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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배정원 ]




기분과 소화의 관계, 과학으로 풀다



“기분이 안 좋으면 배가 꼬인다.”


이 말을 어디선가 들어봤을 것이다. 기분이 좋지 않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기분이 좋지 않으면 소화도 잘 안되는 기분이 들거나 입맛이 없어지는 것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속담이다. 하지만, 이 속담이 과학적으로 증명될 수 있다면 어떨까?


우울증과 불안장애 등 현대 사회에 들어 더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는 정신질환이다. 오랜 시간 동안 정신 질환은 단순히 뇌 속의 신경전달물질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거나 그에 관련된 문제라고 여겨졌지만, “장내 미생물” 관련 최근 연구의 결과는 다른 시점에서 이 문제의 해결책을 보고 있다. 우리 몸의 작은 생태계, 장내 미생물들이 우리의 감정 컨트롤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니, 정말 흥미로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출처:프리픽)



미지의 세계, 장내 미생물과 감정의 연결고리 ‘장뇌 축(Gut-Brain Axis)’



우리의 장과 뇌는 마치 복잡하게 얽힌 고속도로처럼 생각보다 훨씬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그중에 미주신경이라는 긴 신경은 이 둘 사이 중요한 통신 매개체 역할을 한다. 더 놀라운 점은 이 작은 미생물들이 우리가 흔히 아는 소화 작용의 도움뿐만 아니라 감정 조절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신경전달물질 생산에도 직접적으로 관여한다는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교(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 연구진에 따르면, 장내 미생물이 뇌의 화학 물질인 신경전달물질의 생산에 영향을 주며 특히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세로토닌의 약 90%가 장내 미생물에 의해서 만들어진다고 한다. 연구실에서 실험 쥐 모델을 사용하여 장내 미생물 균형이 깨지면 스트레스에 대한 민감성이 증가한다고 보고했다.


더해 ‘Frontiers in Neuroscience’ 저널에 등재된 코네티컷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스트레스와 같은 외부 자극은 장내 미생물의 균형을 깨뜨리고 이것이 뇌 기능에 영향을 줘 불안정한 심리 상태를 초래할 수 있다고 한다. 마치 감정이 씨앗이 되어 장내 환경을 망치고 그것이 다시 나쁜 감정을 키우게 되는 악순환으로 변질되게 된다.



(출처:프리픽)

장내 미생물은 미주신경을 통한 직접적인 영향 외에 다양한 대사산물을 통해 뇌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대표적으로는 짧은 사슬 지방산(Short-Chain Fatty Acids, SCFA)이라는 물질인데, 쉽게 말해 작은 지방 조각들이다. 이 작은 지방 조각 중 뷰티르산(Butyrate)은 신경 염증을 줄이고 뇌혈관 장벽을 강화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킹스 칼리지 런던(King’s College London) 연구진에 따르면, SCFA의 생산이 줄어들면 불안과 우울증 같은 정신적 이상 증상이 악화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장내 미생물과 감정 상태 간의 연결고리를 한층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준다.





마이크로바이옴 혁명 - 감정 조절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다



그러하여 과학자들은 이미 장내 미생물의 이런 특성을 파악하여 특정한 균주를 신체에 투여했을 때 어떤 심리학적 반응이 있을지, 특히 우울증과 같은 정신 질환을 개선할 방법이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앞서 말한 코네티컷 대학의 연구에 의하면 우리가 흔히 유산균으로 섭취하는 락토바실러스(Lactobacillus)나 비피도박테리움(Bifidobacterium) 같은 유익균들이 정신건강에 긍정적인 효과를 보였다.


(출처: 프리픽)


이러한 발견은 실제 임상 연구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브리스톨대학교(University of Bristol) 연구팀이 발표한 임상시험 결과에는 특정 프로바이오틱스를 4주간 섭취한 그룹은 플라시보 그룹보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유의미하게 낮아지는 결과를 관찰했다. 유산균을 주기적으로 섭취해 주는 것은 단순한 건강을 챙긴다는 심리적 위안이 아닌 신체적 변화가 생겨 정신건강 개선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최근 들어 많은 심리학자와 생체학자들이 정신질환과 생물의 관계성을 연구하는 분야가 성장하고 있다. 따라 정신(psyche)과 생물(biotics)의 합성어인 ‘Psychobiotics’라는 용어가 만들어졌다. 단어 그대로 정신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프로바이오틱스를 의미한다.


