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서
[한국심리학신문=이윤서 ]
1. "왜 우리는 죽음을 원하게 되는가" — 유족의 복수심 뒤에 숨은 심리
흉악범죄 발생 시, 사형제도의 존폐에 대한 논란은 끊임없이 제기된다. "범죄를 저지른 자는 죽음으로 응징해야 한다"는 주장은 피해자 가족들의 깊은 상실감과 분노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사형이 진정으로 유족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정의를 구현할 수 있을까? 범죄심리학은 이에 대해 다른 시각을 제시한다.
범죄 이후, 피해자의 유족은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경험하게 된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분노, 죄책감, 무기력 등이 일상생활을 송두리째 바꾸며, 세상에 대한 신뢰도 사라진다. 특히 살인과 같은 극단적인 범죄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유족은 일상으로 돌아가기가 매우 어렵다. 이는 단순히 범죄에 대한 반응이 아니라, 그 사건이 유족의 삶에 미친 깊은 심리적 영향을 의미한다.
이러한 절망의 상황에서 유족들이 사형을 요구하는 심리적 이유에는 복수심과 응보적 정의를 향한 강한 욕구가 자리잡고 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상처를 준 만큼 고통을 되돌려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이를 통해 사건을 통제하려는 시도를 한다. 사형은 이러한 감정의 극단적인 표현이다. 하지만 범죄심리학자들은 유족들이 요구하는 사형이 단순히 복수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들은 범죄자에게 사회적 처벌을 부여하고,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사형을 주장하지만, 사형이 유족의 내면적인 고통을 진정으로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한다.
2. "사형이 끝나도 상처는 남는다" — 유족의 고통은 정말 사라질까
사형이 유족들에게 심리적 평화를 가져다준다는 근거는 부족하다. 오히려 재판 절차가 길어질수록 유족들은 사건을 계속해서 되새기게 되고, 그로 인해 고통이 더 깊어질 수 있다. 피해자 가족들은 범죄자가 사형 판결을 받을 때까지 수년 간 불확실한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유족들의 심리적 상처는 더 깊어지고, 사건에 대한 기억이 지속적으로 떠오르기 때문에 사형을 기다리는 기간은 오히려 고통을 더하게 된다.
2021년, 'Death Penalty Information Center'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사형 판결이 유족들에게 심리적 평화를 가져온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대신, 긴 재판과 법적 공방이 유족들의 정신적 고통을 더 크게 만들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특히 피해자 가족들이 사형 판결을 기다리는 동안 그들의 고통은 오히려 증가하는 경우가 많았다.
2020년에 진행된 'Equal Justice USA'의 설문조사에서는, 범죄 피해자의 62%가 "가해자의 사형보다는 심리적인 치료와 지원이 더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이는 피해자 가족들이 원하는 것이 단순히 범죄자에게 처벌을 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심리적 회복을 위한 지원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또한,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UNC)의 2021년 연구에서는 사형 사건의 피해자 유족들이 일반적인 살인 사건 유족들보다 PTSD와 우울증 수준이 20% 더 높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이 연구는 사형이 피해자 가족들의 고통을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사형이 판결되었다고 해서 유족들이 겪는 심리적 상처가 자동으로 치유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3. "정의는 복수 그 너머에 있다" — 진정한 회복을 위한 다른 길 찾기
이러한 흐름 속에서 범죄심리학자들과 피해자 지원 단체들은 사형제 폐지 여부를 넘어서, 유족들이 어떻게 진정으로 치유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심리학적 지원이 유족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입증하는 연구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심리상담 지원의 확대, 경제적 지원 제공, 그리고 사법 절차에서 유족의 목소리를 존중하는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단순히 가해자에게 처벌을 내리는 것만으로는 유족들의 심리적 회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유족들에게는 사형이 아닌,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심리치료, 사회적 지원 네트워크, 경제적 재정비 등이 중요한 요소로 다뤄지고 있다.
물론, 사형은 사회에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법이 중대한 범죄를 용납하지 않는다는 강력한 경고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범죄심리학적인 관점에서는, 진정한 정의는 처벌을 넘어, 피해자의 삶을 복원하는 것까지 이어져야 한다. 단순히 복수의 마음을 채우는 처벌만으로는 고통을 끝낼 수 없다.
만약 우리가 피해자와 유족의 진정한 회복을 바란다면, 사형만으로 정의가 완성된다고 믿는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들의 상처를 인정하고, 삶을 다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지원이 필요하다. 그것이 진정한 정의를 실현하는 길일 것이다.
* 참고문헌
1) Death Penalty Information Center
Death Penalty Information Center. (2021). Death penalty in the United States.
2) Equal Justice USA
Equal Justice USA. (2020). Survey of crime victims and death penalty preferences.
3) North Carolina University (UNC) Study
North Carolina University. (2021). Study on PTSD in crime victims and death penalty cases. Journal of Victimology, 12(3), 145-157.
4) National Victim Assistance Academy Journal
National Victim Assistance Academy Journal. (2019). The impact of capital punishment on victims' families. National Victim 5) Assistance Academy Journal, 23(2), 67-80.
Journal of Trauma and Stress Studies
6) Journal of Trauma and Stress Studies. (2020). The psychological effects of capital punishment on crime victims. Journal of Trauma and Stress Studies, 15(4), 234-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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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들이 입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법 제도의 시선에서 바라본 사형은 '징벌적 손해배상'과 유사한 관계에 놓여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해자의 처벌과 유가족의 치료는 같은 방향, 다른 선에 있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유가족의 입장에서 바라본 가해자의 사형에 대한 기사는 신선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