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연우
[한국심리학신문=신연우 ]
호르몬은 신경전달물질과 어떻게 다를까?
호르몬은 신경전달물질처럼 화학적 메신저로 작용한다. 하지만 시냅스를 통해 국소적으로 전달되는 신경전달물질과 달리, 호르몬은 혈류를 통해 온몸의 표적 세포로 이동한다. 이 때문에 호르몬은 신경전달로는 도달하기 어려운 부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코르티솔, 스트레스를 느낄 때 우리 뇌에 일어나는 일
특히 부신피질에서 분비되는 코르티솔은 대표적인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해마를 비롯한 여러 뇌 부위에 수용체가 집중되어 있다. 일시적으로 코르티솔 농도가 중간 수준으로 높아지면 학습과 기억력이 향상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높게 유지되면 기억력 저하나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스트레스와 불안 관련 행동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 코르티솔의 역할을 이해하는 일은 심리학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관련 연구는 스트레스성 정신질환의 완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기억은 회복된다: 코르티솔 효과의 일시성
Newcomer(1999)의 연구는 고농도 코르티솔이 언어적 선언 기억(verbal declarative memory)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실험적으로 검증하고자 하였다. 연구팀은 워싱턴대학교 병원에서 참가자를 모집했으며, 임신 중이거나 정신질환, 외상 이력, 또는 스테로이드 치료 병력이 있는 사람은 제외하였다. 참가자는 고농도, 저농도 코르티솔, 위약 세 그룹으로 무작위 배정되었다. 실험 첫날에는 모든 그룹이 동일한 조건에서 산문을 듣고 회상하는 과제를 수행하였고, 이후 1일 및 4일 후 다시 기억력을 측정하였다. 결과적으로 고농도 코르티솔 그룹은 기억력이 눈에 띄게 감소하였으며, 저농도 그룹과 위약 그룹 간에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중요한 점은 고농도 그룹의 기억력이 4일 후 원래 수준으로 회복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코르티솔의 부정적 효과가 일시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 연구는 실험 전 기억력의 기준선을 측정하여 개인 차이를 통제했고, 산문 과제를 균형 있게 분배하여 과제 난이도에 따른 영향을 줄이려 노력하였다. 또한, 실험실 환경에서 외부 변인을 엄격히 통제하였기에 원인과 결과 사이의 관계를 명확히 입증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경구 투여 방식은 실제 스트레스 상황에서 코르티솔이 자연적으로 분비되는 방식과 차이가 있어 생태적 타당성이 낮다는 한계가 있다. 더불어 코르티솔 복용에 따른 신체적 반응이 참가자에게 특정 조건임을 암시했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요구 특성을 유발했을 수 있다.
Buchanan과 Lovallo의 실험: 감정이 기억에 남는 이유
한편 Buchanan과 Lovallo(2001)는 감정적으로 자극적인 이미지에 대한 기억 강화 효과를 중심으로 코르티솔의 영향을 살펴보았다. 48명의 건강한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이 실험은 이중맹검 독립표본 설계로 진행되었다. 참가자는 무작위로 코르티솔 또는 위약을 복용한 후, 즐거운 이미지, 불쾌한 이미지, 중립적인 이미지를 보고 정서적 자극 정도를 평가하였다. 일주일 후 예고 없이 기억력을 테스트하였으며, 범주 단서가 제공되는 회상 과제도 포함되었다. 결과적으로 코르티솔 복용 그룹은 특히 정서적으로 자극적인 이미지를 더 잘 회상하였으며, 단서가 있을 때 그 효과는 더욱 두드러졌다.
이 실험은 이중맹검 설계를 통해 연구자 및 참가자의 편향을 최소화하였고, 표준화된 이미지 자극과 객관적 기억 측정을 통해 높은 신뢰도를 확보하였다. 그러나 정적인 이미지와 정제된 코르티솔 투여는 실제 생활 속 감정적 경험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해 생태적 타당성이 낮다. 또한, 단기적 효과만을 측정했기 때문에 만성 스트레스나 장기적인 호르몬 변화가 기억에 미치는 영향을 일반화하기 어렵다.
두 연구의 한계
두 연구는 호르몬의 역할을 실험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높은 가능성을 보여준다. 코르티솔 수치를 직접 조작하여 원인과 결과를 관찰하였고, 자기보고식 스트레스 척도보다 객관적인 생리적 지표를 활용하여 신뢰도를 높였다. 그러나 두 연구 모두 코르티솔을 경구 투여하는 방식이 현실에서의 생리적 반응을 그대로 재현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공유한다. 또한, 호르몬 연구는 특정 생물학적 요소만으로 복잡한 행동을 설명하려는 환원주의적 접근을 취하기 때문에 예측 타당성은 낮다. 실제로 기억력은 감정 상태, 수면 질, 사회적 맥락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결론적으로, 호르몬은 행동을 설명하는 데 중요한 생물학적 요인이지만, 이를 심리적·사회문화적 맥락과 함께 통합적으로 고려할 때 보다 정확하고 깊이 있는 이해가 가능하다.
참고문헌
Buchanan, T. W., & Lovallo, W. R. (2001). Enhanced memory for emotional material following stress-level cortisol treatment in humans. Psychoneuroendocrinology, 26(3), 307–317. https://doi.org/10.1016/S0306-4530(00)00058-5
Newcomer, J. W., Selke, G., Melson, A. K., Hershey, T., Craft, S., Richards, K., & Alderson, A. L. (1999). Decreased memory performance in healthy humans induced by stress-level cortisol treatment. Archives of General Psychiatry, 56(6), 527–533. https://doi.org/10.1001/archpsyc.56.6.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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