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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전성은 ]

 


“내가 보기엔 별로인데, 사람들이 좋아하더라고요”

 

요즘 우리는 자신을 ‘타인의 눈’으로 본다. 화장 전후 사진을 찍고, 옷을 입은 뒤 거울 앞에서 셀카를 찍어 확인하며, SNS에 올릴 사진을 고를 때도 "이게 잘 나온 걸까?"보다 "사람들이 이걸 좋아할까?"를 먼저 묻는다. 중요한 건 내 느낌보다, 타인의 반응이다. 이처럼 타인의 시선이 자기 인식을 지배하는 현상을 ‘자기 객관화’라고 한다.

 


나를 타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심리


자기객관화는 프레드릭슨과 로버츠가 1997년 제안한 이론으로, 사회화 과정에서 특히 여성들이 자신의 신체를 외적인 기준으로 판단하게 된다고 본다. 쉽게 말해 ‘나는 어떻게 느끼는가’보다 ‘내가 어떻게 보이는가’가 더 중요해지는 것이다. 이러한 시선은 단순한 외모 불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우울, 불안, 섭식장애, 심지어 집중력 저하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미네소타 대학의 한 연구에 따르면, 자기객관화 수준이 높은 사람은 과제 수행 중에도 자신의 외모나 자세에 대한 걱정으로 주의력이 분산되는 경향이 높았다. 머리 모양이 이상하지 않은지, 허리가 굽어 보이지는 않는지 등 끊임없는 자기 점검이 인지 자원을 갉아먹는 것이다.


자기객관화는 또한 타인의 시선에 과도하게 의존하게 만들고, 그 결과 자기 정체성까지 흔들리게 한다. 남의 피드백에 따라 기분이 좌우되며, ‘좋아요’ 수가 자존감의 척도가 되기도 한다. 문제는 이렇게 타인 중심의 자아 인식이 반복되면, 결국 내면의 감정이나 욕구가 점차 무시되고, 삶의 방향성마저 타율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교의 시대’, 내가 만든 감옥


과거엔 연예인이나 모델만이 비교의 대상이었다면, 지금은 SNS 속 일반인들까지 비교의 기준이 된다. 해시태그 한 줄이면 수천 명의 ‘이상적인 몸매’가 스크롤 속에 쏟아진다. 문제는 대부분의 이미지가 보정이나 각도, 조명 효과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 그러나 우리는 이 허구의 이미지를 ‘현실’이라 착각하고, 그 기준에 자신을 억지로 끼워 맞추려 한다.


이러한 비교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다음에는 더 예쁘게, 더 날씬하게, 더 멋지게 보이기 위한 집착으로 이어진다. 자기 개선이 아닌, ‘자기 왜곡’의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탈출구는 ‘자기 자비’


그렇다면 이 반복되는 비교와 자기 비난의 굴레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대안으로 떠오르는 심리학 개념이 바로 자기 자비다. 자기 자비란 실수했거나 부족한 순간에도 스스로를 비난하기보다 친절하고 이해하는 시선으로 대하는 태도다.


크리스틴 네프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자기 자비를 실천하는 사람일수록 외모나 성과에 덜 얽매이고, 자존감이 더 안정적인 경향을 보였다. 자기 자비는 단순한 자기 위로가 아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을 수용하고, 타인과의 공통점을 인식하며, 현재의 감정을 비판 없이 바라보는 마음 챙김까지 포함하는 폭넓은 심리적 태도다.


또한, 자기 자비 훈련은 뇌의 감정 조절 영역인 전전두엽 활동을 활성화시켜, 스트레스 완화와 정서적 회복 탄력성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호흡을하며 “지금 이 감정은 지나갈 것이다”, “지금의 나도 괜찮다”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는 것 만으로도 뇌는 점차 부드럽고 온화한 반응을 배우게 된다.


즉, 자신을 다그치는 대신 이해하고 수용할 때, 우리는 타인의 시선에서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

 


진짜 '나'를 위해, 누구의 눈으로 살 것인가?


누구나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망은 있다. 그건 결코 부끄러운 게 아니다. 하지만, 그 욕망이 '내 만족'에서 출발한 것인지, 아니면 '남의 기준'에 끌려간 것인지는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내가 선택한 옷과 표정, 몸매가 '내 안의 기준'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그것은 자율적이고 건강한 자기표현이다.


거울을 볼 때마다 자꾸만 어깨가 움츠러드는 여러분에게 묻고 싶다. 지금 보고 있는 그 얼굴, 정말 여러분이 원하는 '나'인가? 아니면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 만들어진 또 하나의 가면은 아닌가?


진짜 '나'로 살기 위해, 오늘부터 거울 속 나에게 따뜻한 인사를 해보자. "있는 그대로의 나도 괜찮아"라고.



출처

1) Neff, K. D. (2003). The development and validation of a scale to measure self‑compassion. Self and Identity, 2, 223–250

2) Fredrickson, B. L., & Roberts, T.-A. (1997). Objectification Theory: Toward Understanding Women’s Lived Experiences and Mental Health Risks. Psychology of Women Quarterly, 21, 173–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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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7-01 08:3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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