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서재
윤하림의 웃음은 정돈되어 있다.
입꼬리는 정확히 좌우 15도씩 올라가 있고,
눈꼬리는 그보다 5도 더 유연하게 휘어진다.
소리는 나지 않지만 미소는 퍼진다.
그녀의 웃음은 '감정'이 아니라 '기능'이다.
‘이 교실의 균형’을 지켜야 한다는 강박이
그 미소를 기계처럼 움직인다.
나는 그녀를 처음 본 순간
그 사실을 직감했다.
정오가 지나고,
급식 시간이 끝나갈 무렵.
나는 교실 한쪽에 설치된
심리상담실 연결용 쪽지함 앞에 섰다.
학교는 최근 자살 사건 이후
학생 대상 심리상담 신청을 유도하고 있었고,
나는 이 시스템을 활용해
윤하림에게 ‘상담 요청 쪽지’를 보냈다.
쪽지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반장님, 담임선생님께 들었어요.
사건 이후 많이 힘들어 보인다고요.
혹시… 조금만 이야기 나눌 수 있을까요?”
보낸 이름은 가명이었다.
상담 자격도 위장이었다.
그러나 중요한 건 대화의 접점이다.
5교시가 끝난 뒤,
나는 지정된 ‘상담 공간’에 앉아 있었다.
별도로 확보된 빈 교실.
책상 하나, 의자 둘, 그리고 창문.
그리고 3분 뒤,
윤하림이 들어왔다.
그녀는 정중했다.
“저… 오셨군요.
제가 먼저 인사도 못 드렸네요.”
그 목소리는 밝았고,
말투는 교과서 같았다.
나는 간단히 인사를 건넨 뒤,
조용히 본론으로 들어갔다.
“윤태 학생과는, 평소에 가까우셨나요?”
그녀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그렇게까지 친하진 않았어요.
조용한 친구였으니까요.”
나는 한 박자 쉬고 물었다.
“그런데, 윤태 학생이 사라진 날…
하림 학생이 마지막으로 옥상에 함께 있었단 얘기가 있어요.”
그녀의 미소가 살짝 굳었다.
입꼬리는 그대로지만,
눈꼬리가 딱 2도 정도 무너졌다.
“그건… 우연이에요.
저도… 그가 그럴 줄은 몰랐어요.
그날, 윤태는 웃고 있었거든요.”
“…웃었다고요?”
“네. 분명히요.”
그녀는 그 말을 반복했다.
마치 그것이 ‘정답’인 듯.
윤태가 웃고 있었다.
그 웃음은 정말 웃음이었을까.
혹은—
누군가를 안심시키기 위한 방어였을까.
그 방어는 누구를 향한 것이었을까.
나는 노트에 적는다.
“윤하림 — 감정 미러링 없음.
입꼬리와 대답은 일치하나,
눈동자 미세 떨림 1.2초.
‘웃고 있었다’는 말 반복 → 심리적 탈감각화 혹은 왜곡 방어 가능성.”
그날 밤,
기숙사로 돌아와
내 노트를 펼쳤다.
내가 받은 윤하림의 ‘심리상담 기록’에는
흥미로운 문장이 한 줄 있었다.
“그 아이는 늘 웃었어요.
가끔은… 너무 많이 웃어서 무서울 정도였죠.”
작성자는 담임교사, 송수진.
기록일자는 자살 2주 전.
나는 그 문장을 노트에 옮겨 적었다.
웃음은 가장 오래된 가면이다.
작가의 말 :
2화에선 교실 속 첫 ‘균열자’, 윤하림을 조명했습니다.
완벽한 학생, 반장, 책임감 있는 모범생…
그녀는 교실에서 언제나 빛나는 역할을 맡고 있었지만,
그만큼 가장 두꺼운 방어기제를 두르고 있던 인물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종종
‘늘 밝은 아이’가
가장 위험하다는 걸 잊습니다.
웃음 뒤에 숨어 있는 감정은
슬픔일 수도 있고,
분노일 수도 있으며,
혹은— 공포일 수도 있습니다.
3화에서는 윤태의 유일한 친구였다는
조현빈의 시점으로 진실의 두 번째 조각을 살펴봅니다.
그는
절대 울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날도, 지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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