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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최지현]


출처: 혜리 유튜브 채널 캡쳐

“그냥 추억할 수 있게, 기억할 수 있게 하고 싶어서...”

 

태연의 콘서트가 열릴 때마다 그녀의 콘서트장은 향기로 가득 찬다. 은은하면서 달콤한 그 향기는 콘서트장을 벗어나서도 잊혀지지 않고 머릿속을 맴돈다. 향기와 함께 환기되는 공연의 열기와 설렘이 나의 마음이 다시 한번 감동을 느끼게 한다.

 

지난 3월 혜리 유튜브 채널에 가수 태연이 나와 인터뷰하는 영상이 올라왔다. 태연은 첫 공연 때부터 매번 콘서트를 할 때마다 그 분위기에 맞는 향을 제조해 공연장을 향으로 채운다고 밝혔다. 조향사와 함께 직접 향기에 스토리도 만들어가며, 해당 기획을 하게 된 이유는 향기를 통해 공연이 추억과 함께 오래 기억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실제로 향기는 우리의 감정과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길 가다가 흘러나오는 미역국 냄새에서 집이 그리워지거나,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그 사람의 샴푸 향이 느껴진 이유도 이 때문이다. 

 



기억을 되살리는 냄새의 이야기: 프루스트 효과



특정한 냄새가 관련된 과거의 기억을 강렬하게 떠올리게 하는 현상을 “프루스트 효과”라고 한다. 프랑스의 작가였던 마르셀 프루스트가 우연히 평소에 먹지 않던 방식으로 마들렌 과자를 홍차에 적셔 한 입 베어 먹었는데, 그 순간 어린 시절 숙모가 내어주던 마들렌이 생각나면서 추억에 잠기게 된다. 이렇게 냄새를 통해 회상하게 된 과거의 추억들로 그의 대표작인 를 지필하게 되었고, 이것이 ‘프루스트 효과’의 유래가 된다. 


이처럼 우리의 기억은 단순히 시각적 이미지에 의존하지 않는다. 감각은 기억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연상을 이끌어낸다. 기억을 떠올릴 때, 시각적인 이미지뿐만 아니라 당시의 소리, 촉감, 맛, 그리고 냄새가 어우러져 그날의 순간을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재구성할 것이다. 그중에서도 후각은 특정한 냄새를 맡는 순간, 그와 연결된 기억을 단번에 떠올리게 하는 강력한 힘을 지닌다. 우리가 냄새를 맡을 때 발생하는 후각적 신호는 다른 감각과 달리 바로 뇌에 전달된다. 후각 경로가 특별하게 뇌의 변연계에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이곳에는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와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지각 과정을 거치지 않고 무의식적으로 냄새를 통해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던 것이다. 

 


마들렌 한 조각에 담긴 기억의 향기



프루스트 효과는 우리에게 특별한 방식으로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냄새는 다른 감각보다 더 깊이 무의식에 스며들고 잊고 지내던 과거의 시간을 단번에 되살려낸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순간을 지나치지만 대부분 흐릿한 흔적으로 사라지게 된다. 그러나 향기는 그저 지나친 기억을 다시 현재로 불러내고 감정까지 되살린다. 공기 속에 흩어져 있던 냄새가 마음 깊은 곳으로 들어오면서 잠들어 있던 기억을 흔들어 깨우는 것이다. 냄새는 우리가 무엇을 사랑했고, 무엇을 잃었으며, 무엇을 그리워하는지 깨닫게 하는 감각이다. 이러한 기억은 단순한 정보의 축적이 아니라 삶의 감정적 기록이다. 프루스트가 마들렌 한 조각에 담긴 향기로 과거를 되찾았듯 우리 역시 향기 속에서 자신도 몰랐던 추억과 마주하게 된다. 그 기억은 단순히 회상을 넘어 우리가 여태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증명하는 흔적이다.

 


냄새로 쓰는 나의 이야기책



냄새가 불러일으킨 기억은 지나간 장면에 머물지 않고, 추억이 되어 현재의 나에게 이야기책을 펼친다. 이처럼 개인의 기억이 엮어서 하나의 이야기로 구성되어가는 과정을 ‘서사적 자아(narrative self)’라고 부른다. 인간은 삶의 사건들을 단편적으로 저장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 기억들을 선택하고 해석하며, 자신만의 이야기로 조직한다. 이때 향기처럼 예기치 않은 감각 자극은 잊고 있던 감정과 장면을 끌어올리며 정체성의 조각을 다시 꿰매는 역할을 한다. 어린 시절 엄마의 비누 냄새, 첫사랑의 향수처럼, 어떤 냄새는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이어주는 연결의 매개체가 된다.

 

추억은 그렇게 자아를 만든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향기로 되살아난 장면은 지금의 나를 돌아보게 하고 삶의 이야기를 다시 되새기게 한다. 그 이야기 속에는 감정이 있고, 관계가 있으며, 내가 존재했던 시간들이 담겨 있다. 향기는 그 이야기의 첫 문장이자, 때로는 마지막 장면이다. 단지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가 의미 있는 존재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는 것이 그것의 역할이다.



참고문헌

1)《Psychology》. Worth Publishers. 166–171쪽. ISBN 978-1-4292-37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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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5-28 08: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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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oeun53172025-05-31 11:06:32

    이 기사는 향기가 단순한 냄새를 넘어 기억과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강력한 감각임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태연이 공연장에 향을 더하는 이유처럼, 향기는 과거의 감정과 순간을 생생히 떠올리게 해 우리 삶의 중요한 기억으로 자리 잡는다. 특히 프루스트 효과를 통해 후각이 얼마나 직접적으로 감정과 기억에 연결되는지 알 수 있었고, 냄새가 서사적 자아 형성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인상 깊었다. 향기를 통해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내가 이어진다는 관점이 새롭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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