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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유영서 ]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가 많고 누구나 다 아는 어린이 만화를 하나 꼽자면 <짱구는 못말려>를 꼽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만화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한 번쯤은 본 적이 있을 만큼 대중적인 만화인데,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영화로 만들어진 극장판 또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1990년대부터 2025년인 지금까지 매년 개봉하고 있는 극장판 시리즈 중 가장 인기 있는 명작을 하나 뽑을 때면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작품이 있다. 바로 <짱구는 못말려: 어른제국의 역습>이다. 단순히 어린이들만 보는 만화라는 편견을 넘어서 어른들의 입장에서도 충분한 공감대를 살 수 있는, 오히려 어른들이 더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이다. 영화 속 어른들은 떡잎마을에 생긴 20세기 박람회에서 추억의 놀이와 물건, 음식 등에 빠져 과거의 향수에 사로잡힌다. 어린 시절의 감각을 오랜만에 맛본 후 그때로 돌아간 것 같은 착각에 빠지며 점점 회사와 집안일, 자식들은 무시한 채 20세기 박람회에만 집착하게 된다. 이 작품은 인간이 왜 과거를 미화하고 그리워하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과거에만 사로잡히면 안 되는지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노스탤지어


 

과거를 회상하며 고향을 그리워하는 향수를 ‘노스탤지어(nostalgia)’라고 한다. 이는 그리스어로 ‘돌아감’과 ‘아픔’을 뜻하는 단어의 합성어인데, 과거 특정한 시간이나 장소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고통을 의미하던 단어이다.1) 과거와 달리 노스탤지어는 더 이상 부정적인 의미로만 쓰이지 않는다. <어른제국의 역습> 속 어른들은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익숙한 즐거움을 찾기 위해 20세기 박물관을 찾는다. 직장 스트레스, 반복되는 육아와 집안일, 어른으로서의 책임감 등의 무거운 짐을 잠시나마 내려놓을 수 있는 수단이 된 것이다. 아무런 걱정 없이 노을이 질 때까지 동네 친구들과 놀다가 저녁을 먹으러 집으로 돌아가는 그 시절만의 경험을 그곳에서는 다시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가 꼭 불행한 것은 아니더라도, 20세기란 그들에게 지금보다 더욱 따뜻하고 단순했던 시절로 기억되는 것이다.

 

장밋빛 회상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과거를 낭만적으로 회상하곤 한다. 기성세대가 과거를 아름답게 기억하며 그리움 및 향수를 느끼는 현상을 ‘장밋빛 회상’이라고 한다. 이는 장밋빛 렌즈를 낀 것처럼 과거를 실제보다 훨씬 멋지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기억하는 현상이다. 인생에서 가장 열정적이고 빛나던 시기를 특별하게 여기는 심리와도 연결되어 있다. 이와 동시에 현재의 괴로움이나 불안에서 벗어나 안정감을 느끼고자 하는 인간의 방어기제이기도 하다.2) 이러한 심리는 개인의 삶이 지루하고 무기력할 때, 또는 사회적 불안이 고조될 때 더욱 강해진다. 복잡한 인간관계로 고통받고 사회로부터 소외감을 느낄수록 더욱더 과거를 그리워하게 되는 것이다. <어른제국의 역습>에서 등장하는 옛날 향기와 오래된 음악, 아날로그식 기기 및 추억의 음식들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돌아갈 수 없는 과거의 추억, 그 시절의 안정감 등을 나타낸다.

 

현재를 살아야 하는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 주인공들은 과거가 아닌 미래로 나아간다. 아무리 행복한 과거의 문화를 계속 향유할 수 있다고 해도, 과거에 갇히는 순간 현재의 자라나는 어린이들은 방치되고 만다. 아이들의 행동에 정신을 차린 신형만과 봉미선은 결국 현재와 다가올 미래를 택했고, 20세기 향기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으려 노력한다. 모두의 힘을 합쳐 떡잎마을을 구해내는데 성공한 그들은 무사히 현실로 돌아오게 된다. 이렇듯 아름다운 과거를 추억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지나온 삶을 되돌아볼 기회를 만들어주거나 현재를 버틸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도 하고, 앞으로 나아갈 원동력이 되어주기도 한다. 하지만 과거 회상에 갇히게 된다면 현재의 소중한 것들을 놓치는 줄도 모른 채 잃어버리게 될지도 모른다. 과거의 아름다움을 마음속에 간직한 채 눈앞에 있는 현재와 곧 다가올 미래를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면, 인생에서의 또 다른 소중한 존재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참고문헌

1) 노스텔지어 효과, 경북일보, 2013.09.23.

2) 허영란, 장밋빛 회상과 강요된 낭만, 국민일보, 2024.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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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6-24 08: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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