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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작아지는 기묘한 순간: 미시시증(Micropsia)의 신비와 실체 - ‘앨리스 증후군’의 한 조각, 뇌와 현실 인식의 왜곡을 파헤치다
  • 기사등록 2025-05-23 08: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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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채진우 ]



1. 현실이 왜곡되는 순간


미시시증은 외부 세계의 시각적 인식이 왜곡되어, 사물이나 환경이 실제보다 훨씬 작게 보이는 신경학적 현상이다. 이 증상은 일시적일 수도, 만성적으로 반복될 수도 있으며, 뇌와 시각 시스템의 상호작용에서 비롯된 복합적인 이상으로 간주된다.




2. 미시시증의 정의: 사물이 작아 보이는 인지적 착시


‘미시시증(Micropsia)’이라는 용어는 ‘micro(작은)’와 ‘-opsia(보다)’라는 그리스어 어원에서 유래한 의학 용어다. 이는 단순한 시각 이상이 아니라, 시각 정보의 뇌 인식 처리과정에서 발생하는 왜곡 현상이다. 실제로 망막이나 각막에는 문제가 없지만, 뇌가 그것을 작게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의학계에서는 미시시증을 일종의 시지각 장애(visual perceptual distortion)로 분류하며, 뇌의 특정 부위—특히 후두엽(visual cortex)—의 기능 이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3. 앨리스 증후군과의 관계: 문학에서 의학으로


미시시증은 ‘앨리스 증후군(Alice in Wonderland Syndrome, AIWS)’의 대표 증상이다. 이 증후군의 이름은 루이스 캐럴의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비롯됐다. 


주인공 앨리스는 “갑자기 작아져서 문을 통과하지 못하는” 경험을 한다. 이 장면은 단순한 환상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루이스 캐럴이 편두통(migraine)을 심하게 앓았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앨리스 증후군은 미시시증 외에도 다음과 같은 증상들을 포함할 수 있다.


  • 1) 마크로시증(Macropsia): 사물이 실제보다 커 보임


  • 2) 시간 왜곡: 시간이 느리게 또는 빠르게 느껴짐


  • 3) 자기 신체 왜곡: 자신의 손, 발, 머리가 너무 크거나 작게 느껴짐




4. 발생 원인: 하나의 증상, 다양한 원인


미시시증은 다양한 신체적, 신경학적, 정신적 원인에 의해 유발될 수 있다. 주된 원인은 다음과 같다.


1) 편두통 (Migraine)


미시시증 환자의 상당수는 편두통을 동반한다. 특히 편두통 전조 증상(aura) 중 하나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 경우 뇌의 혈류 흐름이 일시적으로 변화하면서 시지각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 간질 (Epilepsy)


일부 간질 환자들은 발작 전후에 미시시증을 경험한다. 특히 측두엽 간질(temporal lobe epilepsy)에서 자주 보고되며, 이는 뇌의 시지각·기억·감정 처리 부위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3) 감염성 질환


소아에서 흔히 나타나는 Epstein-Barr virus(EBV) 감염과 같은 바이러스성 질환 이후에 미시시증 증상이 일시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4) 정신적 스트레스 및 불안 장애


심한 스트레스나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공황장애 등의 심리적 상태에서도 미시시증이 나타날 수 있다. 이 경우 뇌의 감각처리 및 인식 기능에 일시적인 혼란이 발생한다.


5) 약물이나 환각제


LSD, 환각버섯, 암페타민 등 향정신성 약물을 복용한 후에 미시시증을 경험하는 사례도 보고된다. 이는 뇌의 세로토닌 수용체에 영향을 주는 작용 때문이다.




5. 신경과학적 설명: 왜곡된 뇌의 해석


미시시증이 발생하는 뇌의 메커니즘은 여전히 연구 중이지만, 현재까지 밝혀진 내용을 기반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 1) 후두엽(Occipital Lobe): 시각 정보를 최초로 처리하는 뇌 부위로, 여기서 오류가 생기면 시각 왜곡이 발생한다.


  • 2) 측두엽(Temporal Lobe): 시각과 청각을 통합하고, 기억과 감정을 조절하는 부위. 이 부위의 전기적 이상이 미시시증을 유발할 수 있다.


  • 3) 시상(Thalamus): 감각 정보를 대뇌 피질로 중계하는 역할을 하며, 이 과정에서 신경전달물질 불균형이 생기면 시지각이 왜곡될 수 있다.


MRI 및 fMRI 등의 뇌 영상 연구에서는, 미시시증 발현 시 후두엽과 측두엽 사이의 상호작용이 일시적으로 비정상적인 양상을 보인다는 점이 관찰됐다.




6. 진단과 치료: 증상만 보는 것이 아니다


미시시증은 증상 그 자체로 진단되기보다는, 기저 질환의 일부로 진단된다. 신경과, 정신과, 안과 등의 협진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1) 진단 과정


  • 시력 및 안과 검사: 안구 구조 이상 여부 확인


  • 뇌 영상 검사 (MRI, CT): 뇌 병변 유무 확인


  • 뇌파 검사 (EEG): 간질 여부 확인


  • 혈액검사 및 감염성 질환 검사


  • 심리검사: 불안, 우울, PTSD 등 정서 상태 확인


2) 치료 방법


  • 원인 질환에 따른 약물 치료 (예: 편두통 예방약, 항간질약, 항우울제 등)


  • 심리 상담 및 인지행동치료(CBT)


  • 수면 조절 및 스트레스 관리


  • 일기 작성 및 증상 기록을 통한 모니터링




7. 일상생활에서의 영향: 외로운 감각의 혼란


미시시증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그 심각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환자들은 종종 현실감 상실(derealization), 고립감, 불안장애, 심지어 자살충동을 호소하기도 한다.


20대 후반의 직장인 김 모 씨는 “증상이 갑자기 나타날 때마다 미쳐버릴 것 같아요. 현실이 이상하게 왜곡되는데 아무도 그걸 이해하지 못하죠”라고 말한다. 그는 오랜 시간 혼자 고통을 감내하다가 최근에서야 편두통과 연결되어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8. 문화적 맥락과 표현 예술 속 미시시증


미시시증은 문학과 예술 속에서도 자주 나타난다. 앞서 언급한 루이스 캐럴 외에도,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이나 살바도르 달리의 초현실주의 회화 속에서도 공간과 인식의 왜곡은 주요한 표현 장치다.


이러한 예술 작품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미시시증적 시각의 상징화라고 볼 수 있다.




9. ‘작게 보이는 세계’ 속의 진실


미시시증은 단순히 “눈의 착각”이 아니다. 그것은 뇌가 보내는 심층적인 경고 신호일 수 있으며, 그 원인은 신경학적, 심리적, 환경적 요인 등 복합적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증상을 부끄러워하거나 억누르지 말고 의학적 조언을 구하는 것이다.


“사물이 작아 보일 때, 세상이 변한 것이 아닙니다. 뇌가 잠시 방향을 잃은 것일 뿐입니다.”




참고문헌

Ceriani, F., Gentileschi, V., Muggia, S., & Spinnler, H. (1998). Seeing objects smaller than they are: Micropsia following right temporo-parietal infarction. Cortex, 34, 13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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