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서
[한국심리학신문=유영서 ]
버스나 지하철 등의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면 노인, 장애인, 임산부와 같은 사회적 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할 일이 생긴다. 버스에서는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지만, 지하철에서는 그런 모습이 비교적 흔치 않고 노약자가 근처에 있더라도 머뭇거리다 마는 경우가 많다. 같은 대중교통인데 이러한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가 뭘까? 버스 타는 사람, 지하철 타는 사람 모두 같은 사람들인데 지하철을 타면 배려심이 부족해진다고 할 수 있는 걸까? 그 사소한 차이가 어디서 오는지 지금부터 알아보겠다.
버스와 지하철의 차이
첫 번째로, 탑승 시간의 차이를 이유로 들 수 있다. 고속버스나 시외버스를 제외한 일반 시내버스는 지하철에 비해 노선이 짧아 잠깐 타고 내리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잠깐 서서 간다고 해서 크게 힘들거나 문제 될 것이 없고, 그만큼 노약자에게 쉽게 자리를 양보하게 된다. 게다가 잠깐 타고 내리는 것은 모두에게 해당되기 때문에 자리를 양보한 후 비교적 쉽게 새 자리를 찾아 앉을 수 있다는 점도 있다.
두 번째로, 버스와 지하철의 승차감 차이도 이유가 된다. 지하철은 정해진 선로를 따라 부드럽게 정차하고 출발하는 반면, 버스는 신호와 도로 상황에 따라 급정거를 하는 일이 잦으며 과속방지턱 때문에 흔들림 또한 심하다. 지하철은 손잡이나 지지대가 많기 때문에 서서 가는 것이 크게 불편하지 않지만, 그에 비해 버스는 구조물 등의 이유로 서있는 것이 불편하기도 하다. 이러한 환경에서 노약자나 장애인, 임산부가 앉지 못한다면 급정거 시 넘어지거나 크게 다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양보의 필요성이 더 크게 느껴진다.
세 번째로, 구조와 시야의 차이도 있다. 지하철은 사람이 많은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면 대체로 넓고 쾌적한 편이다. 반면 버스는 지하철보다 상대적으로 더 좁고 승객 간의 거리도 가깝다. 양보가 필요한 사람이 바로 옆에 서있으면 모르는 척 무시하기 어려운 환경이기 때문에 더 쉽게 양보하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지하철에서는 대부분의 사람이 고개를 숙여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거나 이어폰을 끼고 소리를 차단한 상태로 있거나, 아예 눈을 감고 잠을 자는 경우가 많다. 그런 상태에서는 자연스럽게 자리를 양보할 기회가 줄어들게 된다.
네 번째로, 탑승 인원수의 차이도 영향을 준다. 버스보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인원이 훨씬 많기 때문에, 꼭 내가 자리를 양보하지 않아도 누군가는 대신해줄 것이라는 생각을 무의식중에 갖게 된다. ‘나만 아니면 돼’ 라는 생각으로 주변에 노약자나 임산부가 있어도 모르는 척 무시하게 되는 것이다.
다섯 번째로, 노약자석의 위치 차이도 이유로 들 수 있다. 버스는 보통 입구 바로 옆에 노약자석이 위치하고 있고 일반석들과 섞여있기도 하다. 그러나 지하철은 칸의 양쪽 끝에 노약자석이 고정되어 있어 일반석과 어느 정도 분리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노약자석이 비어있어도 일반 승객들은 그쪽에 앉지 않기 때문에 일반 승객들은 일반석에서 굳이 양보를 하지 않게 된다. 또한 임산부 배려석에 대한 문제도 있다. 노약자석은 암묵적으로 항상 비워두지만, 임산부 배려석은 임산부가 아님에도 그냥 앉아버리는 사람들이 많다. 이로 인해 정작 앉아야 할 임산부가 양보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여, 임산부 10명 중 7명이 임산부석 앞에서 양보 받지 못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을 정도이다.1)
마지막으로, 버스 기사의 존재 또한 이유가 된다. 지하철은 기사와 승객이 분리되어 얼굴을 마주할 일이 없지만, 버스는 좁은 버스 안에 기사와 승객이 함께 있기 때문에 존재 자체만으로 감시자의 역할이 되기도 한다. 버스 안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버스 기사가 제지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 데다, 필요한 경우 기사가 직접 자리 양보를 요청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지하철에 탔을 때보다 사회적 시선을 더 크게 의식하게 된다.
배려하고 양보하는 세상
약자를 대상으로 한 배려와 양보는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강요할 수는 없지만, 함께 살아가는 세상인 만큼 따뜻한 온기를 나눈다면 더 나은 세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타인의 불편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려는 마음이 언젠가 자신에게 더 큰 마음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여유가 있을 때 한 번쯤 양보를 해보면 어떨까?
*참고문헌
1) 김소영, 배려 받지 못한 임산부?…“오면 양보”vs“무조건 비워둬야” 갑론을박, 아시아투데이, 2024.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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