 사색과 성찰의 순간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
참고문헌
1) 권해정. (2016). [트렌드 연구소] 팝콘 브레인… 자극 좇는 일상이 행복할까. 유레카, 제396호, 86p-89p.
2) 최재광, 한지현, 김민범, 송원영. (2023). 한국판 노모포비아 척도 타당화. 한국심리학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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