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서
[한국심리학신문=이윤서]
우리는 범죄 이야기에 묘하게 끌린다. 영화나 드라마 속 잔혹한 악당부터 실제 사건까지. 왜 우리는 '악당'들의 심리에 그토록 궁금증을 느끼고 몰입하는 걸까? 단순히 자극적이라서일까, 아니면 우리 자신의 어떤 면이 반영된 것일까? 범죄 심리학과 임상 심리학의 관점에서 우리 마음속 '흑심'과 실제 '범죄 심리'의 간극, 그리고 그 어둠에 대한 인간의 끌림을 탐색한다.
왜 우리는 '악당 심리'에 열광하는가?: 금기, 카타르시스, 그리고 본성의 탐색
우리가 영화나 드라마 속 악당, 혹은 현실 속 범죄자들에게 매료되는 데에는 단순한 자극 이상의 심리적 기제가 작용한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는 ‘금기된 세계’를 엿보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적 욕망이다. 평소 억눌린 충동과 사회적 규범에 의해 통제된 감정은, 악당이라는 대상을 통해 해방감을 느끼게 한다. 우리는 이들을 통해 평범한 일상에서는 감히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극단적 선택과 감정을 간접적으로 경험한다.
또한, 이러한 감정은 ‘안전한 거리’에서의 카타르시스를 유도한다. 현실에서는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을 이야기 속에서 체험함으로써, 심리적 긴장감을 해소하고, 악당이 최종적으로 처벌받는 장면에서 정의가 실현되는 만족감을 얻는다. 이는 고대 그리스 비극이 관객에게 감정의 정화를 유도했던 것과 유사한 구조다.
마지막으로, 악당을 바라보는 심리에는 ‘나’와 ‘그들’ 사이의 경계를 확인하고자 하는 무의식적인 욕망도 숨어 있다. “나는 저렇게까지는 아니다”라는 생각을 통해 스스로의 도덕성과 정상성을 재확인하며, 동시에 우리 내면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어두운 충동을 안전한 방식으로 들여다보게 된다. 이는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인간 본성에 대한 탐색이기도 하다.
일상 속 '흑심', 진짜 범죄 심리와 무엇이 다른가?: 지속성, 실행, 공감 능력의 간극
살아가면서 누구나 순간적인 분노, 질투, 욕망 등 이른바 ‘흑심’을 품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감정이 모두 실제 범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 차이를 구분하는 기준은 단순하지 않지만, 범죄 심리학과 임상 심리학은 몇 가지 중요한 요소를 통해 두 개념을 구분한다.
우선, 지속성과 강도에서 차이가 크다. 일상 속 흑심은 대부분 일시적이며 상황에 따라 사라지지만, 범죄 심리는 오랜 시간 동안 누적된 감정과 사고의 왜곡을 기반으로 하며, 반복적이고 강한 동기를 지닌 경우가 많다. 이러한 감정은 생각에만 머무르지 않고 점차 실행 계획으로 전이되기도 한다.
둘째로는 실행 의지와 능력의 차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흑심이 들어도 스스로 억제하거나 사회적 규범에 따라 행동을 조절하지만, 범죄 심리는 내면의 충동을 행동으로 전환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자제력 결핍, 충동성, 또는 실행 능력과 기회의 결합으로 설명된다.
셋째는 공감 능력과 죄책감의 유무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타인의 고통에 대해 공감하고, 해를 끼쳤을 경우 죄책감을 느낀다. 그러나 반사회적 성향을 가진 범죄자는 공감 능력이 결여되어 있거나, 오히려 타인의 고통을 통해 쾌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이는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 등의 특성과 연결된다.
또한, 인지적 왜곡의 정도도 중요하다. 범죄자는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거나, 피해자를 비난하는 등 왜곡된 사고를 통해 자신의 범죄를 정당화한다. 이와 달리 일반적인 흑심은 대체로 비판적 자기 인식을 동반하며, 스스로의 감정을 경계하게 된다. 결국, 인간은 누구나 어두운 감정을 경험할 수 있지만, 그것이 행동으로 이어지는 데에는 복합적인 심리적, 환경적 요인이 작용한다.
악당 심리 탐구가 우리에게 주는 것: 이해를 통한 예방과 성찰
범죄자나 악당의 심리를 탐구하는 행위는 단순한 호기심 충족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는 인간 내면의 복잡성과 다양한 감정의 스펙트럼을 이해하려는 시도이자, 범죄라는 사회적 문제에 대한 근본적 접근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러한 탐구를 통해 범죄를 단순히 '이상한 사람의 일탈'로 치부하는 것이 아닌, 그 이면에 존재하는 심리적·환경적 배경을 조명하게 된다.
범죄 심리를 이해함으로써 우리는 보다 정교한 범죄 예방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예컨대, 범죄자에게 흔히 나타나는 인지 왜곡이나 공감 결핍 같은 특성을 조기에 파악하면, 특정 행동을 경고 신호로 인식하고 개입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 또한 사회 환경의 개선, 정신 건강 관리 시스템의 강화, 교육과정에서의 정서 발달 지원 등 다방면에서 예방적 조치가 가능해진다.
더불어, 범죄 심리에 대한 관심은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자신의 어두운 감정을 부정하거나 억누르기보다는, 그것을 인식하고 건강하게 표현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예술, 문학, 심리치료 등은 그러한 감정의 해소와 자기이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수단이다. 결국, 악당 심리의 탐구는 우리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고, 인간 존재의 양면성을 수용하려는 성찰의 과정이 될 수 있다.
*참고문헌
1. Scrivner, C. (2022, May 9). Why we are fascinated by serial killers. Psychology Today.
2. Psychology Today. (2021, September 6). Why are we so interested in crime stories?. Psychology Today.
3. BMC Psychology. (2024). The role of cognitive distortion in criminal behavior. BMC Psychology.
4. Psychologs. (2024). Understanding the psychology behind crime. Psychologs Magazine.
5. Visu-Petra, L. (2024). Study reveals how both bright and dark personality traits predict criminality. Psy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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