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연우
[한국심리학신문=송연우 ]
다른 사람들이 그 친구의 말은 거짓이라며 괜한 감정 소비하지 말라고 할 때 나는 그를 믿으려 했다. 왜 그랬을까? ...
필자는 고등학교 1학년이던 시절 상담 심리학에 큰 관심이 있었다. 한 살 어린 친구가 있었고, 그는 자신의 가정 환경을 필자에게 한탄하곤 했다. 그를 좋은 동생으로 아꼈고, 그가 당하는 모든 일이 억울하고 부당하다고 느낀 만큼 그에게 내가 필요할 때 언제든지 달려갔다. 그러나 그가 나에게 전적으로 의지하고, 모든 감정적인 문제를 나와의 대화를 통해 풀어내려고 하자 귀찮은 마음과 불편함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느낀 불편한 감정을 그에게 솔직히 전하자, 그는 오히려 나를 이기적이고 못됐으며 ‘변했다’라고 비난했다. 지금은 더 이상 그 친구와 연락하며 지내지 않지만, 그 여파로 일시적이나마 매우 우울했고 자존감마저 떨어졌다. 이러한 상황을 겪어본 사람들이 적지 않으리라 생각하는데, 상담 훈련을 받은 전문가마저 유사한 경험을 하기도 한다.
상담자와 내담자
일반적으로 상담을 담당하는 사람을 상담자, 그런 상담을 받으러 찾아오는 사람을 내담자라고 칭한다. 내담자는 현재 자신이 겪는 문제를 가지고 상담자를 찾는다. 그들의 문제는 심리적, 신체적, 사회적 등 다양하고 복잡하며, 상담자는 내담자가 이를 안전한 환경에서 털어놓고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그 과정에서 상담자는 내담자의 분노, 불안, 절망, 두려움 등의 감정을 전부 보듬고 품으며 내담자 스스로 자기 자신을 안전하게 탐색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그러나 상담은 일방이 아닌 양방향의 소통이다. 내담자의 깊고 복잡한 감정을 함께 짊어지는 과정에서, 많은 상담자는 정서적으로 고갈, 소진(burnout)되어 간다. 소진은 사람을 대하는 계통의 일을 하는 개인들 사이에서 종종 발생하는 정서적 고갈과 냉소의 증상이다. 소진된 상담자는 내담자에게 정서적인 지지를 주지 못하게 되면서 자책감, 부담감, 화남 등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되며, 이는 두통과 불면증과 같은 신체적인 문제로도 이어진다.
전이와 역전이
위와 같이 상담자와 내담자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과정은 ‘전이’와 ‘역전이’의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전이’란, 개인이 자기 유년기의 중요한 인물들에 대한 감정 반응이 현재 인물에 대해 감정, 욕구, 태도, 환상, 방어 등의 형태로 부적절하게 반복적으로 경험되는 것이다. 즉 ‘과거 대상’으로부터 느낀 감정을 ‘현재 대상’에게서도 똑같이 느끼는 것을 말한다. 일종의 과거 기억과 감정의 재연인 셈이다. 내담자는 일반적으로 전이를 통해 무의식을 드러내며, 이는 치료의 기반이 된다. 반면 ‘역전이’는 상담자가 내담자를 통해 본인의 해결되지 않은 감정이나 문제를, 환자를 향해 투사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내담자를 이해하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치료자의 부적절한 태도다.
역전이를 역이용하는 법
그러나 역전이를 잘 이용한다면, 내담자가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상호작용을 하는 방식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1991년 Van Wagoner, Gelso, Hayes, Diemer는 역전이 반응을 상담에서 잘 활용할 수 있는 상담자 특성을 연구하였으며, 이는 크게 5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자기 통찰(self-insight)은 상담자가 자기 감정, 생각, 감각, 행동과 그들의 기원까지 인식하는 정도다.
둘째, 자기 통합(self integration)은 상담자가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으로, 내담자의 욕구를 자신의 것보다 우선할 수 있는 능력을 포함한다. 즉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일관성 있으며 안정성 있는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셋째, 불안 관리(anxiety management)는 상담자가 상담에서 자기가 느끼는 불안을 인식하고 이를 통제하는 능력을 말한다.
넷째, 공감 능력(empathy ability)은 상담자가 내담자의 경험을 인지하고 이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런 경험을 감정으로 이해하고 가질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다섯째, 개념화 기술(conceptualizing skills)은 상담자가 자신과 내담자 사이의 역동적인 관계를 개념화할 수 있는 정도를 가리킨다.
참고 문헌
1) 국혜진. (2015). 상담자의 성인애착이 심리적 소진에 미치는 영향 : 역전이 관리능력의 매개효과 [석사학위논문, 아주대학교]. http://www.riss.kr/link?id=T13736504
2) 이경윤. (2016). 상담자의 자아탄력성과 심리적 소진의 관계 : 역전이 관리능력의 매개효과 [석사학위논문, 한양대학교]. http://www.riss.kr/link?id=T14169172
3) 역전이(counter transference) 알기쉬운의학용어 – 서울아산병원, https://www.amc.seoul.kr/asan/healthinfo/easymediterm/easyMediTermDetail.do?dictId=2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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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전문적인 심리학 개념까지 자연스럽게 확장해 설명한 점이 매우 인상 깊다. ‘전이’와 ‘역전이’ 같은 개념을 실제 사례와 연결해 설명함으로써 독자의 이해를 돕고, 상담자의 역할과 어려움을 현실적으로 조명한 점이 특히 훌륭하다. 상담자의 소진 문제를 단순히 감정적 어려움이 아닌 전문적인 관점에서 분석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다섯 가지 특성까지 구체적으로 소개한 점에서 이 기사는 정보성과 통찰력을 모두 갖추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