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서재
정시아는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봤다.
그곳엔, 새벽 2시 16분에 도착한 메시지가 떠 있었다.
[조현빈]
“네가 찾던 진실, 이 안에 있을지도 몰라.”
‘2024_11_29_17_13.mp4’ 첨부됨
영상의 제목은 날짜와 시간뿐이었다.
11월 29일.
고윤태가 사라진 바로 그날.
—시아는 이어폰을 꽂고 재생 버튼을 눌렀다.
처음 10초간은 화면이 흔들렸다. 복도, 창문, 어두운 조명.
그리고, 그 안에서 두 명의 실루엣이 보였다.
고윤태.
그리고 또 한 명… 카메라 방향을 등지고 있던 학생.
화면상 이름은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 실루엣’을 알아볼 수 있었다.
윤하림.
윤태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하림아… 너까지 이러면 안 되지.”
“네가 먼저였잖아.
계속… 그런 식으로 불편하게 만들었잖아.”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너는… 이상했어.
애들이랑 다르게 말하고, 다르게 웃고,
무리 안에서 중심도 아니면서 계속 끼려고 하고…”
“그게 죄야?”
짧은 정적.
그다음 순간, 화면이 흔들렸다.
카메라가 떨어진 듯 바닥을 비췄고, 복도에서 가방이 밀리는 소리,
그리고 누군가 빠르게 도망치는 발소리.
영상은 그대로 끝났다.
—정시아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어폰을 뺀 그녀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이건 누군가의 ‘고의적인 폭행’ 장면은 아니었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 자리에 누군가 있었다는 사실.
누군가는 보고 있었다는 사실.
그리고,
누군가는 찍고 있었다는 사실.
—그날 점심, 시아는 조현빈을 복도 끝에서 마주쳤다.
그는 시아를 보자마자 웃었다.
“봤네?”
“…왜 이제야 보여주는 거야?”
“이제가 적절하니까.”
“그날 너도 있었던 거야?”
현빈은 고개를 갸웃하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모르겠어.
난 그냥… 찍었을 뿐이니까.”
—그날 저녁.
정시아는 교무실 문 앞에 서 있었다.
손에 들린 USB 안에는 그 영상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더는 ‘기억’만으로 움직일 수 없었다.
이제는 증거가 말하게 할 차례였다.
작가의 말 :
이번 18화는 《침묵의 교실》에서 최초로 실제 증거 영상이 등장하는 핵심 회차입니다.
기억, 심리, 방관과 같은 추상적 개념 속에서 갑자기 등장한 ‘현실적 기록’은
이야기를 새로운 차원으로 전개시키게 됩니다.
조현빈이라는 인물의 위치도 모호해지며, 윤하림과의 대립 구도 또한 긴장을 높입니다.
다음 화는 정시아와 윤하림의 감정 충돌이 정점을 찍는 장면으로 이어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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