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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김가은A ]



여섯 명이 모였으니여섯 배의 시너지 효과가 나야 하는 것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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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별과제를 하며 밤을 꼴딱 새운 나는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다. 팀원은 다섯 명이나 있지만, 정작 열심히 하는 사람은 나뿐인 듯 하다. 개인과제는 누구보다 열심히 하던 사람들이 조별과제에서는 말 그대로 ‘잠수’를 탄다. 1인분이라도 해줘도 고마울 텐데 0.5인분도 하지 않는 것 같다. 

 

동기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조별과제에서 무임승차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건 나만의 경험이 아니었다. 다들 성실하고 똑똑한 친구들인데, 왜 조별과제만 하면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걸까? 조별과제 속 무임승차는 왜 발생하며, 어떻게 해야 좀 더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지 알아보고자 한다. 

 


링겔만 효과(Ringelmann Eff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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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농업공학자인 막스 링겔만(Max Ringelmann)은 줄다리기 실험을 통해 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개인의 공헌도가 감소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는 개인이 혼자 줄을 당기면 100%의 힘을 발휘한다고 가정했을 때, 두 명이 함께 줄을 당길 때에는 각자의 힘이 93%로 감소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세 명이 되었을 경우에는 그 힘이 85%로 감소했고, 여덟 명이 되면 각 구성원이 발휘하는 힘은 49%로 크게 낮아졌다. 

 

물론 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전체 성과 자체는 증가할 수 있다. 그러나 사회적 태만(social loafing) 현상이 발생하여 집단 전체의 성과의 증가 속도는 점점 느려지고,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른 사람이 하겠지



파들파들 떨면서도 피해자를 구해준 '겁쟁이 아가씨' < 김형민 PD의 딸에게 들려주는 역사 이야기 < 사회 < 기사본문 - 시사INKitty Genovese

사회적 태만이 발생하는 이유 중 하나는, 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개인이 느끼는 책임감이 분산되기 때문이다. 이 현상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제노비스 신드롬(Genovese Syndrome)으로 설명할 수 있다. 

 

1964년, 새벽 늦게 일을 마치고 퇴근하던 키티 제노비스가 칼에 찔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범죄 사실만큼이나 더욱 충격적이었던 것은, 그녀가 세 차례나 칼에 찔려 사망하기까지 37명의 목격자가 있었음에도 그 누구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목격자가 많으니 자신이 신고하지 않아도 다른 누군가가 신고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만약 그 자리에 목격자가 나 혼자뿐이었다면, 그들은 적극적으로 신고하고 제노비스를 도왔을 것이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있을 때 개인이 느끼는 책임감은 희석되고 결국 방관하는 경향이 강해진다. 

 

이러한 제노비스 신드롬, 즉 방관자 효과는 조별과제에서도 비슷하게 발생할 수 있다. 팀원이 많을수록 각자가 맡은 역할에 책임감을 덜 느끼게 되어 자기 역할을 회피하거나 소극적으로 참여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그렇다면 조별과제를 할 때 팀원들의 역량을 최대로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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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집단의 규모를 적절하게 조정하는 방법이 있다. 미국 심리학자인 리처드 해크먼(Richard Hackman)은 자신의 저서 ⌜성공적인 팀의 5가지 조건(Leading Teams)⌟에서 최적의 집단 규모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팀이 작업을 완료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작지도, 의견을 조정하는 데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할 정도로 너무 크지도 않은 적정한 규모가 가장 높은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주장했으며, 실험을 통해 4.6명의 집단이 가장 이상적인 크기임을 밝혀냈다. 

 

다음은, 동료 평가를 실시하는 방법이 있다. 2017년 제2회 국제 사회·정치 발전 학술대회(ICOSOP)에서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동료 평가는 조별과제에서 무임승차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었다. 연구진들은 80명의 대학생을 실험집단과 통제집단으로 나누어 동일한 과제를 수행하게 하였고, 실험집단에만 동료평가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동료평가를 실시한 실험집단에만 사회적 태만 점수가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즉, 다른 누군가에 의해 평가받고 있다는 인식이 책임감을 불러일으켜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한 것이다. 

 

한 명 한 명 유능한 사람일지라도, 팀으로 모였을 때 각자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않는 경우는 흔하다. 사회적 태만을 줄이기 위해 집단 규모를 적절히 조정하고, 구성원 간 책임을 분명히 하며, 평가의 투명성을 높이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결국 집단의 성패는 팀원 각각이 얼마나 주인의식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느냐에 달려 있다.

 

< 출처 >

Alan G Ingham, George Levinger, James Graves, Vaughn Peckham, The Ringelmann effect: Studies of group size and group performance,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Volume 10, Issue 4, 1974, Pages 371-384, ISSN 0022-1031, https://doi.org/10.1016/0022-1031(74)90033-X.

Apostolos. (n.d.). What Is the Ideal Team Size and Why It Is Important. Leading Beat. https://www.leadingbeat.com/what-is-the-ideal-team-size-and-why-it-is-important/

Ferry, N., & Eliana, R. (2018, January). Impact of peer evaluation in reducing social loafing tendency among students. In Proceedings of the 2nd International Conference on Social and Political Development ICOSOP 2017) (pp. 221–224). Atlantis Press. https://doi.org/10.2991/icosop-17.2018.34

권홍우. (2020, March 12). [오늘의 경제소사] 1964년 제노비스 사건. 서울경제. https://www.sedaily.com/NewsView/1Z066F1FQ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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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5-28 08: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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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yeo_mazing2025-05-31 20:37:56

    시스템을 조절하는 것 말고 개인의 내면을 통제할 방법은 크게 없다는 게 오히려 더 안타깝게 다가오네요. 기자님과 똑같은 이유로 괴로운데,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습니다.

  • boeun53172025-05-31 11:11:58

    나 역시 조별과제를 하며 열심히 하지 않는 팀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경험이 있어 크게 공감되었다. ‘링겔만 효과’나 ‘제노비스 신드롬’처럼 집단 내 책임 분산 현상이 실제로 과제 수행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사례와 함께 설명한 부분이 이해를 도왔다. 특히 동료 평가의 도입이 무임승차를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앞으로의 팀 활동에서 실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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