그러나 이 분야는 아직 연구 초기 단계에 있다. 하버드 의과대학(Harvard Medical School) 연구진이 작성한 리뷰 논문에서는 심리적 상태를 개선하기 위한 장내 미생물 연구의 어려운 점들이 많다고 전했다. 먼저 미생물 치료는 개인차가 크고 장내 생태계 자체가 사람별 식습관과 유전적 요인에 쉽게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대만의 바이오 기업 베네드 바이오메디컬(Bened Biomedical)은 락토바실러스 플란타룸 PS128(Lactobacillus plantarum PS128) 균주를 활용한 제품을 개발하였다. 이 균주는 도파민과 세로토닌 수치를 조절하여 파킨슨병 환자의 운동 기능과 삶의 질을 향상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프리픽)


더해, 비피도박테리움브레베(Bifidobacterium breve) 균주가 노인의 인지 기능과 기분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보고되었다. 이러한 연구들은 개인의 장내 미생물 구성과 정신 건강 상태를 고려한 맞춤형사이코바이오틱스스 치료제 개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심리학적 통찰 – 마음의 기원은 어디인가, 그리고 어떻게 다스릴 것인가



근래에는 통합적 웰니스(Integrated Wellness)라는 개념이 주목받고 있다. 이는 식습관, 운동, 수면, 스트레스 관리, 심리 치료까지 한꺼번에 고려하여 장내 건강과 정신 건강을 동시에 관리하는 방식을 뜻한다. 규칙적인 운동은 장내 유익균의 다양성을 높이고 스트레스 완화에도 직접적인 도움을 준다. 하버드대학교(Harvard University) 공중보건대학원 연구진은 매일 30분 정도 가벼운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장내 미생물의 균형을 개선하고 우울과 불안 증세를 줄일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장내 미생물 연구가 진행됨에 따라 우리 심리는 단지 뇌와만 연결된 것이 아닌 몸의 여러 부분과 상호작용하며 변화한다는것을 알수 있다. 결국 “몸이 편해야 마음도 편하다”는 옛말에 따라, 건강한 신체 환경을 만들어 준다면 정신 건강 또한 같이 좋아질 것이다. 




참고문헌


1) Asaoka D, Xiao J, Takeda T, Yanagisawa N, Yamazaki T, Matsubara Y, Sugiyama H, Endo N, Higa M, Kasanuki K, Ichimiya Y, Koido S, Ohno K, Bernier F, Katsumata N, Nagahara A, Arai H, Ohkusa T, Sato N. Effect of Probiotic Bifidobacterium breve in Improving Cognitive Function and Preventing Brain Atrophy in Older Patients with Suspected Mild Cognitive Impairment: Results of a 24-Week Randomized, Double-Blind, Placebo-Controlled Trial. J Alzheimers Dis. 2022;88(1):75-95. doi: 10.3233/JAD-220148. PMID: 35570493; PMCID: PMC9277669.


2) Schrodt C, Mahavni A, McNamara GPJ, Tallman MD, Bruger BT, Schwarz L, Bhattacharyya A. The gut microbiome and depression: a review. Nutr Neurosci. 2023 Oct;26(10):953-959. doi: 10.1080/1028415X.2022.2111745. Epub 2022 Aug 30. PMID: 36039916.


3) Pan, B., Pan, Y., Huang, YS. et al. Efficacy and safety of gut microbiome-targeted treatment in patients with depression: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BMC Psychiatry 25, 64 (2025). https://doi.org/10.1186/s12888-024-06438-z


4) Barandouzi, Z. A., Starkweather, A. R., Henderson, W. A., Gyamfi, A., & Cong, X. S. (2020). Altered Composition of Gut Microbiota in Depression: A Systematic Review. Frontiers in Psychiatry, 11, 536093. https://doi.org/10.3389/fpsyt.2020.00541


5) Tan, H. (2023). The microbiota-gut-brain axis in stress and depression. Frontiers in Neuroscience, 17, 1151478. https://doi.org/10.3389/fnins.2023.1151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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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5-21 08:3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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