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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김민지 ]



 - 그냥 사랑받고 싶었던 게 죄인가요?

 


이 세상에는 사랑이라는 틀 안에서 망상에 빠져 살아가는 사람들이 꽤 많이 존재한다. 어떤 이는 상대방이 자신을 사랑한다고 확신하는데, 심지어 그가 ‘화를 내는 것’조차 모두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착각하기도 한다. 

 

다른 사람이 자신을 사랑한다고 믿는 지나친 망상을 ‘에로토마니아(Erotomania)’ 라고 일컫는데, 이것은 1921년 프랑스의 정신병학자 드 클레랑보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도끼병’이라고도 불리는 ‘드 클레랑보 증후군’은 자신보다 사회, 경제, 정치적 지위가 더 높은 타인이 본인을 사랑하고 있다고 믿는 증상이다. 이 증후군에 걸린 사람은 어떤 의미도 담겨있지 않은 보편적 행동이나 기본적인 매너에도 과도한 의미를 부여해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그 상대가 불쾌한 기색을 내비치거나 피하는 경우조차도, 단지 다른 사람들에게 ‘우리’ 관계를 드러내는 것이 부끄러워 일부러 그러는 것뿐이라 생각한다. 이렇게 거부하는 행동을 넘어서서 직접적으로 화를 낸다고 하더라도 ‘나를 너무나도 사랑해서 그래’ 식으로 의미를 부여해 버리니, 이러한 사랑의 믿음은 가히 ‘광적’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다. 이 증후군에 걸리게 되면 모든 행동을 자기중심적으로 결론지어버리기 때문에, 주변 사람조차도 막을 수 없는 자기 합리화의 굴레에 빠진 채로 이것을 끊임없이 되풀이하게 된다. 

 

현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사례는, 소위 ‘사생팬’이라 불리는 형태가 있다. 이들은 유명 아이돌이나 좋아하는 배우를 향한 맹목적이고 그릇된 형태로 사랑을 표현하는데, 그러한 유명인의 ‘팬’들을 향한 표현이 자신만을 위한 것이고, 오직 자신만을 사랑하고 있다고 착각하며 밤낮 할 것 없이 스토킹을 일삼는다. 그러다 해당 유명인이 작은 불쾌감이라도 드러내면, 그 즉시 배신감에 휩싸여 집착과 심각한 범죄까지 저지르기도 한다. 

 

드 클레랑보 증후군을 겪는 사람이 경찰에 잡혀가게 되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이들은 상대방이 자신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하고 있고, 심지어는 상대가 먼저 자신을 유혹했다고 주장한다. 이 증후군은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쉽게 용납될 수 없지만, 실제로 이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근본적인 결핍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드 클레랑보 증후군을 겪는 이들은 상대방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두려운 나머지, 스스로의 바람을 강렬한 믿음으로 발전시켜서라도 사랑을 받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범죄적 행동을 옹호하거나 묵과해야 한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범죄는 마땅히 처벌을 받는 것이 맞으나, 동시에 ‘사랑받고자 하는’ 그 마음 역시 넌지시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다. 

 

사랑받고 싶은 마음, 그 마음만큼 보편적이고 모두에게 공감을 자아낼 수 있는 마음이 또 존재할까. 그러나 마음이 ‘상호 간’에 이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부정적인 생각을 진전시키거나, 잘못된 믿음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은 ‘나’와 상대방을 모두 불행하게 만드는 일이다. 사랑은 용기를 필요로 하지만, 상대의 거절에도 초연할 수 있도록 마음의 준비를 먼저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혼자 사랑하고 아파하며 이별하는 일은 이제 이쯤에서 그만둘 수 있어야 한다. 그 사람이 아니더라도 당신은 충분히, 좋은 사랑을 할 수 있다. 





 “사랑에는 늘 어느 정도 광기가 있다. 그러나 광기에도 늘 어느 정도 이성이 있다. ” 

 - 프레드리히 니체(Friedrich Nietzsch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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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이 올 때까지 영원히, 기다릴 거예요

 


처음 만난 자리에 그 사람이 다시 나타나기만을 기다리는 현상, 또는 그리운 마음에 상대방과 갔던 장소에 가는 행동을 일컬어 ‘와이트 섬리딩 증후군’이라고 한다. 사랑하는 감정을 느껴본 사람, 혹은 누군가를 진심으로 그리워해 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법한 증상이다. ‘혹시라도 그 사람을 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마음에 그 장소를 맴돌며, 우연이라도 마주치길 바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있는 것이다. 

 

‘각인’이라는 단어만큼 강렬한 단어가 또 존재할까? 각인이란 특정한 순간이나 경험이 마음에 깊이 새겨져 평생 지워지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가령, 사랑하는 사람과 처음 손을 잡았을 때의 온기, 처음 입을 맞췄을 때의 떨림과 설렘, 함께 웃던 순간, 함께 했던 장소의 냄새마저도 각인의 일환이다. 이러한 기억은 평생 지워지지 않고 마음속 깊숙이 남아선, 때때로 그 순간을 생생하게 떠올리게 해서 평온했던 마음을 무너트리기도 한다. 사랑하기 때문에, 이별했기 때문에, 너무나도 그리워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증상인 ‘와이트 섬리딩 증후군’에 빠진 사람은 마치 초인처럼, 순간에 담겨있던 모든 오감을 기억해 감성적인 상태에 자주 빠지곤 한다. 

 

흘러가는 시간의 흐름을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인생에 남아 있는 추억을 되새기며 죽음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모두가 깊게 생각해 보아야 할 한 가지 질문이 있다.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사랑이 강력한 순간은 언제인가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각박하고 메말라 있지만, 사랑이 있기에 보다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다. 연인 간의 사랑, 가족 간의 사랑, 친구 간의 사랑 그리고 나 자신을 향한 사랑을 포함해서 우리는 결국, 사랑을 ‘주고받는’ 존재로 살다가 떠나간다. 그러므로 과거를 그리워하는 것은 이쯤에서 그만두고, 우리에게 단 1초라도 남아 있을 때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표현하며, 더 많이 고마워하고, 더 많은 시간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보내도록 하자. 우리는 과거에 했던 사랑보다 훨씬 아름다운 관계를 만들 수 있으며, 그때 후회 없이 사랑하는 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최선’이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것은 어쩌면, 온 마음을 다해 사랑을 했다는 증거가 아닐까? 이 글을 읽는 모두가, 그것을 사랑의 증표로 삼고 마음을 열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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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1) 고윤. (2024). 왜 당신은 죽어가는 자신을 방치하고 있는가. 딥앤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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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6-26 08:2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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