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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장 하루 체험’이 만든 불안… 자동진급 폐지가 남긴 심리적 파장 - 군 내부의 동기저하부터 부모 세대의 분노까지, 새로운 진급제도 도입에 따른 심리적 영향 분석
  • 기사등록 2025-05-30 14:2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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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신용욱 ]


훈련 중인 장병들 ⓒ 연합뉴스 

국방부는 2025년부터 병사들의 자동 진급 제도를 폐지하고, 상병 및 병장으로의 진급을 ‘심사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군 복무의 질적 향상과 병사 개인의 역량 강화를 위한 조치라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 같은 변화는 현역 병사들과 그 가족들, 특히 부모 세대 사이에서 불안과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단순한 제도 변경 이상의 심리적 파장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자동진급 폐지, 무엇이 바뀌었나


기존의 자동진급 제도는 복무기간을 일정 기준 이상 채우면 이등병 → 일병 → 상병 → 병장으로 자동적으로 진급하도록 운영되어 왔다. 그러나 개정된 제도는 일정 기간이 지나도 자동으로 진급되지 않으며, 병사의 교육훈련 태도(70점)와 병영생활 평점(30점)을 기준으로 합산한 진급 심사 점수 70점 이상을 획득해야 상급 계급으로의 진급이 가능하다.


평가 항목은 훈련 태도, 지휘관 평가, 집단 생활에서의 협동성, 병영 규율 위반 여부 등 다양한 정성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이로 인해 병사들은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닌, 지속적으로 평가를 의식하며 생활하게 되었다. 진급에서 누락될 경우 병사는 전역 전날까지 상병으로 복무하고, 마지막 날에 병장 계급장을 달고 전역하는 이른바 ‘병장 하루 체험’ 사례도 등장하게 된다.


병사들이 느끼는 심리적 부담과 위협감


병사 입장에서 ‘진급 누락’은 단지 계급 상승이 지연된다는 문제가 아니다. 이는 개인의 능력이나 성실성에 대한 부정적 평가로 받아들여질 수 있고, 군 생활 내 자존감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조직 심리학에서는 ‘평가의 불확실성’이 구성원에게 심리적 위협 요인으로 작용하며, 과도한 스트레스를 유발한다고 본다.


기존의 자동진급 체계는 일정한 보상 체계를 보장함으로써 심리적 안정성을 제공해왔다. 그러나 진급 심사제는 이러한 ‘예측 가능한 보상 구조’를 무너뜨린다. 특히 자신이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평가 기준의 모호함이나 상급자의 주관에 따라 진급이 좌우될 수 있다는 불안감은 병사들 사이에 '무기력감(learned helplessness)'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계급에 따라 지급되는 급여가 차등화되어 있는 구조 속에서 진급이 지연될 경우, 병사 개인에게는 실질적인 경제적 손실도 발생한다. 약 400만 원에 달하는 급여 차이는 병사들의 동기 저하와 정서적 박탈감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병사 부모들의 반발: ‘국가에 자식을 맡긴 대가가 이건가’


자동진급 폐지는 군 복무 중인 자녀를 둔 부모 세대에도 큰 심리적 충격을 안겼다. 많은 부모들이 군 복무를 일종의 통과의례이자 정해진 시간만 보내면 끝나는 안정적인 제도로 인식해 왔다. 그러나 ‘군 생활조차 성적표를 받아야 하는가’라는 불만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부모들이 느끼는 분노와 불안은 보호 욕구와 깊게 연결된다. 청년기의 자녀를 국방의 의무라는 이름으로 국가에 맡긴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불확실성과 불이익이 생긴다면 이는 단순한 행정 변화가 아닌 ‘배신감’으로 전이될 수 있다. 심리학적으로 이는 ‘신뢰 붕괴(trust breach)’에 해당하며, 정부와 국민 간의 감정적 거리감을 더욱 벌어지게 만든다.


공정성 강화인가, 또 다른 불공정인가


진급 심사제를 도입한 목적은 ‘공정한 군 문화 조성’이다. 그러나 평정 기준의 불투명성과 부대별 평가자의 주관 개입 가능성은 병사들로 하여금 또 다른 불공정성을 경험하게 만든다.


심리학에서는 ‘절차적 공정성(procedural justice)’이 조직 구성원들의 만족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한다. 평가 과정이 납득 가능하고 투명하다고 느낄 때, 결과에 대한 수용도는 높아진다. 반면, 절차의 불확실성과 결과 예측 불가능성은 구성원 간 불신과 갈등을 낳는다. 지금의 병사 진급 심사제는 아직 이러한 절차적 공정성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시행되고 있어, 병사들의 반감과 저항이 클 수밖에 없다.


제도 변화가 조직 심리에 미치는 영향


병사 자동진급 폐지는 단순한 군 행정 체계 개편이 아니다. 이는 병사 개인의 동기 구조, 자존감, 불안 수준, 그리고 부모 세대의 신뢰감까지 영향을 미치는 전방위적 제도 변화다.


변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심리적 보완이 필요하다.


첫째, 평가 기준의 명확화와 공정성 확보. 진급 심사 항목은 구체적으로 공개되고, 병사들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둘째, 병사 상담 및 피드백 체계 마련. 진급 누락의 원인을 설명받고,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아야 한다.

셋째, 부모 세대를 위한 소통 채널 마련. 제도 변화에 대한 안내와 신뢰 회복을 위한 설명이 필요하다.


진급제도의 취지는 병영문화의 질적 도약을 위한 것이지만, 제도가 인간의 심리를 도외시한다면 그것은 오히려 조직의 신뢰와 안정성을 해치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 자동진급 폐지를 둘러싼 사회적, 심리적 파장은 지금이 그 제도의 완성형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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