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한국심리학신문 = 정세현]
이미지 출처: Pixabay
“내가 잘한 게 아니라 운이 좋은 거야.”
“누구든 할 수 있는 일이었어.”
스스로가 열심히 노력해서 얻어낸 결과를 외부의 원인으로 돌리며 자신이 해낸 일이라고 여기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스스로를 자신이 있는 환경에 어울리는 사람인지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자신의 부족함이 다른 사람에게 들통날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안고 살아간다. 이러한 불안감을 설명하는 것이 바로 “가면 증후군”이며 다른 말로는 “임포스터 증후군”이라 부른다.
이는 특히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사람들이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종종 보이는 현상이다. 최근에는 온라인 게시글을 통해 자신이 가면 증후군을 겪고 있다고 말하는 모습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이 증후군은 일반적으로 낮은 자신감과 과도한 불안감을 야기한다. 하지만 가면 증후군이 오히려 개인의 성장을 자극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가면 증후군이란 무엇인가 – 사기꾼처럼 느끼는 나
가면 증후군이라는 용어는 1978년 폴라인 클랜스(Pauline R. Clance)와 수잔 이메스(Suzanne A. Imes)가 쓴 논문에서 처음 소개되었다. 이들은 높은 성취를 이룬 여성들이 자신의 성공을 실력이나 노력의 결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운이나 외부 요인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을 발견했다.
이후 가면 증후군과 관련된 여러 연구가 진행되면서 가면 증후군은 성별을 떠나 완벽주의적 성향, 낮은 자기 효능감, 사회적 비교 등이 주요 원인이 되어 발생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또한 이 증후군을 겪는 이들 대부분은 자신의 성과를 인정하지 못하고 자신이 노력으로 얻어낸 결실을 하나의 운이라고 생각하며 심지어 스스로를 사기꾼처럼 느끼는 심리적 불안감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과 현실의 불일치가 만들어내는 가면 증후군
가면 증후군은 “자기 불일치 이론”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 둘의 연결고리를 이해한다면 가면 증후군이 단순한 불안이 아니라 우리의 심리에서 생겨나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1987년 심리학자 에드워드 토리 히긴스(Edward Tory Higgins)가 제안한 자기 불일치 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누구나 세 가지의 자아를 가지고 있으며 현재의 나인 "실제적 자기", 내가 되고 싶은 나인 “이상적 자기”, 타인이 기대하는 나인 “당위적 자기” 이 세 가지 자아의 간극이 커질수록 불안이나 우울, 죄책감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쉽게 느낀다고 한다.
가면 증후군을 겪는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이 이 자리에 있을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 의심하거나 자신이 실제보다 과대평가 되고 있다고 느끼며 이상적인 자아와 현재의 자아가 일치하지 않다는 것을 남들보다 크게 인식한다. 이는 가면 증후군이 단순히 자신감 부족이나 불안한 성격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자아 간의 불일치에서 비롯된 복합적인 심리적 갈등일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다시 말해 개인 내면에 있는 여러 자아 사이의 충돌이 가면 증후군과 같은 심리 현상을 유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성장의 디딤판인 가면 증후군
자아 불일치 이론을 통해 가면 증후군이 우리의 자연스러운 심리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았다면 가면 증후군이 어떻게 개인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한 해답은 “자기 결정 이론”과 연관되어 있다. 자기 결정 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 SDT)은 에드워드 데시(Edward Deci)와 리차드 라이언(Richard Ryan)이 1975년에 제안한 이론으로 사람들은 자율성, 유능감, 관계성이라는 세 가지 기본적인 심리적 욕구를 가지고 있으며 이 요소들이 충족될 때 심리적 건강이 유지될 수 있다고 말한다.
자기 결정 이론의 관점에서 가면 증후군에 의한 불안은 자기 의심보다는 자신의 자율성과 유능감에 대한 욕구가 완전히 채워지지 않았음을 스스로가 인식하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자율성과 유능감을 충족시키고자 하는 욕구가 활성화되고 있다는 신호이자 내면의 성장에 대해 민감성이 생긴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가면 증후군은 부정적인 측면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동기를 묻는 기회를 제공하고 더 자기 주도적인 삶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긍정적인 전환점으로 볼 수도 있는 것이다.
가면을 쓰고도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
결국 가면 증후군의 불안은 무능함의 증거가 아니라 변화의 갈림길에 서 있다는 신호이며 진짜 자신과 가까워지려고 하는 내면의 욕망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이때 중요한 것은 가면을 억지로 벗어내기보다는 가면을 쓴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때 "자기 객관화"를 통해 스스로를 제삼자의 시선으로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자기 객관화는 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지하는 과정을 말한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사람들은 자신에게 부족한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미래에 대한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설계를 할 수 있다. 또한 자신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떠오르면 그 생각이 사실인지 또는 어떤 근거로부터 비롯되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면 자기 부정에서 비교적 쉽게 벗어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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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자기 확언이나 자기 긍정도 가면 증후군을 완화하기 위해 도움이 된다. 실제 2005년 크레스웰(J. David Creswell )과 동료들은 자기 확언이 스트레스를 완화한다는 것을 실험적으로 입증하였다. 총 85명의 실험 참가자를 두 그룹으로 나누고 한 그룹만 자신에 대한 확언 글쓰기를 진행하였다. 그 결과 자기 확언을 진행한 그룹은 발표라는 스트레스 과제를 주었을 때 코르티솔 수치가 유의미하게 낮았으며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이 감소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불안을 마주하고 성장하기
자기 자신이 가면을 쓰고 가짜로 살아간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우리가 진짜가 되고 싶어 한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불안은 부족하다는 것이 아니며 자신이 성장하기 위한 단계일 수 있다. 그러니 그 불안을 억누르고 외면하기보다는 가면 아래 가려져 있는 나와 충분한 대화를 통해서 스스로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모두 어느 정도의 사회적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다만 그 가면이 우리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진짜 나를 드러내는 과정의 일부가 될 수 있도록 스스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면 가면을 넘어서 성장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 참고문헌
1) 김지은, "성공한 내 모습은 가짜 '사기꾼증후군'…탈출 방법은?", YTN사이언스, 2022.05.03, https://science.ytn.co.kr/program/view.php?mcd=0082&key=202205031727577453
2) 김상은, "끝없이 자기 의심하는 이드에게 전하는 5가지 조언", 정신의학신문, 2020.01.20, http://www.psychiatric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17189&utm_source=chatgpt.com
3) 김윤식,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는 법", 포항공대신문, 2016.02.19, http://times.postech.ac.kr/news/articleView.html?idxno=8919
4) J. David Creswell, William T. Welch, Shelley E. Taylor, David K. Sherman, Tara L. Gruenewald, Traci Mann, "Affirmation of personal values buffers neuroendocrine and psychological stress responses", "Psychological Science", 16, 11, 6, 20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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